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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으로 살아간다는 것]생산적인 강사법 논의를 위해 필요한 것
[206호] 2018년 11월 19일 (월) 익명 강의하는 대학원생

   강사법이 처음 입법됐을 때 대학원 과정을 다니고 있었고 이후 그것이 네 차례 유예되는 과정을 겪는 와중에 시간강사가 됐다. 시행과 유예가 결정되는 목전에서 강사법은 늘 술자리의 중요한 화두였다. 고백하건대 선배들이 강사법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 강사들의 처우 개선과 노동권 보장을 위한 법을 두고 얼굴을 붉히고 핏대를 세워야 할 만큼 그리도 많은 말들이 왜 오가야만 하는지 잘 이해하지 못했었다.

   학기별 계약, 4대보험 미가입, 강의 환경의 열악함 등 시간강사의 노동 조건이 좋지 않다는 것에 모두가 동의하는 한편으로,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방식이 강사법이라는 것에는 공통된 의견이 수렴되지 않는 대화들. 일단 법적 권한을 부여받는 데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과 그 현실적이고도 부정적인 여파를 걱정하는 입장의 갈림. 이런 논란들은 최근 재개정된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약간의 내용만 달리한 채 또 다시 점화되었다. 나는 얼마 전 내년부터는 4년 동안 강의를 하던 학교에 계속 못 나오게 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건너 들었다.

   그동안 대학은 교원으로서의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는 시간강사들의 상황을 이용해 강사들을 손쉽게 해고해왔다. 우리는 시간강사의 노동권을 보장하고 그들을 법적 교원으로 인정하는 강사법의 대의와 명분을 거부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사법을 시행하게 됐을 때 대학이 어떻게 이에 대응할지에 대한 시나리오는 그간 되풀이해온 우려와 같다.

   강사수 축소, 전임교수들의 수업시수 확대, 대형 강의와 인터넷 강의 확대, 졸업이수학점의 하향 조정 등이 그것이다. 중앙대와 서울과기대가 강사수를 줄이려 한다는 소식은 실제로 이것이 우려로 끝날 수만은 없는 현실의 문제라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강사의 자릿수가 줄어들면서 경력이나 실적이 적거나 전무한 젊은 강사들에게는 상대적으로 고용의 기회가 덜 돌아갈 수밖에 없는 가능성 또한 부인할 수 없다. 이로 인한 학문생태계의 부정적 변화 역시 예측할 수 있는 바이다. 물론 이는 전적으로 대학의 책임이다. 대학과의 싸움을 멈춰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것이 당장의, 그리고 앞으로의 ‘현실’과 관계한 문제라면 대학의 책임을 묻는 것과 더불어 강사법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현실적 대안 마련에도 힘써야 할 것이다.

   내년에 강의를 못 나가게 될 것 같다는 나의 말에, 누군가는 대학과 소송을 하라고 제안했다. 대학별로 시행 세칙을 조정하도록 압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들었다. 이처럼 개인이 하는 소송은 변화의 큰 발걸음일 수 있고, 대학에 적극적으로 강사의 요구사항을 관철시키는 것은 중요한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학생 자치가 무너지고 시간강사들의 노동이 개별화된 가운데, 대학 전체에 적용되는 법과 그에 대응하는 대학들의 졸렬함에 맞서기에, 개인의 소송, 개별화된 대학 내의 자치 능력에 의존하는 방식은 일정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수도권의 몇몇 중심대학, 지방의 주요 국립 대학을 넘어서 전 대학 내의 강사들을 아우를 수 있는 의제화가 필요하다. 그간 유예되던 강사법의 시행이 유력한 때라, 더욱이 그렇다.

   지난 7년간 그래왔듯 강사법의 시행과 유예를 둘러싼 비생산적인 찬반 갈등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전제는 이것이 현직 강사와 잠재적 강사 모두에게 해당되는 생존권 문제라는 사실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우리 모두가 이 전제를 확인하고 서로의 비판과 우려를 경청하며, 더 나은 대안을 모색하려는 자세이지 않을까 싶다. 또한 이것이 학생들의 교육권 문제, 아카데미즘의 질과 관련되어 있는 이상, 교수와 강사, 학생을 아우르는 범대학·사회적 테이블이 속히 꾸려져야 할 것이다. 그럴 때라야 본분을 잊고 기업화된 대학의 생존 방식에도 발본적인 타격을 가하는 기점이 마련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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