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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칼럼]‘함께’여야 할 수 있는 일들, ‘함께’라서 할 수 있는 말들
[206호] 2018년 11월 19일 (월) 권 승 구 식품산업관리학과 교수/교수협의회장

   최근 헌법재판소 판결에 따라 이제 대학 교수들도 합법적으로 ‘교수 노조’를 설립할 수 있게 되었다. 고등교육법 적용을 받는 대학교수가 교원노조 범위에 포함됨에 따라 많은 변화들이 예상된다. 교수들이 근로조건 등과 관련하여 대학 또는 교육부 등을 상대로 교섭할 권한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은 교수의 ‘노동’을 사회적으로 재고(再考)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동시에 교수들 스스로가 ‘노동자’이자 ‘교육자’, ‘연구자’로서의 정체성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다.

   현재 우리 학교에도 ‘교수협의회’가 존재하고, 본교의 전임 교원들이 소속되어 있다. 교수협의회가 발족된 것은 민주화 운동이 한창 뜨거웠던 1988년이었다. 이때는 대학 내 학생운동과 조직화가 활발했던 시기였고, 교수들도 그러한 뜨거움 속에서 교수협의회를 창설했을 터이다. 교협이 활동한 지 올해로 30년째이다. ‘교수협의회’라는 조직은 때로는 정권과, 때로는 학교와 맞서 싸웠다. ‘불의’를 묵인하고 방관하지 않기 위해서 민주화 운동의 시민들이 그러했듯이, 교수들은 조직을 만들어 실천해왔던 것이다.

   교수들은 교육자이자 연구자로 존재해왔고, 동시에 시민이자 노동자였다. 갑질교수 등의 사건과 학계의 폐쇄적 문화, 보수화 문제 등으로 기득권 교수들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어느 때보다 따가운 요즘, 교수의 사회적 책무와 양심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그것은 먼저 학교 내에서 함께 공부하고 생활하는 조직 구성원들을 살피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하지 않을까.

   최저시급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업을 병행해야 하는 제자들, 단식농성과 고공투쟁까지 불사하며 정의와 올바름을 말했던 학생들, 점심시간마다 본관 앞에 서서 피켓을 들고 투쟁하는 청소노동자들, 여러 직책을 겸직하며 교내 행정을 돌보고 있는 교직원들, 한파에도 교정에 서서 주차관리를 하는 직원들, 2교대로 근무를 서는 경비관리요원들과 함께 대학 안에서 교수들은 연구와 교육이라는 노동에 종사한다. 이 중 어느 하나라도 없으면 서로의 존재, 노동은 빛을 잃는다. 이 당연한 사실 앞에서 ‘상생’은 때로 너무 먼 당위처럼 잊혀지곤 한다.

   올해 스승의 날, 교수협의회는 교원을 비롯한 청소·경비·주차관리 노동자들에게도 감사의 작은 선물을 나누었다. 각 개인이 홀로 표현하기 어려운 고마운 마음을 교협이라는 단체의 이름 위에 얹어 전달하는 실천을 한 것이다. 별 것 아닌 이벤트일 수도 있지만, ‘함께’를 잊지 않는 것으로부터 조직은 비로소 의미를 가질 수 있다.

   학교 안에도 많은 조직들이 있다. 학생들은 학생회와 동아리 등의 단위 조직 속에서 활동하고, 교직원과 청소노동자들도 각각 직원노조, 청소노동자노조, 강사노조 등으로 ‘함께’하는 조직 속에서 서로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목소리를 낸다. 얼마 전에는 대학원생들도 ‘대학원생노조’를 발족했다고 하니, 1980년대의 민주화운동에 못지않은 ‘조직’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함께’여야 할 수 있는 일들이 있고, ‘함께’라서 할 수 있는 말들이 있다. 그리고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함께’ 바깥의 ‘함께’를 바라보는 일이다.

   학내 갈등과 반목이 걷잡을 수 없이 격화되어 학교가 온통 천막촌이 되었던 것이 불과 몇 년 전이다. 학생·교수 할 것 없이 단식과 고공농성, 피켓 투쟁이 일상이었다. 지금도 팔정도에는 피켓이 낯설지 않다. 누군가가 단식을 하고 첨탑에 오르고 피켓을 들기 전에, 그들을 동악에서 ‘함께’하는 구성원이라고 생각하고 귀 기울인다면 굳이 갈등과 투쟁은 시작되지 않을 것이다. 당사자 집단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누가 그 목소리에 ‘함께’ 귀 기울이고 ‘상생’을 위한 연대를 해나갈 것인가에 있다. 교수협의회-교수노조가 나아갈 지향도 바로 거기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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