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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풍경] 채송화 밭에서
[206호] 2018년 11월 19일 (월) 배 창 환 시인
   
 
     

마당귀 흔들리는 고목 감나무 그늘에 햇살 들었다 말다 하는, 시멘트 바닥 한 줌 깨져 나간 자리

차진 흙 몇 줌 옮겨오고, 울퉁불퉁, 애기주먹만 한 돌멩이 몇 알로 쬐그만 우물 모양 동글게 경계 짓고,

그 속에, 백일홍 그늘에 치여 키만 멀쑥하니 희멀개진 채송화 두어 녀석 데려와 앉혀놓고 만세, 불렀는데

 

심심한 날에 낡은 우물에 얼굴 비추듯 쪼그려 앉아 찬찬히 그 속을 들여다보니

언제 날아왔는지, 배암초 떡 벌어진 어깨들이 그 비좁은 방을 다 차지해버려

근근이 친 채송화 새끼들 핏기 하나 없는 누런 얼굴들, 일렬로 줄지어 모가지를 쑥 빼들고는

우물에 빠진 가을하늘 같은 처량한 눈 하나씩 달고, 배암초 그늘 피해 난민처럼 오락가락하는 중이었다

 

나는 요런 얄미운 배암초들, 모조리 뽑아 던지려다 말고, 채송화 길만 살짝 틔워 주고 못 본 체 돌아섰다

 

<시인 소개>

1981년 세계의 문학 등단

시집『소례리 길』,『흔들림에 대한 작은 생각』,『백두산 놀러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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