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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서서평]여성주의적 미술사 혹은 표상문화연구의 현재지평
Lynda Nead, The Tiger in the Smoke:Art and Culture in Post-War Britain, Yale University Press, 2017.
[206호] 2018년 11월 19일 (월) 윤재민 문학평론가
   
     

   소위 문·사·철이라 일컬어지기도 하는 인문계열 연구란 자기 분야의 연구사와의 끊임없는 투쟁이다. 대세가 되는 연구사조의 흐름을 성실히 따라가면서도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은 채 그 안에 존재하는 균열을 찾아낼 안목과 지구력이 연구자에게 요구된다. 연구자가 자신의 안목으로 발견하여 정련된 학술언어로 표현한 연구사 속의 균열을 우리는 독창성(originality)이라 부른다. 그리고 그가 발견하여 세상에 내놓은 독창성의 수준에 따라 연구자의 우열이 가려진다. 어떤 균열은 인류역사상 누구도 밝혀내지 못한 획기적인 발견(breakthrough)일 때도 있는 반면 다른 균열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기도 한다. 이는 학술공동체가 인류에 기여하는 가운데 구축한 냉혹한 장의 논리다.
    미술사가 린다 니드는 언제나 자신의 분야에서 획기적인 균열의 선봉에 선 인물이다. 그녀는 전통적인 마르크스주의 미술사방법론인 사회적 미술사를 여성주의적 관점으로 확장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녀는 여성 미술가 및 작품에 주목하는 전통적인 여성주의 미술사의 관점을 넘어 ‘미술’이라는 담론구조의 전개가 성차별적 문화의 형성과 지속에 일조한 역사성을 정교한 표상연구로 선보여 왔다. 그녀의 최신작 The Tiger in the Smoke: Art and Culture in Post-War Britain은 린다 니드의 여성주의적 미술사 및 표상문화연구의 관점을 미술작품에서 영국의 전후(post-war)문화 전반으로 확장한 획기적인 역작이다. 책의 도입에서 그녀는, 전후 영국 마르크스주의 문화연구의 기초를 닦은, 레이먼드 윌리엄스가 주창한 문화연구의 독창적인 개념인 감정구조(structure of feeling)에 주목한다. 린다 니드는 레이먼드 윌리엄스의 감정구조가 기존의 연대기적 논리만으로는 도저히 파악할 수 없는 전후문화 특유의 문화현상, 즉 공시성의 확대에 따라 출현한 역사적인 개념이라 주장한다. 전후 영국은 전쟁의 상흔인 폐허(ruin)와 폭격지대(bombsite)를 새로운 삶의 조건으로 받아들인 채로 빅토리아 시대의 영광을 재건해야 함과 동시에 신 테크놀로지의 확산과 후기식민지적 유산이라는 새로운 시대조건에 적응해야 했다.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역사적 조건은 영국의 문화적 지형을 새롭게 재편했다.
   린다 니드는 이러한 재편과정에 녹아들어간 감정구조를 시각문화의 색채감각으로 조망한다. 이를 위해 그녀의 장기인 당대 미술뿐만 아니라 전후 사진작품, 영화 이미지, 상품광고, 의복 디자인 등의 시각문화 전반을 종횡한다. 크게 세 챕터로 구성된 이 책은 흑백, 컬러, 가정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전후 영국 시각문화의 감정구조를 대상을 재현하는 색채의 강도(intensity)에서 찾는다. 첫 번째 챕터는 폭격으로 인한 폐허 속에서 실업과 가난이 일상의 풍경이 된 런던을 재현하는 기제로 안개(fog)가 재등장한 역사적인 맥락을 추적한다. ‘런던의 안개’는 극심한 빈부격차에 따른 범죄와 가난의 마굴이었던 빅토리아시대 도시대중문화에서 런던을 재현하는 중요한 클리셰였다. 이는 전후 영국의 암담한 일상 풍경을 재현하는 모노톤 사진을 비롯한 시각문화로 재매개 된다. 두 번째 챕터는 전성기를 지나 점차 쇠락하는 대영제국 내셔널리티의 불안이 새로운 인종과 도시문화에 의해 다양한 색채로 재현되는 감정구조를 분석한다. 마지막 챕터에서는 재건과 함께 도래한 가정문화의 감정구조를 부엌과 여성복 디자인의 색채로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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