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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소묘]범죄자의 정신질환 여부는 어떻게 판별할까
정신과의사가 말하는 ‘정신감정’ 이야기
[206호] 2018년 11월 19일 (월) 한 경 호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탑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 사진출처 : ClipartKorea  

   온 국민을 격분하게 만든 ‘PC방 살인사건’의 피의자 김성수는 국립법무병원(치료감호소)안 어딘가에서 곧 발표될 정신감정서의 결과를 기다리며 초조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한편 담당 정신과의사는 그와 관련된 자료들을 검토하느라 고심에 또 고심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이 사건은 정신질환자의 감형 문제에 대한 커다란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사람들이 의문을 제기하는 부분은 바로 이것이다. 그냥 법적 절차를 밟으면 되지 왜 굳이 병원에 데리고 가서 정신감정을 하는 걸까? 범죄자의 정신질환 여부는 어떻게 판별할 수 있는 것일까?
아주 단순히 말하자면 정신감정은 범행 당시 제정신이었나 아니었나를 판단하는 것이다. 적당히 제정신이 아니면 ‘심신미약’, 완전히 제정신이 아니면 ‘심신상실’로 분류된다. 그것은 책임무능력, 심신장애, 사물변별능력, 의사결정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되는 매우 복잡한 개념이다.
   필자 역시 정신감정의뢰를 받은 적이 있었다. 지적장애자였던 피감정인은 방화살인혐의를 받고 있었는데, 범행 당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일관되게 주장하였고, 이에 재판부는 심신장애 정도를 따져보기 위해 감정의뢰를 결정하였다. 당시 감정의뢰서에서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질의를 받았다. ‘피감정인의 주증상과 정신의학적 진단은 무엇이고, 그렇게 판단한 이유를 구체적인 검사소견들과 함께 제시하라, 피감정인이 범행 당시의 기억이 없다고 진술하고 있는 바, 기억력 및 사고능력, 언어표현 능력 등의 현재 기능이 어떠한 수준이며, 피감정인이 갖고 있는 정신질환에서 특정 사건의 기억을 하지 못하는 임상 양상의 빈도를 제시하고, 이러한 종합적인 판단을 통해 실제 범행 당시 기억을 하지 못했을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지 밝히고, 이에 대한 근거를 첨부하라..’
   위의 실례에서 보듯, 정신감정서 그 자체에 심실미약 혹은 심실상실 유무가 쓰여 있는 것이 아니며, 정신감정은 심실미약 혹은 심심상실 여부를 재판부가 결정하기 위한 법률적 자료 및 증거로써 활용된다.
   정신감정 절차는 다음으로 소략할 수 있다. 우선 의료기관에서 사법기관의 감정의뢰를 수락하면, 곧 대상자가 보통 3인 이상의 경찰관과 동행 하에 병원의 정신과 보호병동으로 오게 된다. 감정기간은 보통 2~4주 정도이며, 대상자는 일반 환자들과 똑같이 입원생활을 한다. 특별한 혜택은 없으며, 타환자들에 비해 각종 검사와 면담 시간이 훨씬 많다는 점이 다르다.
기본적인 건강 검진을 포함하여, 뇌영상촬영(Brain CT, Brain MRI, FMRI 등), 뇌파검사, 심리검사 등도 실시한다. 피검사나 MRI 촬영 같은 검사가 왜 필요한지 궁금증이 들 수 있는데, 이는 정신과적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 뇌/전신질환을 찾아내기 위함이다. 육체와 정신은 상호 긴밀하게 영향을 주므로, 몸 상태에 따라 감정도 변화하고 행동도 달라 질 수 있다. 예컨대 갑상선질환에서 기분장애(우울병 혹은 조울병)에서 보이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만약 갑상선기능저하증을 우울병으로 판단해서 치료하거나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으로 결론 내린다면 심각한 오류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신감정에서 임상병리검사와 뇌영상검사는 반드시 필요한 절차이다.
   다음으로 심리검사는 평가 내용에 따라 일반심리검사와 신경심리검사로, 검사방법에 따라 자기보고식 검사와 측정가용 검사로 나뉜다. 후자부터 살펴보면, 설문지를 보고 환자가 직접 작성하는 것이 자기보고식 검사이고, 검사자가 피검사자와의 면담 및 평가를 통해 얻은 자료를 통해 평가하는 것이 측정가용 검사이다. 일반심리검사는 주로 생각/감정/성격/행동/태도 등을 측정하는 반면에, 신경심리검사는 인지기능(주의력/지남력/기억/언어/실행기능/시공간구성능력/추상적사고 등)의 평가가 그 핵심이라 하겠다.
   이런 심리검사는 담당의와 임상 심리사가 하게 된다. 필요에 따라 드라마·영화에서 흔히 접하는 ‘one-way mirror(속칭 매직미러)’가 있는 면담실을 이용하기도 한다. 그리고 간호사는 병실 밖 공동생활공간의 CCTV와 병동 안 스테이션을 통해 항시 피감정인의 일거수 일투족을 면밀히 확인하고 기록한다. 이러한 일련의 모든 정보들을 바탕으로 하나의 정신감정서가 만들어진다.
이 글이 신문에 실릴 때쯤, 김성수의 정신감정 결과가 나올 것이다.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간에, 정신감정은 객관성과 전문성을 최대로 끌어내기 위한 전문가집단의 노고를 통해 이루어지는 과학적 절차임을 독자들이 조금이나마 이해해 준다면, 이 글을 쓴 목표의 반은 이뤘다고 자평하고 싶다.
무엇하러 극악무도한 범죄자에게 정신감정을 하느라 세금을 낭비하는가, 감형 받으려고 쇼하는 것이니 당장 관련법을 폐지시켜라, 그 기간 동안 편히 쉬게 해주는 것 아니냐 등 분노 어린 목소리도 많지만, 정신감정의 필요성과 의의는 너무나 절실하고 상상외로 엄청나다.
   그 실례로, 미국은 현재 청소년 강력범죄자에게 종신형을 선고하지 않고, 이미 종신형을 선고했던 판결에 대해 사면의 기회 부여 여부를 재심사하고 있다. 그 이유는 뇌 과학에 기반 한 정신감정을 통해 10대의 뇌는 성인에 비해 공격성 및 충동성을 관장하는 뇌 부위의 발달이 아직 부족하다는 사실을 입증했고, 이를 연방중앙법원에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이렇듯 정신감정은 한 나라의 사법체계를 바꿀 수 있으며, 그로 인해 사람의 운명까지 바꿀 수 있는 강력한 동인이 된다.
   마지막으로 팔달산 토막사건의 범인의 정신감정을 수행한 국내 최고 뇌전문가 중의 한명이며 정신과의사나인 류인균 교수(이화여대 뇌융합연구소 소장)의 말을 인용하면서, 마치고자 한다. “살인자에게 정신병이 있으니 풀어주라는 뜻이 절대 아닙니다. 잘못한 만큼 벌주는 것은 당연하죠. 다만 피고인을 잘 이해하고 재판해야 한다는 겁니다. 뇌에 문제가 있어 공감능력이 떨어지고 충동을 억누르지 못하는 사람에게 어떤 형을 내릴지,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 채워 교화할지도 생각해 보자는 얘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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