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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 20대, 과연 보수화 되었는가?
- 신자유주의 시대의 20대 대학생의 보수화는 극복할 수 있는가?
[142호] 2007년 06월 04일 (월) 손우정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상임연구원

   
 
   
 
대학생의 처지에서 출발한 새로운 운동이 필요하다
민주화를 이끌었던 진보의 상징 대학생. 최근 그들의 ‘보수화’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논란의 배경에는 진보의 사회적 영향력이 위축된 상황에서 ‘대학생들마저도’ 보수화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감이 자리 잡고 있다. 진보의 위기의식이 반영되어 있는 셈이다.

그러나 정말 대학생이 보수화했는가에 대해서는 상반된 분석이 존재한다. ‘진보’와 ‘보수’라는 말 자체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떻게 측정할지 명확한 합의가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우익적 정책을 ‘좌파신자유주의’ 식으로 정의하는 대통령이나, 아무것에나 ‘친북좌파’ 딱지를 붙여대는 우익세력의 사실 왜곡이 큰 이바지를 했다. 그럼에도, 각종 의식조사결과는 지금의 대학생이 대체로 추상적 수준에서는 진보적 성향을 보이기도 하지만, 구체적인 현실 판단은 보수적으로 하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준다.

2006년 9월부터 12월까지 진행된 수도권 10개 대학 학생 615명의 의식조사결과에 따르면 오늘날의 대학생은 과거 대학생이라면 당연히 갖고 있었을 ‘친노동·반자본 의식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 특히 학년이 높을수록 ‘보수적 응답’이, 학년이 낮을수록 진보적 응답이 더 높은 경향을 보여 대학이 대항이데올로기 형성기구로서의 성격을 점차 잃어버리고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했다.

20대 정당지지율 또한 최근 극적인 변화를 보였다. 현재 대표적 우익 정당인 한나라당이 가장 많은 지지를 얻고 있고, 개혁을 상징‘했던’ 열린우리당과 함께 ‘진보’정당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운동권의 대학 총학생회선거 당선율도 꾸준히 추락했다. 이런 점만 보면 적어도 현실 정치 측면에서 20대가 보수화했다고 말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났을까? 물론 ‘보수화’가 대학생에게만 일어난 현상은 아니다. 국민정치의식에 대한 조사결과는 최근 3-4년간 거의 모든 집단에서 보수화가 진행 중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오히려 사람들은 보수화한다는 주장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생 보수화에는 지배이데올로기에 포섭되지 않는 대항이데올로기의 전파자 역할을 했던 학생운동이 90년대 중반 이후 급속하게 위축되고 있는 사실도 한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전면적인 보수화가 진행되더라도 지배이데올로기에 맞설 대항기구를 가진 집단은 보수화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마치 진보를 대표하는 듯 자임했던 정권의 실패가 진보 자체에 대한 회의감을 유포시켰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측면보다 대학생 보수화의 원인을 더욱 근본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은 대학생의 사회적 지위 변화다. 과거 최고 직장은 아닐지라도 대학 입학과 동시에 어느 정도 안정된 사회적 지위를 획득할 수 있었던 대학생은 1990년 중반 대학설립 자유화 조치 이후 급격히 수가 증가하면서 특권적 지위를 상실하기 시작했다. 1975년 인구 만 명당 66.7명에 불과했던 대학생 수는 2006년 623.2명까지 확대되어 현재 총 3백만 명에 이른다. 1990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한 학생은 10명 중 3명에 불과했지만(33.2%), 지금은 8명(82.1%)이 대학생이 된다.

이 뿐만 아니다. 1995년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한 ‘신자유주의적 교육정책’은 교육을 상품화하고 여기에 시장원리를 도입하여 효율성과 질을 높이겠다고 선언했다. 1996년부터 도입된 학부제는 사회문제의 근원을 집단적으로 토론하고 체험할 수 있었던 대학공동체를 파괴하면서 취업이 보장되는 학과 진학을 위한 치열한 내부경쟁을 유도했고, 가계소득상승률을 넘어서는 등록금 인상과 취업을 위한 사교육비는 졸업을 앞둔 4학년에게 평균 640만원의 부채를 안겨 주었다.

졸업을 하더라도 대학생의 ‘안정적 삶’은 보장되지 않는다. 2006년 현재 20대 실업률은 7.3%로 전체 실업률 3.3%의 2.2배에 이르지만, 취업준비중인 비경제활동인구(취업을 준비 중이지만 4주 내에 구직활동을 하지 않아 실업자로 분류되지 않은 자)까지 포함하면 전체 실업률의 4배에 이르며, 아예 구직을 포기한 이들에 대해서는 통계조차 없다.

대학을 통해 신분상승이 가능했던 것도 옛 이야기다. 2007년 서울대 신입생 1,46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소득 수준이 상위 10%에 들어가는 학생이 전체의 39.8%였고, 상위 20%에 속하는 학생은 전체의 61.4%에 달했다. 반면 정부의 생계 지원을 받는 기초생활보호 대상자는 25명에 불과했다. 부모의 계급과 소득수준에 따라 대학진학률이 달라지는 ‘학력 대물림’ 현상은 계속 심화되고 있다.

오늘날 대학생은 취업, 토익, 어학, 공무원시험, 각종 공모전 준비로 80년대 혁명가들만큼이나 바쁘게 살아간다. 경제적 압박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불확실한 가능성을 향해 쉬지 않고 달리게 한다. 진보적 학생운동 위축으로 조직화·의식화 수단과 공간을 박탈당한 ‘신자유주의시대’의 대학생들은 그 빈자리를 정치적 무관심과 냉소로 채워 넣었다. 오로지 경제적 성공을 위해 자본의 요구에 자신을 끼워 맞추는 보수적 삶을 살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대학생의 보수화는 극복할 수 있는가? 물론 가능하다. 대학생 정치의식에 관한 각종 설문조사 결과를 자세히 살펴보면 응답 속에 상반된 가치가 혼재하고 있는 경우를 흔하게 볼 수 있다. 과반수가 앞으로 진보정당이 우리나라를 이끌어 가야 한다고 답하면서도 한나라당을 지지한다거나, 구조조정은 필요하지만 나는 제외되어야 하고, 노동운동은 싫지만 노조에는 가입하겠다는 식이다. 이것은 대학생의 보수화가 확고하게 자리 잡혀 있는 세계관적 정치의식을 반영하기보다 즉자적인 ‘선호’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기반이 허술하여 언제든지 쉽게 무너질 수 있는 ‘불완전한 보수화’인 것이다.

그러나 보수화 극복을 위한 대안이 광범위한 동의를 얻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금 상황을 ‘문제’라고 단정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과거가 ‘비정상’이었고, 지금이 ‘정상’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고, 심지어 어떤 사람은 좀 더 보수화되어야 한다고 말할 수도 있다. 따라서 대학생 보수화가 문제라는 인식은 주관적인 것이며, 보수화에 대한 대안 역시 ‘당위’가 아니라 ‘선택’일 수밖에 없다.

주관적 선택으로서 대학생 보수화의 극복은 과거처럼 역사적 대의를 위해 헌신을 강요하는 방식이 아니라 대학생이 가진 자기 요구를 해결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자신이 처한 현실이 개인적인 한계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모순에서 기인한 ‘필연적 우연’이라는 점을 자각하고 이런 요구를 주체적으로 조직화할 때 보수화는 발붙일 공간이 없다.

대학생의 자기요구는 또한, 지향이 같은 다른 계급과의 연대로 이어져야 한다. 프랑스 최초고용계약법 반대를 위한 10주간의 투쟁에서 노동자들과 학생들은 이것이 어떤 제도 하나를 막는 것이 아니라 신자유주의의 거대한 흐름을 저지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같이하면서 큰 성과를 남겼다. ‘평범’해진 대학생이 ‘평범’한 노동자와 연대하는 것은 ‘미래의 계급적 이해관계’ 때문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대학생이 진보화되어야 하느냐 보수화되어야 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것이 대학생의 삶을, 평범한 국민들을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느냐이다. 대학생 진보화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다면, 그 길로 갈 수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보수화의 극복은 어려울 것이다.

역시 판단과 선택은 대학생 스스로의 몫이다.

손우정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상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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