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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으로 살아간다는 것] 어느 대학원생의 불안
[205호] 2018년 10월 01일 (월) 불안한 재학생

   나는 인문학을 공부하는 석사 4학기 재학생이다. 대학원을 들어오기 전에 짧게나마 직장생활을 해서 돈을 모았고, 운이 좋게 석사과정 내내 연구조교(교수님 방 조교)와 조건 좋은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느끼지는 않았다. 그러나 등록금과 생활비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었음에도 부모님은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대학원을 다니는 것을 불안해하며 지속적으로 반대를 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학원생 대부분 듣는 질문이겠지만, 부모님을 포함한 주변인들은 그 공부를 해서 어디에 써먹을 수 있는지, 돈을 얼마나 벌 수 있고 졸업 이후에 어떻게 살게 될 것인지를 물었다. 나는 그 질문들에 대해 분명하게 대답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입학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마주친 선배 몇몇은 더 늦기 전에 대학원을 떠나야 한다고 농담 섞인 말을 던졌다. 그들이 대학원에서 공부하면서 견뎌야 하는 많은 것들을 일러줄 때는 그 말이 농담으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알았다. 질보다 양이 중요시되는 논문 실적의 압박, 정규직은커녕 시간강사 자리도 구하기 어려운 미래, 잦은 평가와 비교로 인해 낮아지는 자존감, 연애나 결혼과 같이 ‘평범한 삶’을 기약 없이 미루거나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점 등을 그들은 진지하게 이야기했다. 이제 막 공부하겠다고 들어온 후배에게 대학원 다니는 것을 다시 생각해 볼 것을 권유하는 선배들의 심정이 이해되는 한편, 언젠가 내가 후배에게 그런 말을 하는 선배가 될 것을 상상하면 끔찍해졌다.

   그러니까 대학원 안팎에서 공부하는 삶에 대해 지지하는 사람을 만나기란 어려웠고, 공부는 할수록 대학원생으로서의 삶에 확신을 가져다준다기보다 더 막연하고 모호한 세계로 데려가는 듯했다. 마음은 점점 조급해졌는데 그럴 때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 질문이 생겨나기도 했다. ‘나는 계속 공부를 해도 괜찮은 사람인가?’와 같은 질문 말이다. 처음에는 공부를 하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이었는데, 점차 공부를 하는 것에 무슨 자격증이라도 있는 것처럼 정체성의 문제 그러니까 내가 공부하는 사람이 될 수 ‘있는지, 아닌지’를 따져 묻는 것으로 변하게 되었다. 차라리 정말로 공부를 해도 괜찮은 사람인지를 평가하는 자격시험이라도 명확하게 있으면 좋았을 것이지만, 알다시피 그런 것은 없어서 이런 질문은 때때로 지도도 없이 길을 잃어버린 것 같은 기분을 만들어버린다.

   이미 대학원에 들어왔지만, 자신이 공부를 계속 지속해도 괜찮은지 망설이는 원우들이 나 뿐만은 아닐 것이다. 물론 계속 공부를 할지 말지는 개인이 선택해야 하는 것이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관념에 불과한 ‘공부해도 되는 사람’이라는 자격을 설정하고 그것에 비추어 현재의 자신을 초라하게 여기거나, 그것에서 미달한 자신을 끊임없이 채찍질하며 스스로 가치 없는 사람이 될 것이라는 불안에 시달린다는 점은 공동의 문제다. 계속 공부하려는 사람에게는 끊임없는 자기착취를, 떠나려는 사람에게는 열패감을 안겨주는 이 불안의 구조를 벗어나게 해줄 지도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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