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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칼럼] 나는 연구를 할 수 있을까?
[205호] 2018년 10월 01일 (월) 홍정모 컴퓨터공학과 부교수
   
 Pablo Ruiz y Picasso, <The Dream>, 1881.
     

   이 그림(위 그림)은 유명한 미술가 파블로 피카소의 ‘The Dream’이라는 그림이다. 피카소가 1932년 51세 때 그렸고 가격은 $155M, 한화로는 1732억원 정도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피카소의 그림을 보면서 생각한다. “우와 애들 장난 같은 그림으로 유명한 미술가가 되다니!”

 

   
  Pablo Ruiz y Picasso, <Science and Charity>, 1897.  
 

   이 그림(위 그림)을 보면 “그림 좀 그리는 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 비전공자들에게는 위의 장난같은 그림보다 이런 그림이 난이도가 높아보이고 그리기도 더 힘들어 보인다. 그런데, 이 그림도 피카소 그림이다. 17살때 그린 초기 작품으로 이름은 ‘Science and Charity’라고 한다. 피카소는 그 당시 보편적으로 공부해야 하는 미술 기법들도 능숙했다. 절대로 기초 과정을 건너 뛰고 희한한 아이디어로 우연히 스타가된 것이 아니다.

   나의 석사과정을 지도해주신 한순흥 교수님께서는 종종 연구는 벽돌 하나 쌓는 것이라고 말씀을 하셨다. 그때는 이해를 못했지만 요즘은 나도 제자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고 실제로 많은 경우에 힘이 된다.

   나는 여기에서 두 가지 의미를 본다. 하나는 너무 부담을 갖지 말라는 뜻이다. 너무 대작을 내려고 하면 아무것도 못 낼 수 있다. 과학도 사람의 일이다. 인간의 한계를 벗어나는 일을 모두에게 혹은 후속 세대에게 요구하지는 않는다. 보편적으로 이용할 수 있고 객관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업적이라면 그 크기와 무관하게 인정을 해준다.

   두 번째 의미는 벽돌을 하나 더 얹기 위해서는 벽돌이 아직 쌓이지 않은 곳까지 올라가야 한다는 점이다. 다행히도 요즘은 오픈 소스 같은 디딤돌이 여기저기 널려있다. 예전과 같이 특정 연구실에서 비전같이 내려오는 코드를 물려받아야만 연구를 할 수 있던 시대는 거의 끝났다. 스스로의 의지와 노력으로도 큰 성과를 이룰 수 있는 시대이다. 그러나 ‘절대로 건너뛸 수는 없다’.

   어린 아이한테도 크레파스 쥐어주면 그럴듯한 그림을 그려낸다. 하지만 아무도 그 아이가 피카소와 같은 예술성을 발휘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과학 분야는 이러한 점에 대해서 더 엄격하다. 누군가가 오픈 소스를 신나게 돌려보다가 약간의 개선을 해서 더 나은 결과를 얻었다고 해도 훌륭한 연구로서 인정받기까지는 거쳐야 할 과정이 길다.

   인정받고 싶다면 보편성과 객관성을 ‘그 분야 전문가들에게 그 분야 전문가들의 언어로’ 증명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 위에 다른 누군가가 다시 벽돌을 얹을 수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과학계는 역사적으로 바닥이 무너지는 실패 사례에 대해서도 충분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위험 신호가 나타날 때마다 커뮤니티에서 누군가에 의해 자정 작용이 시작된다.

   ‘내가 연구를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면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명확하다. 그것은 바로 기존 기술의 재구현 능력이다. 논문만 보고 그것과 동일한 기술을 스스로 구현해낼 수 있는가이다. 피카소가 전통적인 미술 기법을 충분히 익힌 후에 새로운 기법을 창안해내었듯이 당신도 당신의 기초를 단단하게 굳혔는지 생각해보기를 바란다.

   연구직이나 학계로 가는 길은 절대로 짧지 않고 평탄하지도 않다. 눈앞의 길이 차가 막힐 때 우회한다고 목적지에 더 빨리 도착하는 경우는 드물다. 혹여, 시간을 아꼈다 하더라도 다른 것을 더 소모하게 되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만약 내가 지름길로 가고 있다고 느낀다면 아직 인식하지 못하는 문제를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처럼 껴안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아야 할 날이 점점 길어지고 있는 이 시대에 잠깐 반짝하고 가라앉을 전략으로 인생을 걸고 모험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종종 자신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요즘은 공부하기 엄청나게 편한 시대다. 유튜브로 편하게 아무 때나 강의를 볼 수 있고 어느 커뮤니티든 뚱딴지같은 질문에 대해서도 전문가가 나서서 답을 해준다. 자신의 능력에 대해 충분히 살피고 결정을 하되 이미 결정했다면 뒤돌아보지 말고 묵묵히 가던 길을 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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