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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비평] 성폭력 가해자의 시각
섹스와 젠더, 혐오사회에 대한 도전
[204호] 2018년 06월 04일 (월) 나임윤경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
   
  △ 사진출처 : ClipartKorea  

  법조계가 촉발시킨 이후 ‘운동’이라 불릴 만큼 확장성을 지속하던 미투!가 어느새 주춤하고 있다. 그런 까닭에 최근 용기 내준 모델계의 젊은 그녀들에게 이전보다 더 큰 WITH YOU!를 보낸다. 그럼에도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보건대 미투! 운동이 피해자에게 사필귀정의 진리를 안겨줄 것 같지는 않다. 이 문제를 바라보는 구성원 대부분의 시각이 가해자의 그것과 닮아 있기 때문이다.

  다른 범죄와 달리 ‘증거’ 확보가 쉽지 않은 성폭력은 피해자들이 직접 “내가 바로 증거다.”라고 외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얼굴과 이름을 드러내는 극단의 방법으로 미투!를 한다 해도 사람들은 가해자의 시각으로 피해자를 의심하고 왜곡하며, “꽃뱀” 한 마디로 그녀의 진실과 고통을 묵살한다. 다가 올 2차, 3차 피해를 무릅쓰고 피해 사실을 드러낸 피해자이므로 신뢰 받아 마땅하지만, 성폭력 피해자를 쉽게 의심하는 한국 사회는 피해자 중심주의 대신 그녀의 행실을 따지고 묻는 피해자 비난, 그리고 역고소를 우선한다. 이런 분위기가 반전되지 않는 한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지금까지처럼 다시 ‘침묵’을 택할 것이고, 결국 미투!는 해결되지 않고 그냥 잦아들고 말 것이다. 한국이 성폭력 가해자에게는 더 없이 좋은 곳이 되는 이유이다.

  “언제 있었던 일인데 지금 말해?”는 피해자에 대한 노골적 의심을 감추거나 정당화하려 할 때 하는 말이다. 수개월 전, 수년 전, 수십 년 전의 일이지만 피해의 그 날을 오늘처럼 살아 온 피해자는, 가해자가 눈에 띌 때마다 피해의 그 순간을 생생하게 마주한다. “언제 있었던 일을 지금 꺼내냐”는 비난은 그러므로 피해자의 시간성에 대한 몰이해일 뿐만 아니라 그 순간을 온전히 잊고 싶어 하는 가해자를 변호한다.

  “니 발로 모텔에 갔잖아” 역시 피해자 의심에 대한 다른 말이다. 가해자는 물론 가해자의 시각을 가진 사람들은 모텔, 침대, 샤워 등을 바로 섹스와 등치시키는 인식장애를 갖고 있다. 술 깨기 위해 모텔에서 쉬고 싶어 하거나, 졸음을 쫓기 위해 침대에 잠깐 눕거나, 정신을 수습하기 위해 몸을 씻는 행위를 모두 섹스를 원하는 ‘상징’으로 이해하고 싶어 한다. 따라서 피해 여성의 이러한 행위는 가해자 중심적 한국 사회의 인식 체계에 따라 “너도 원했잖아”로 이해된다.

  영화 <살인의 추억> 속 배우 송강호의 명대사 “강간 공화국”은 피해자를 비난함으로써 가해자를 옹호하려는 맥락에서 탄생한다. “합의 하에 했다” 역시 피해자에 대한 의심을 합리화 한다. 상관의 갑질에 속수무책인 사람들도 상관에 의한 성폭력에 대해서는 “저항할 수 있었을 텐데”라며 피해자를 불신한다. 이러한 일상을 사는 우리들이 피해자에 대해 2차, 3차 가해를 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착각이다. 피해자를 향해 언급한 질문과 비난을 한 번이라도 해 보았거나 떠올린 적이 있다면, 아마도 당신이 성폭력 사건 해결의 사필귀정을 막고 있는 바로 그 사람일지도 모른다. 우리 대부분은 성폭력 가해자의 시각을 갖고 있다, 나도 당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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