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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갑질 근절, 교수인성에만 기댈 수 없다
[204호] 2018년 06월 04일 (월) 대학원 신문

  또다시 대학 내 갑질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지난 5월 ‘서울대 H교수’의 솜방망이 징계 소식(3개월 정직)에 해당 학과 박사과정 학생들이 집단 자퇴서를 제출했다. H교수는 평소 학생들에게 폭언과 성희롱을 하고 연구비 횡령 의혹으로 교육부 감사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학생들은 “H교수가 파면되지 않고 학교로 복귀할 시 그를 고발했던 학생들은 더욱 심한 갑질에 시달려 학계를 떠나게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언론을 통해 대학 내 갑질 문제가 보도된 사례는 적지 않다. 그 중 가장 사회적인 충격을 주었던 것은 교수가 자신의 지도 제자에게 2년 여 동안 인분을 먹인 사건(‘인분교수’)과 대학원생 조교가 8만 장 분량의 논문을 스캔해야 했던 사건(‘스캔노예’)이다. 교수와 학생 간의 관계가 절대적으로 중요할 수밖에 없는 대학원에서는 외부인의 시선으로 이해 불가능한 폭력이 발생하기도 한다.

  사실 ‘인분교수’나 ‘스캔노예’ 사건은 굉장히 극단적인 예이다. 모든 대학원생들이 이토록 극심한 갑질이 벌어지는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다수의 대학원생들은 언론이나 주위 다른 대학원생으로부터 전해 듣는 각종 ‘대학원생 잔혹사’를 접하면서 자신이 그런 상황을 면했음에 안도한다. 더불어 자신의 지도교수가 훌륭한 인품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에 새삼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기도 한다.

  최근 어느 토론회 자리에서 대학원생 A가 했던 발언은 이러한 상황을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제 친구는 수업시간에 뺨을 맞고 발차기를 당한 적이 있어요. 물론 저희 교수님은 전혀 그러지 않으십니다. 좋으신 분이예요.”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할 점은 대학원생 A가 ‘뺨을 맞고 발차기를 당하지 않았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대학원은 그런 일이 ‘발생하는 것이 가능’할 정도로 비대칭적인 권력 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공간이며, 원생들은 그런 곳에서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쪽에서 상대방의 뜻을 거역할 수 없는 경우, ‘갑’이 별 생각 없이 행하는 일들은 ‘을’에게 상처를 준다. (무심코) 몇 번이나 논문 지도 날짜를 잊어버린다거나, (무심코) 밤늦게 연구실로 불러 일을 시키면서 “혹시 피곤한 건 아니지?”하고 물어본다거나, (무심코) “주말에 함께 쇼핑을 하러 가면 좋을 것 같다”고 말하는 것들. 수평적인 관계에서라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일도 경우에 따라서 갑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갑’이 매순간 스스로를 검열하고 노력하지 않는 이상, 갑질은 너무나도 쉽사리 일어난다.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되어야 할까. 갑에게 더 경각심을 가질 것을 당부해야할까. 지난해 여러 대학에서는 대학원생 권리장전을 선포하였다. 권리장전 전문에는 ‘대학원생의 자기 결정권, 조교로서의 권리, 사생활의 자유와 거부권’ 등 대학원을 인간의 존엄성이 존중받는 평등한 지적 공동체로 만들기 위한 여러 조항들이 나열되어 있다.

  대학원생 권리장전의 내용을 기초로 하여 조금 더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규율들을 만들어 ‘해서는 되는 일’과 ‘안 되는 일’을 명문화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그에 대한 상벌 규정을 도입하여 실효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학생에 대한 주관적인 평가항목들을 최대한 배제할 수 있는 방법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교수의 재량권이 높을수록 갑을관계가 극명해지는 것은 두말할 것 없는 사실이다. 언제까지 지도교수가 ‘좋으신 분’이라는 사실에 의존할 수 없다. 우리는 ‘덜 좋으신 분’이거나 ‘안 좋으신 분’께도 을질하지 않을 자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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