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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사회를 진단한다
김병준 전 부총리와 교수사회의 관행, 어떻게 볼 것인가
[135호] 2006년 09월 04일 (월) 허영수 교수신문 기자

잠시 돌아보자. 김 병준 전 교육 부총리 사태는 김 부총리가 제자의 논문을 표절했다는 의혹에서부터 시작했다. 이후, 언론 등은 김 부총리가 연구비를 이중 수령했다던가, 논문을 중복 게재했다던가, 용역을 대가로 학위를 수여했다던가 하는 등의 크고 작은 의혹들을 계속 터트렸고, 김 부총리는 연일 그것들에 대한 해명자료를 내보냈다. 언론의 폭로와 김 부총리의 해명이 오고가는 과정에서, 언론 보도에 일부 잘못이 있다는 점이 뒤늦게 드러나기도 했다.

그러면 김 전 부총리는 억울하게 당한 참여정부의 주요 인사에 불과한 것일까. ‘털면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없다’라는 옛말에서처럼 털어보았는데, ‘사소한 먼지’만 나왔단 말인가. 결론적으로 말해 그간 그는 너무나 많은 기득권을 활용해왔다. 가장 큰 그의 잘못은 잘못했다는 사실 자체를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에 있다.
김 전 부총리는 지난 8월 1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열린 ‘김병준 교육부총리 논문관련 의혹에 대한 전체 회의’에서 “언론의 왜곡 보도로 인해 평생 쌓아온 학자로서의 명예와 양심에 커다란 상처를 입었다”라는 말을 되풀이하면서도, 사회적으로 용인되기 힘든 말들을 계속 쏟아냈다.

신 아무개 제자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기 위해 수합한 설문조사 데이터를 공동 사용하기로 한 다음, 제자보다 먼저 발표한 것에 대해 김 부총리는 “(도덕적으로) 문제가 전혀 없다. 왜냐하면 분석방법으로 본인은 단순빈도 방식을 사용했지만 제자는 요인분석과 다중회귀분석 방법을 사용했기 때문이다”라고 해명했다.

그런데 정말 문제가 없었을까. 1988년 6월 한국행정학보에 실린 김 부총리의 ‘도시 재개발에 대한 시민의 반응-세입자를 중심으로’라는 논문은 신씨의 박사학위 논문인 ‘도시재개발 지역주민의 정책 형태에 관한 연구-세입자를 중심으로’와 ‘표절’ 시비가 일 정도로 인용한 표와 그 결론에 있어서 상당히 유사했다. 동일한 데이터이니 표가 같을 수밖에 없겠지만, 결론이 비슷하다는 것은 ‘방법론을 달리해도 유사한 결론이 나온다’는 성과 외에 얻을 수 있는 학문적 소득이 없다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양식이 있는 연구자라면, 제자가 쓸 박사학위 논문의 내용이 채 확정되기 전에 데이터를 가로채서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만일 제자가 박사학위 논문을 쓸 때, 지도교수가 이미 데이터를 가져다 쓴 논문의 내용밖에 나오지 않는다면 제자로서는 꽤나 억울한 노릇 아닌가. 그리고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한다고 결정했을 때, 양심적인 학자라면, 아무리 자신이 상당부분 기여를 했다고 하더라도, 설문조사 문항을 확정하고 데이터를 수합한 제자를 공저자로 올렸을 것이다.

공저자로 올리지 않은 것에 대한 김 부총리의 답변은 궁색하기 짝이 없다. 김 부총리의 답변은 이랬다. “(신씨가) 학자로서 논문을 1편도 발표한 적이 없고, 그 분야에서 가장 앞서가는 전문학자인 본인하고 이름을 같이 올린다는 데 엄청 부담을 느꼈다.” 수직적인 권력구조를 갖고 있는 교수와 제자간의 관계를 고려할 때, 제자가 자신의 의사를 교수에게 뚜렷이 밝힐 수 있는 경우가 얼마나 될지 묻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그러니까 “제자가 사양했기 때문에” 공저자로 집어넣지 않고, “제자가 허락해줬기 때문에” 데이터를 먼저 사용해서 논문을 게재했다는 얘기인 것이다.

김 부총리 사태를 쉽게 지나칠 수 없는 것은 여기 이 부분, 학위 수여 과정에서 교수와 석·박사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불합리한 일면을 김 부총리 사태가 적나라하게 보여줬기 때문이다. 김 부총리가 괜찮아하는 바로 이 부분이 그간 학계에서 줄곧 문제 삼은 악습이었다는 것을 김 부총리 자신만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박사학위 논문의 일부분을 학술지에 게재할 때 실제적인 기여도와 상관없이 지도교수의 이름을 공저자로 올리는 관행이 문제시되는 시점에서, 공저로 올리지도 않고 살짝 이름만 언급했으니 문제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학계에서는 박사학위논문을 학술지에 게재할 때 지도교수의 이름을 표기하기보다 그 실적을 제자에게 모두 돌리는 것이 스승으로서의 양식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돼 왔고, 공저자가 되더라도 지도교수가 ‘주저자’로 표기되는 상황은 바로잡아야 된다는 시각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김기현 세종대 교수(대기환경)는 “표절보다는 무엇보다 ‘가진 자의 도덕성’이 논란이 된 사건이었다”라면서 “교수가 학생 이름을 빼고 단독논문으로 발표 하는 것은 부도덕한 일이며, 박사학위 논문을 학술지에 게재하더라도 지도교수가 주저자가 돼서는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동일논문 중복 게재에 대한 느슨한 김 전 부총리의 태도 또한 ‘관행’을 방패막이로 해서 스스로를 정당화하는 교수사회의 일면을 단적으로 드러냈다. ‘관행’이란 것은 경계가 모호해서 매번 늘었다 줄었다 하는 식으로 ‘고무줄 원칙’이 적용되곤 하는데, 사람에 따라서는 외연이 매우 넓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김 전 부총리는 ‘동일논문 중복 게재’에 대해 “(2개의 등재학술지에 게재하는 것은 안 되지만) 누구나 다 하는 것이어서 별 문제 없다”라는 입장을 취했다. 학계는 때 아니게 ‘교내학술지 중복 게제’에 관한 논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다른 곳에 게재하지 않은 논문을 학술지에 싣는 것이 상식인데도, 학술지가 원한다면 자체 규정에 따라 출처도 표시하지 않고 재수록할 수 있다는 궤변이 횡행했다.

국회에서조차 김 부총리는 “논문 이중 게재는 편집권의 문제이다. 국민대는 이중 게재를 허용하고 있다는 지침을 여기 가지고 왔다. (…) 〈사회과학연구〉는 사회과학대학 교수들끼리, 사람이 많으니까 동료 교수가 원래 주로 어디에 관심을 가졌느냐를 보기 위한 하나의 논문집이다”라고 해명했다. 거의 학내에서만 유통되는 논문모음집에 불과하고 중복으로 싣는 것을 용인하니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발언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심각하게 잘못된 정보였다. 사회과학연구의 ‘원고 제출 및 집필요강’을 보면 “논문은 타 학술지에 게재된 적이 없고 독창성을 갖는 것이어야 한다”라고 밝히고 있다. 의도했건 그렇지 않건 간에 이는 위증이었다. 동일 분야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선행연구를 할 때 불필요하게 시간 낭비를 하지 않게 하기 위해 중복 게재는 철저히 근절돼야 하는데, 교수 출신 교육부 수장이 자신의 과오를 덮기에만 급급해 ‘도덕적 해이’를 누구나 하는 ‘관행’인 것처럼 덧씌우고 있었던 것이다.

김 부총리와 함께 불명예를 뒤집어 쓴 국민대 교수들은 화낼만한 일이었다. 뒤늦게 국민대 교수협의회(회장 김상섭)는 전체 교수에게 보내는 이-메일을 통해 “외부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의 교내 학술지 중복 게재가 관행이었다는 김 전 부총리의 발언은 대다수 (국민대) 교수가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비판했지만, 대학의 이미지는 이미 한껏 손상된 뒤였다.

동일논문 중복 게재가 문제가 되는 것은 이것이 ‘연구실적 부풀리기’와 늘 맞물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 부총리는 BK21사업이 시작되기 전 쓴 논문을 뒤에 교내학술지에 중복 게재했는데 이 논문을 BK21 사업 최종 결과 보고시 실적으로 보고해 논란을 빚었다. 거기다 한 건의 논문을 한양대와 국민대 교내 학술지에 게재해서 2건의 실적으로 보고하기까지 했다. “조교의 실수로 일어난 것”이라고 김 부총리는 해명했지만, 팀장으로서 자신의 논문 실적을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 실수를 덮어줘도 모자랄 판에 조교에게 모든 실수를 돌렸다는 점 등에서 여전히 무책임한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무책임함’은 차라리 부차적인 문제다. 김 부총리 사태가 대학사회에 중층적인 의미를 띠는 것은 이것이 단순히 ‘연구실적 부풀리기’ 문제만이 아니라는 데 있다. 김 부총리 사태는 여러 BK21 사업단(팀)들의 연구실적 부풀리기 뿐 아니라, 연구소 소장이나 사업단 단장(팀장)이 다수의 정부·지자체·산업체 사업을 따오고, 그 휘하의 조교와 석·박사 과정생들이 뒤치닥거리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불합리한 구조를 여실히 보여줬다.

김 부총리는 말한다. “(보고서는) 당연히 BK21 장학금을 받았던 학생들이 작성을 한다.” 그리고 또 말한다. “조교가 작성했기 때문에, 왜 그렇게 된 것인지 모른다.” 때로는 이렇게 말한다. “(보고서의 연구실적도) 종합 점수만 본다.” 물론 사업팀장이 모든 것을 다 관리했어야만 했다고 말할 수 없지만 발언들을 조합해보면, 결국 조교가 다 하고 자신은 최종 확인만 했는데, 그 과정에서 연구실적 부분을 꼼꼼하게 확인하는 것을 놓쳤다는 얘기밖에 되지 않는다. 다음과 같이 얘기하기도 한다. “우리가 15편을 내게 되어 있는데 15편이 넘느냐 그랬더니 45편입니다, 해서, 아이고 45편이나 됐어?, 이랬다.”

여기서 국민대 지방자치연구소 소장으로서의 김 부총리의 역할을 보면, 소장 중심의 연구비 수주로 인해 더욱 공고화될 수밖에 없는 교수와 석·박사의 수직적 권력구조를 짐작케 한다. 김 전 부총리는 지방자치연구소 소장으로서 BK21사업 기간 동안 연구용역 수탁을 16건을 받았는데 “소장이 연구책임자로 올라가게 되어 있다. 모든 연구를 다 주도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논란이 됐던 성북구청의 연구용역은 보건사회연구원이 주도한 것이었다.

김 부총리는 연구용역보고서와 상당부분 내용이 같은 성북구청장의 박사학위논문을 통과시킨 것이 ‘대가성 용역 비리’로 비화되자 “결론 부분에 손을 좀 댔을 뿐, 실질적인 연구책임자는 다른 사람”이라고도 했다. 소장이 연구책임자이지만, 보고서 작성에는 크게 관여를 안 했다는 것. 그렇다고 용역인건비를 받지 않는 것도 아니다. 김 부총리는 “따로 업무추진비라든가 이런 게 없으니까 밥을 살 수도 있고, 또 회의를 하는 비용을 쓸 수가 있고, 연구회의를 소집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용역인건비는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비를 지급하는 방식이 소장이나 단장 중심이다 보니 특정 교수들에게 과제가 몰리고, 그러다보니 다수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책임 소재가 불명확해지는 반면, 연구비 사용에 있어서는 소장이 독점적 권한을 행사하고, 교수와 석·박사 간의 불합리하고 불균형적인 관계는 지속되는 상황인 것이다. 정부를 비롯해 기업, 지자체들이 실질적으로 연구를 수행하는 책임자에게 연구를 맡기는 것이 아니라 직함을 가진 연구자에게 과제를 맡기는 연구비 지원방식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라 할 수 있다.

김 전 부총리 사태가 대학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강하다. 해결책은 하나다. 관행에 기대기보다 스스로 더 엄격해져야만 한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김 부총리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는 일이다. 이외에 지방자치단체장 신씨에 대한 부실한 학위심사 관행과 학위 남발 문제, BK21 사업 평가 부실 및 성과관리 미흡 등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허영수 교수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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