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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서평] 입시의 세계, 대안은 있을까?
장강명, 『당선, 합격, 계급』, 민음사, 2018.
[204호] 2018년 06월 04일 (월) 김세연 편집위원
   
     

  입시가 있는 세계는 둘로 나뉜다. 한 쪽은 지망생들의 세계, 다른 한 쪽은 합격자의 세계이다. 한 쪽에서 다른 쪽으로 들어가려면 시험을 치러야 한다. 대학 입시와 기업의 공채, 각종 고시와 전문직 자격증 시험 등. 이러한 제도는 효율적이지만 동시에 매우 획일적이다. 다수의 불합격자들이 좌절을 겪는 동안 합격자들은 패거리를 짓고 새로운 규칙을 배운다. 한 번 시험을 통과한 사람은 다시 지망생들의 세계로 떨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합격자들의 세계는 더욱 공고해지고 경직된다.

  문학계에도 입시는 존재한다. 작가가 되려면 유력 일간지의 신춘문예나 문예지 공모전을 통해 ‘등단’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권위가 약한 잡지의 지면을 빌려 데뷔한 작가들이 ‘재등단’ 준비를 하는 모습은 지방지 신문사에 다니는 기자가 중앙지 공채 시험에 재도전하는 모습과 흡사하다. 내부 사다리가 너무 허약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그 세계에서 인정하는 제도를 통해 문 안으로 진입하지 않은 사람은 영원히 외부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

  장강명의 르포르타주 『당선, 합격, 계급』에서 지적하고 있는 입시 시스템의 단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사회적 낭비가 심하다. 공시·고시 준비생들이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않아 생기는 사회적 손실이 한 해 17조 원이 넘는다. 둘째, 정작 필요한 인재를 가려내지 못한다. “‘쌈’은 바늘 24개를 묶어 세는 단위이고, ‘거리’는 가지나 오이 50개”라는 사실을 아는 것이 9급 공무원 직을 수행하는 데 무슨 도움이 된다는 말인가. 셋째, 사회의 창조적 역동성을 막는다. 요즘 젊은이들이 체제 순응적인 원인은 입시제도가 지배하는 사회의 구조 속에 서 발견할 수 있다.

  ‘창조적 역동성’이라는 화두는 등단 제도에 관한 논의에서도 유효하다. 대다수의 작가 지망생들은 소설 공모전에 ‘모범 답안’이 있다고 믿는다. ‘공모전 용 작품’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나의 토익 만점 수기』로 데뷔한 심재천 작가는 습작생 시절 기성 작가들과 차별화되는 작품을 쓰고자 하는 야망이 있었으나, 공모전에서 거듭 고배를 마신 뒤 심사위원들의 취향을 예측한 소설을 쓰게 되었다고 밝힌다. 장강명이 습작생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의 응답에 따르면 “심사위원들이 주장하는 파격이란 기존 문단문학의 틀 안에서” 이루어진다.

  그렇다면 과연 ‘지망생’들은 입시 제도가 없어지는 것을 원할까. 그렇지는 않다.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공모전/공채를 없앤 다음에는 어떤 방식으로 인재를 선발할 것인가. 과연 그것이 더 공정하고 다양성을 담보할 수 있는 길일까. 로스쿨, 대학 총장 추천제, 학생부 종합전형 등의 제도들은 애초부터 ‘현대판 음서제’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경쟁은 치열하고 신뢰도는 낮은 한국사회에서는 부적합한 방식인지도 모른다.

  결론적으로 말해 『당선, 합격, 계급』은 ‘간판’에 집착하는 한국사회에 대해 비판하고 있는 책이다. 이미 많이 이야기되어 온 주제이고, 문학상의 한계와 문단문학의 엘리트주의에 대한 지적 역시 굉장히 새롭지는 않다. 그러나 장강명은 전직 기자다운 취재력을 발휘해 논증하기 어려운 막연한 이야기를 수치·통계·증언으로 실감나게 전달하고, 무엇보다 상황을 돌파할 만한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독자들의 관심을 자아낸다. 공모전 최대 수혜자이자 인기작가인 장강명이 이런 글을 쓰다니,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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