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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도래한 미래적 공공성을 탐구하다
-Edited by Nikos Papastergiadis, Ambient Screen and Transnational Public Spaces, Hong Kong University Press, 2016-
[204호] 2018년 06월 04일 (월) 윤재민 문학평론가
   
   

  이 글을 읽고 있을 당신은 모르긴 몰라도 한국에서 상위 0.1% 안에 속할 진성 독서가에 해당될 터이다. 나아가 당신은 꾸준히 줄어가는 활자매체의 영향력과 독서인구 속에서도 책과 문자매체의 미래와 공공성을 고민하고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담하건대, 당신의 하루 중 독서가 차지하는 비율은 당신이 디지털 매체에 스스로를 노출하는 시간에 결코 미치지 못할 것이다. 이러한 사태에 죄책감을 느껴야하는 시대가 아니다. 심각한 스마트폰 중독이라면 또 모를까. 오늘날 현대인에게 디지털 매체란 사실상 의식주에 준하는 필수기제이다. 그렇기에 문화와 사회의 공공성을 고민하는 진지한 독서가이자 연구자들에게 디지털매체란 무엇보다 중요한 탐구주제일 수 있다. 한국과 호주를 비롯한 동시대의 소장학자 그리고 문화인들의 앤솔로지 Ambient Screen and Transnational Public Spaces은 디지털 화면(screen)을 테마로 이시대의 사회적 주체와 공공성에 대해 숙고하는 시의적절한 문화연구·비평서다.

  디지털시대의 주체성이 공공(public)과 연루되는 방식은 이전의 그것과는 다르다. 이전시대 공론장을 형성하는 주체의 매체실천이 이성과 합리성에서부터 시작했다면 현재의 공공이란 디지털 기기를 통한 무의식적인 연결(connection)에 기초한다. 이 앤솔로지는 디지털시대의 연결이 산출하는 시공간적 동시성과 즉각적인 참여의 문화적 맥락을 다양한 관점에서 조망한다.

  이 책에 실린 개별논문들은 세계의 신흥 거대도시들의 공공성과 디지털 매체의 연결에 주목하는데, 그 중에서 가장 눈길이 간 부분은 서울, 인천 송도, 상하이를 비롯한 21세기 들어 급속히 성장한 아시아의 초거대도시지역에 대한 탐구들이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글은 상하이와 서울에 대한 연구였다. 가능한 모든 동선에 직관적인 디지털 디스플레이를 설치한 세계최첨단의 상하이 지하철 역사 시스템은, 상하이 시민들을 초국가적 라이프스타일의 일상(everyday)과 접합시키는 디지털 문화양식이다. 서울 태평로의 대형 스크린은 초국가적으로 연결된 글로벌 초거대도시 생활양식의 배경화면(ambient screen)임과 동시에 공공의 민의를 즉각적으로 송출하여 '광화문'이라는 사회적 장소를 산출하는 중의적인 화면(ambiguous screen)이다. 태평로 대형스크린의 이러한 중의성은 멜번(Melbourne)과 같은 지구 반대편의 공공장소와의 즉각적인 사회적인 연결을 모색하는 국제적인 문화퍼포먼스의 장으로 기능한다.

  기호와 관점에 따라 느낌표와 물음표 때로는 말줄임표(……)가 혼재하는 독서체험이 앤솔로지라는 양식의 미덕이다. 이 책 또한 마찬가지다. 워낙 다양한 분야와 관점이 산재되어 있기에 비판적인 독서를 하는 이라면 누구나 부분적으로 고개를 끄떡이거나 갸우뚱하게 될 것이다. 연결성에 기초한 주체의 즉각적인 참여를 미래적 공공성으로 상연하는 인천 송도의 도시계획사례를 낙관적인 전망으로 조망한 글에는 개인적으로 물음표가 달렸다.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겠지만 말줄임표를 떠올린 글도 몇 편 있다. 이러한 질적 격차는 단행본으로서 이 책의 완독욕구를 저하하는 요소일수는 있을 테지만 이게 결점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디지털문화의 공공성에 대한 모험적인 학제적 연구의 의미 있는 궤적으로 읽힌다. 우리에겐 더 많은 시도가 필요하다. 심지어 그 시도가 현재와 미래의 공공성에 대한 전망이라면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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