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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를말하다]평등하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향하여
[203호] 2018년 04월 09일 (월) 이 원 석 사회학자
   
  △ 사진출처 : ClipartKorea  

   “김보름, 박지우 선수의 자격박탈과 적폐 빙상연맹의 엄중 처벌을 청원합니다.” 지난 2월 19일에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간 청원의 제목이다. 청원 마감일인 3월 21일까지 무려 614,127명이 참여했으며, 청원 시작한지 거의 하루 만에 답변을 위한 최소 인원인 20만 명을 넘어섰다(교육문화비서관 김홍수의 답변원고 참조).


무엇에 대한 분노인가

   이 청원 러시에는 강력한 분노가 스며있다. 무엇에 분노한 것일까? 1차적으로는 노선영 선수에 대한 그들의 따돌림 때문이다. 그러나 일개 선수들에 대해서 이렇게 분노가 폭증한다는 것은 기이한 일이다. 그 연원은 바로 빙상연맹에 있다. 궁극적으로 빙상연맹(대한빙상경기연맹)의 파벌주의와 성과주의, 그리고 엘리트주의에 분노하는 것이다.
   빙상연맹 또한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폐해에 대한 세간의 질타를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기에 외려 더 가시적 성과(메달, 특히 금메달 획득)를 우선하며, 이를 위해서 특정 선수(주로 한국체대생들)에게 (훈련 과정에서부터 메달 획득에 이르기까지) 지원을 집중한다. 결과가 좋으면, 모든 게 봉합되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강행하는 실정이다.
   허나 이런 상황에 대한 반발이 날로 거세졌다. 부당한 차별에 대한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이고, 결과만큼 과정도 중요하다는 인식 또한 널리 확산되고 있다. 선수들의 서사(가령 컬링팀의 탄생설화)에는 여전히 주목하나 메달 개수에 대한 관심은 급격히 사라지는 형편이다. 반면 빙상연맹은 현실 인식이 안 되는 듯하다.


우리 사회의 축도(縮圖)

   이는 실상 우리 사회의 현실에 대한 알레고리다. 빙상연맹이 추구하는 방식은 낙수(落水, trickle-down) 효과를 주장하면서 가진 자에게 몰아주던 행태와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이제는 모두가 알고 있듯이 낙수효과는 검증되지 않았다(외려 중하류층에게 제공하는 투자야말로 소비 증가와 경기    회복을 가져온다는 분수효과는 역사적으로 확인된 바 있다).
우리 사회가 기울어진 운동장임을 모르는 이가 어딨나. 헬조선의 핵심은 수저계급론에 있다. 성공의 비결은 노력과 재능보다 출생이다. 한국이야말로 피케티가 『21세기 자본론』에서 그 경향성을 경고한 세습자본주의가 가장 강고하게 뿌리박힌 나라다. ‘오늘의유머’ 게시판에서 발견한 아래의 푸념은 세습자본주의가 고착된 현실에 대한 웃픈 풍자일 따름이다.
   ■ [제목] 재벌2세가꿈인데
   ■ [본문] 아빠가 노력을 안하네요
   씁쓸한 웃음 속에 칼이 숨어있다. 우리 시대에 부자가 되는 비결은 부자 아빠를 두는 길밖에 없다. 평생 노력해도 번듯한 아파트 한 채를 마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가 위로 올라갈 사다리는 이제 찾아볼 수가 없다. 사회의 안전망이 결여된 속에서 자기계발(self-help, 自助)로 성공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하늘은 서로(↔스스로) 돕는 자를 도울 뿐이다.


사회다운 사회는 어디에

   하지만 지금의 사회는 골병이 들어 있다. 우리 사회를 규정하는 여러 형용을 살펴보라. 피로사회, 단속사회, 위험사회, 하류사회, 승자독식사회 등 하나같이 비정상적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더불어 살아가는 장이 아니라 만인이 만인에게 늑대가 되는 밀림에 다름 아니다. 사회는 없다던 대처의 선언이 언령(言?, 고토다마) 마냥 실현된 건지도 모르겠다.
   이제라도 사회가 사회다울 수 있도록 만들려면, 먼저 교육이나 주거 문제 등에 있어서 공공성(公共性)이 구현되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토지 공개념을 헌법에 명기하고자 하는 대통령 개헌안은 참으로 고무적이다. 우리의 욕망을 지도리 삼아 작동하는 시장의 전횡을 막아야 한다. “보이지 않는 손”이 보이지 않는 이유는 애초에 그 손이 없기 때문이다.
   이제 사회를 사회답게 바로 잡을 때가 되었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국가대표팀에 대한 논란은 평등하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에 대한 갈망을 반영한다. 대한민국 19대 대통령 문재인 취임연설문에 담긴 아름다운 약속이 실현되기를 나 또한 간절히 바란다.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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