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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서서평]거시적인 관점의 최신 냉전세계사
Odd Arne Westad, The Cold War: A World istory, Basic Books, 2017.
[203호] 2018년 04월 09일 (월) 윤재민 문학평론가
   
   

   오드 아르네 베스타(Odd Arne Westad)의 냉전연구서인 The Cold War: A World History(2017)는 보기 드문 대작이다. 이 책은 1945년 파시즘 체제의 종말과 함께 시작된 냉전체제를 보다 넓은 세계사적 관점에서 조망하고자 하는 야심만만한 저서이다. 여기서의 '보다 넓은 세계사적 관점'이란, 공시적인 관점과 통시적인 관점 모두의 확장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일견 무모해보일 정도로 광활한 시간대와 지정학적 관점을 고려한다.
   이 책이 지향하는 냉전세계사의 핵심이자 가장 독창적인 관점은 냉전의 기원을 19세기 유럽에서 발생한 '자본주의의 위기'로 까지 소급한다는 데 있다. 산업화시대에 나타난 자본주의사회의 빈부격차와 새로운 양상으로 재편된 계급사회의 이데올로기 대립이 냉전체제의 기원이라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내적 위기를 사회 내부에서 해결하는데 실패한 19세기 유럽의 제국은 자신들의 내적 모순을 식민지와 제국주의 이데올로기로 무마하고자 했다. 그러나 그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었으며 사회주의 이데올로기라는 반대급부의 정치체제에 대한 실질적인 상상의 모태가 된다. 유럽 내부의 네이션-스테이트와 구체제 간의 전쟁이었던 일차세계대전 이후 공산주의 정치체제인 소비에트 정권이 탄생한다. 소비에트 정권의 수립은 '자본주의의 위기'에 대한 해석과 이데올로기 갈등의 시대로 유럽적 세계질서가 재편됐음을 의미하는 역사적 사건이다. 이때부터 유럽에서 발생한 사상의 문제가 본격적으로 세계사적 문제로 대두된다. 각각의 식민지는 특수한 지정학적 조건 속에서 '자본주의의 위기'를 겪는 와중이었다. 체제의 모순과 불평등을 겪으면서 자유와 해방을 꿈꾸던 많은 이들이 '위기'에 대한 대안으로 사회주의에 투신했던 건 당시의 관점에서 이해할 만한 일이었다. 19세기 이후 민족 혹은 열강에 의해 인위적인 국경으로 재편된 지역 내부에서 특수한 형태의 이데올로기 대립이 나타났던 건 이러한 역사적 사정 때문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미소양강 체제는 이차대전 이후 세계를 양분한다. 
   유럽, 동아시아, 라틴아메리카에 이르는 이 책의 광범위한 지정학적 고려는 냉전체제 형성기에 동아시아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베스타의 냉전사관에 입각한다. 우리에게 상대적으로 익숙할 한국분단관련 챕터(pp.159~182)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냉전체제 형성기 소련과 중국 공산당의 정치적 갈등과 타협에서부터 시작하여 한국전쟁과 분단으로 이어지는 큰 그림은 분단체제를 거시적으로 이해하는 유의미한 관점을 제공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탄탄한 학술적 근거와 명쾌한 문장은 연구자이자 작가로서 베스타의 역량을 짐작케 한다.
   600여 쪽에 이르는데다가 19세기말에서 1990년대를 세계사적 시각으로 조망하는 책의 내용 전체를 이 짧은 지면에 요약하는 건 불가능하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냉전사의 여러 국면을 제시하는 책이기에 냉전사에 관심 있는 원우라면 일독을 권한다. 나아가 공부를 하면 할수록 연구와 관심분야가 협소해짐을 느끼는 원우들에게도 베스타의 거시적인 관점이 유의미한 지적자극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되기에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오드 아르네 베스타의 저서 중 몇 권은 이미 국내에 번역 출간(『세계사 Ⅰ·Ⅱ』, 박재욱 역, 까치, 2016; 『잠 못 이루는 제국』, 문명기 역, 까치, 2014)됐다. 참고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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