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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칼럼]나의 노동은 정당한가
[203호] 2018년 04월 09일 (월) 구자룡 동국대 영어문화학 석사 졸업

   전국에는 340여개의 사립대학 및 국·공립대학이 있다. 대학에는 물론 학생이 제일 많고 교수와 직원이 있다. 그리고 ‘조교’가 있다. 조교는 흔히 ‘선배’로 불리면서 교수들과는 꽤 친해 보이고 과사무실에서 이런저런 업무를 하는 그런 사람들을 떠올리면 쉽다. 시험 감독을 들어오기도 하고 과 엠티나 답사에서도 볼 수 있으며 온갖 이공계열 연구실에도 흔하디 흔한 사람들이 조교다. 하지만 우리는 대학의 구성원을 이야기할 때 조교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사회적 인식은 아직 그렇다. 사회적으로 조교는 전공 연구를 주된 목적으로 하고 그 외의 시간에 등록금과 여타 경제생활을 보조받기 위해 지도교수나 전공학과의 업무를 돕는 대학원생 정도로 본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이다. 모교의 경우만 봐도 모든 학과 사무실을 비롯하여 교학팀, 홍보팀, 기획처, 대외협력처, 도서관, 상담센터, 국제학생센터, 대학원, 하물며 정각원에서까지 조교를 선발한다. 관련 법률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고등교육법 상 조교의 업무는 ‘교육·연구 및 학사 사무’의 보조로 규정되어 있다) 조교의 업무 범위는 일반행정, 회계, 홍보, 산학업무 등 대학 내 어떤 구성원들보다도 훨씬 광범위하다. 조그마한 캠퍼스 내에 조교는 사실상 없는 곳이 없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왜 이렇게 되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어째서 조교는 대학의 어디에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 존재가 되었을까.
   첫 번째, 고용에 대한 문제이다. 조교는 채용과 해고가 너무 쉽다. 사립대학의 경우 학기 단위의 ‘장학생’의 형태로 조교를 채용하고 국·공립대학의 경우 1년 단위로 조교를 교육공무원이나 회계직 직원 등으로 임용하거나 채용한다. 그런데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친절하게도 조교의 업무를 하는 자는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로 사용할 수 있게 예외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과하게 이야기하면 100년을 1년 단위 비정규직으로 고용해도 법적으로 정규직화 할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 대학 내 유일한 직종이 조교인 것이다. 이렇듯 대학은 아주 손쉽게 조교를 임용할 수도, 혹은 안할 수도 있다.
   두 번째, 신분에 대한 문제이다. 98년 ‘교육법’이 폐지되지 전까지 조교는 ‘교원’의 분류에 속했다. 교직원 중 교원에는 교수, 부교수, 조교수, 전임강사 및 조교가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교육법이 폐지되고 난 후 조교는 교원의 범주에서 분리되었고, 교직원은 교원, 조교, 직원으로 세분화되었다. 하지만 교원의 범주에서 벗어난 조교의 세부적인 지위는 법적으로 규정되지 못하였다. 그래서 아직도 조교는 사안에 따라 교원으로 적용되기도 하고 직원으로 적용되기도 하는 등 상황에 따라 우왕좌왕인 직종이다. 세부규정의 입법미비로 인해 조교는 상황에 따라 교원이기도 하지만 직원이기도 하고 분명히 존재하지만 없는 셈 치기도 하는 투명한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조교는 대다수의 대학에서 구성원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마지막 이유이다. 위 대표적인 두 가지 이유로 인해 구성원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지만 거꾸로 구성원으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위에 대한 주장을 제대로 펼 수도 없다. 단적으로 이야기하면 대학원생 대표는 대학 구성원의 대표로 인정받지만 조교의 대표는 구성원의 대표로 전혀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이 지금 대학의 현실이고 한국 교육기관의 현 주소이다. 분명히 존재하고 있지만 독립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늘 교원의 그늘에 가려져 있는 은폐된 구성원이 바로 조교인 것이다.
   이러한 흐름에서 최근 조교의 ‘노동자성’에 대한 서울노동청의 판단을 이끌어낸 원총의 노동권 쟁취를 위한 법률적 투쟁은 어두운 조교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단초를 제공해주었다. 모교와 같은 사립대 조교의 경우 ‘노동자’로서의 인정을 토대로 합법적 노동조건을 확립해 나가는 동시에 노동3권의 보장을 위한 투쟁을 진행해야한다. 이 과정을 통해 학내에서는 대학을 구성하는 당당한 구성원으로서 각종 기구에서 공식적으로 목소리를 내야하고 대외적으로는 ‘조교 노동자’로서의 방향성과 입지를 공고히 해야 한다. 또한 국·공립대의 경우 단지 교육공무원이라는 이유로 과잉 제한되고 있는 노동3권, 특히 단결권을 보장받는 싸움을 통해 단일노조 건설 및 고용불안 철폐 투쟁을 전면적으로 전개하여야 한다. 특히 곧 시행될 개정 고등교육법에 따른 대학평의원회 평의원 구성에도 독립적 구성원으로서 적극 참여하여야 한다.
   교수임용의 필요조건이 세월에 따라 바뀌면서 대학 내 연구자들의 지형도 함께 바뀌었다. 석사학위만 있어도, 국내학위만으로도 충분히 임용이 가능했던 아주 오래전 그 때에 조교는 교수가 되기 전 잠시 경험해볼만한 일종의 ‘교생실습’이었다. 하지만 국내외 박사 학위자가 지천에 넘쳐나고 ‘교수는 하늘에서 내린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바늘구멍이 된 ‘교수시장’의 현실에서 조교에게는 그런 기대가 없다. 조교를 하면서 교수가 될 실습을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으며 또한 그 실습이 없어도 교수되는 데에는 하등 문제가 없다.
   지금도 전국 340여개 국·공립, 사립대학에서 근무하는 2만여 조교들은 스스로에게 되묻고 있다. “나의 고용은 정당한가” 사회와 국가가 답을 내줘야 하는 시기가 점점 다가오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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