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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새로운 ‘이웃’과 진정한 ‘이웃’
예능프로그램 속 잠재된 오리엔탈리즘
[203호] 2018년 04월 09일 (월) 이장근 편집위원
   
  △ 사진출처 tvN 공식 홈페이지  

   2017년 TvN의 간판 예능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던 <윤식당1>에 이어 최근 <윤식당2>가 방송사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윤식당1>에 등장했던 발리 근처 작고 평화로운 섬을 기억하는 시청자들을 실망시키지 않으려는 듯, <윤식당2>는 ‘영원한 봄의 섬’ 스페인 가라치코의 따뜻한 풍경을 브라운관 안에 담아내었다. 한적한 소도시에서의 여유를 꿈꿀 수 있는 그곳에서 새로운 이웃을 만들기 위해 4명의 스타들은 자그마한 한식당을 오픈한다.
   식당에서 손님들은 김치전과 잡채를 주문하고 흥미로운 듯 쇠젓가락을 만지작거린다. 한식을 처음 접해본 외국인이 “정성 가득한 최고의 음식이었다”며 엄지를 세우면 그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은 괜히 어깨가 으쓱해진다. <윤식당> 시리즈가 재미와 더불어 한식의 세계화에 기여하는 프로그램이라는 데는 대체로 이견이 없다. 그런데 낯간지러운 칭찬들을 계속해서 듣고 있다 보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우리는 언제부터 이렇게 서양인들로부터 인정받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는가.
   그러고 보면 <윤식당>에서 동양국가 손님의 출연시간은 유난히 짧다. 서양인들이 많이 방문하는 휴양지이기 때문에 동양국가 손님이 적은 것이 당연하다고 여길 수도 있겠으나, 화면에 인물이 등장하는 방식을 보면 확실히 동서양에 어떤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현지인이나 서양인 여행객들의 경우 메뉴판을 살피는 순간부터 그릇을 비우는 순간까지 모든 리액션을 섬세하게 잡아내는 반면, 동양국가 손님들은 홀 안에 있더라도 화면에 나오지 않거나 매우 잠깐 등장하기 때문이다.
   현지의 손님들이 밥을 먹으면서 “돈은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가족들과 아이스크림을 사먹을 20유로만 있어도 행복하다” 등의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이는 ‘GDP는 낮지만 행복지수는 월등히 높다’고 알려진 스페인 사람들의 삶을 상상하게 만드는 동시에 나의 삶을 속물적인 것으로 만든다. “한국 사람들은 하루 12시간 이상씩 평생 동안 대기업을 위해서 일한대. 완전 끔찍해.”와 같은 대사는 우리가 현재 잘못된 길을 가고 있으며 ‘그들이 옳다’고 주장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여기서 우리는 에드워드 사이드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그는 『오리엔탈리즘』에서 동양에 대한 일반적인 편견이 서구인들의 인상비평에 근거한다고 주장했다. 과로에 시달리고 물질적 가치에 지배당하는 한국인의 삶은 물론 실재하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곳의 실정을 잘 모르는 사람이 ‘(우리와 달리) 완전 끔찍하대’라고 표현해버릴 만큼 단순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서양인들이 우리에 대해 지니고 있는 단편적인 인상을 절대적인 사실처럼 받아들인다.
   제작자가 처음부터 이런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이러한 외부의 관점을 재생산하는 주체가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것이다. 독일인이 한식의 가치를 인정하고 스페인인이 한국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장면에는 오리엔탈리즘을 내면화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도 끼어들어 있다. ‘서양으로부터 인정받아야 좋은 것’이라는 문화 패배주의적인 생각은 경계해야 마땅할 것이다. 타자와 나 혹은 타자와 타자 간의 위계가 지워졌을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에서의 이웃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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