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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풍경]끈
[203호] 2018년 04월 09일 (월) 박소란 시인
   
     

잡을 수도 놓을 수도 있다
 
짐짓 골똘한 표정으로   
헐거운 매듭을 만지작대며 답을 미룰 수도 있다 
 
나는 지금
교외로 향하고 있다 버스는 이상하리만큼 굼뜨고
창밖 도로변에는 꽃들이 빽빽이 심어져 있다 이상하리만큼
아름다워서
 
슬며시 훔쳐다 감거나 묶을 수도 있다
괴성을 지르며 말라비틀어질 때까지
사랑할 수도 있다
 
사랑은 아닐 수도 있다
엉클어진 시간을 풀 수도 그냥 내버려 둘 수도 있다  
 
적당한 크기와 모양으로 조각을 내어
아무 바닥에나 던져 버릴 수도 있다
오래 벼린 칼이 있고 마침 칼은 가방 속에 있고 
 
나는 지금
교외로 향하고 있다 끈과 칼은
이상하리만큼 닮았고
 
끊을 수도
더 잘 끊을 수도 있다
 
울 수도 웃을 수도 있다

 

<시인 소개>
동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2009년 《문학수첩》을 통해 등단. 시집으로 『심장에 가까운 말』(창비, 2015)이 있음. 2015년 제33회 신동엽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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