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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칼럼] 역사 적폐, 사이비 역사학의 청산
[202호] 2017년 11월 06일 (월) 노대환 사학과 교수

  요즘 곳곳에서 적폐 청산 작업이 한창 벌어지고 있다. 역사 분야도 예외는 아니어서 현재 진상조사위원회가 구성되어 박근혜 전 정권에서 추진되었던 국정 역사교과서 편찬 과정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조사 과정에서 청와대와 국정원 등이 여론 조작을 한 의혹이 제기되어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상태이다. 반헌법적이며 비민주적으로 추진된 국정화 작업에 대한 조사는 정당하다.

  국정 역사교과서 편찬 시도는 다행스럽게 무산되었지만 우리 사회에는 여러 형태의 역사 적폐가 잔존해 있다. 그 가운데도 가장 심각한 문제는 유사 역사가 내지 사이비 역사가로 불리는 집단이다. 흔히 ‘환빠’로도 불리는 이들은 주로 고대사 영토 문제에 관심을 갖고 화려한 고대사 복원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이들은 한민족이 최초의 문명을 만들었고, 기원전 3세기에 단군조선이 건국되었으며, 고조선은 망할 때까지 요동 지역을 차지하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고구려·백제·신라도 한반도가 아닌 중국 대륙에 있었다고 강변하기도 한다. 우리 고대사는 만주 일대를 주름잡았던 위대한 역사로 재탄생한다.

  사이비 역사가들의 주장은 귀에 솔깃하지만 그 역사적 근거는 빈약하기 짝이 없다. 이미 위서로 판명된 󰡔환단고기󰡕를 여전히 바이블처럼 떠받든다. 자신들에게 불리한 고고학 증거는 간단하게 부정한다. 낙랑군이 평양 지방에 설치되었음을 보여주는 수많은 증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일제에 의해 날조된 것이라고 무시해버린다.

  사이비 역사학은 민족과 국가를 전면에 내세우고 애국을 표방한다. 그래서 자신들의 주장을 반박하면 반민족주의자 내지 식민사학자로 매도하고 나선다. 2014년 유사 역사가의 수장격인 이덕일 씨는 급기야 󰡔우리 안의 식민사관󰡕이라는 책을 펴내고 자신이 식민사학자로 규정한 세력과의 전면전을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책에서 대표적인 임나일본부설 비판론자인 김현구 교수를 일본 극우파의 시각에 동조했다고 엉뚱하게 비난했다가 고소를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사이비 역사가들의 학문적 수준이 얼마나 저급한지 그대로 보여준다.

  사이비 역사가들은 식민사학을 비판하지만 정작 자신들의 주장이야말로 식민사학의 복사판임을 모르고 있다. 군국주의 일제의 이익을 위해 기초적인 사실까지 왜곡하면서까지 철저히 국가에 봉사했던 것이 다름 아닌 식민사학이다. 일제는 일본의 위대성을 강조하기 위해 고대 일본이 2백 년간 한반도를 지배했다는 임나일본부설을 만들어냈다. 지금 우리의 사이비 역사가들은 무대를 만주로 옮겨 그와 유사한 여러 설을 양산해내고 있다.

  이덕일 씨는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가 대법원에서 학문적 논쟁의 영역이라는 이유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무죄 판결이 내려지자 이덕일 씨는 올바른 역사관이 시작되는 첫 날이라며 감격했다. 지지자들은 마치 독립투사가 풀려난 양 환호했는데 이 장면에서 불현 듯 황우석 교수 사건이 떠올랐다. 황우석 지지자들은 논문 조작에는 아무런 문제 제기도 없이 그저 황우석 교수를 애국자로 치켜세우기에 여념이 없었다. 애국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이 용서될 수 있다는 발상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다.

  사이비 역사학의 논리를 인정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중국의 동북공정이나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을 비판할 수 있겠는가. 그들도 각기 자신들 국가를 위해서 하고 있는 것이니 사이비 역사관을 따르자면 비판이 아니라 오히려 애국적인 행위로 칭송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21세기 역사학은 국가 간의 갈등을 해소하고 평화를 위해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해야 한다. 국가를 전면에 내세우는 사이비 역사학은 이러한 목표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애국주의 역사학은 필연적으로 국론 분열을 야기하고 국가 간의 갈등을 심화시킬 수밖에 없다. 역사 적폐로서 사이비 역사학의 청산은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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