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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서평] 미학과 예술의 운명
조르조 아감벤, 『내용 없는 인간』, 윤병언 역, 자음과모음, 2017.
[202호] 2017년 11월 06일 (월) 박혜연 편집위원
   
     

  아감벤은 현대 예술을 ‘내용 없는 예술’이라고 말하며, 현대 예술의 방향이 “내용 없는 형식적 새로움”으로만 향해 간다고 말한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이 책에서 아감벤은 과거 예술과 현대 예술의 분리와 그 의미의 변화 과정을 추적한다.

  현대 예술과 미학은 예술가와 관람자에게 그에 따른 고통과 허무를 안겨준다. 또 우리는 자주 미적 판단의 매커니즘이 무엇인지 간과하고 예술을 마주한다.

  이 책에서 서술하는, 예술의 본질에 대한 질문과 현대 예술에 대한 통찰을 통해 우리는 현대 예술과 예술의 운명에 대해 자문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예술가 혹은 관람자인 오늘날의 우리에게 좋은 진통제가 될 것이다.

  아감벤의 책에서 ‘관람자’의 출현은 중요하다. 니체가 칸트에게서 ‘관람자’ 개념을 발견하고 비판하는데, 칸트는 아름다움을 “사심 없는 즐거움”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여기서 ‘사심 없는’이 바로 관람자의 태도인 것이다. ‘관람자’가 ‘예술’의 개념 안에 도입됨으로써 예술은 미학의 위치에 다다르게 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예술가에게는 두려움만이 남게 된다.

  예술은 예술가만의 것이 아니게 된다. 관람자의 경험과 예술가의 경험으로 분리되고 만다. 예술가는 자신의 예술작품의 완전성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런데 관람자의 시선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관람자의 의견을 자신의 것처럼 받아들이게 된다. 이로써 이중화를 겪는다. “흥미로운 행복의 약속에서 사심 없는 미학의 세계로 건너”갈 수밖에 없게 된다. 그의 작품 역시 이중화를 겪으며 완전성이 파괴되고 만다.

  이 책에서 또 중요한 개념은 ‘포이에시스’이다. 이는 인간의 제작 행위 자체를 의미하며, 플라톤은 포이에시스를 향해 “하나의 사물을 부재의 상황에서 존재의 상황으로 이끄는 모든 종류의 요인”이라고 정의했다. 예술작품-포이에시스와 상반되는 것은 생산품-에이도스이다. 예술작품이 생산품과 구별되는 위상이 바로 ‘독창성(혹은 정통성)’인데, 이는 기원과의 근접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예술 작품과 “스스로의 기원”의 관계는 특별한데, “작품이 원형에서 유래했고 그것에 순응할 뿐만 아니라 영원히 원형에 가까운 곳에 위치한다”는 것이 그렇다. 반면, 생산품의 경우 형식의 원리(에이도스)에 지나지 않는다. 즉 “만들어진 사물이 존재하기 위해 적응해야 하는 하나의 틀, 외부적 패러다임”일 뿐인 것이다.

  그리고 기술적 생산을 향해서는 ‘정통성’을, 예술적 창작을 향해서는 ‘복제 가능성’을 요구하는 바람이 일자, 현대의 ‘레디메이드’와 ‘팝아트’가 탄생했다. 레디메이드가 “기술 생산품의 영역에서 예술 작품의 영역으로 움직”인다면 팝아트는 “예술 작품의 위상에서 산업 생산품의 위상으로 움직”인다고 할 수 있다.

  그 밖에 아감벤은 취향의 인간에서 미적 판단의 의미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간다. 또 포이에시스와 프락시스의 대비에서 예술은 인간의 무엇인지로까지 사고 범위의 확장하고, 예술 작품의 원천적인 구조에서 “리듬”을 언급하는 등 예술과 미학을 첨예하게 설명한다. 예술 작품이나 예술가에 대한 예시뿐만 아니라, 플라톤이나 헤겔 등의 철학가들의 철학저서 역시 적절하게 인용하고 있다.

  책에서 인용한, 릴케가 클라라 릴케에게 보내는 편지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예술 작품이란 언제나 위험천만한 경험의 산물, 극단적인 단계로, 인간이 더 이상 계속할 수 없는 지점까지 몰고 간 경험의 산물이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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