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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서서평] 바깥을 신화화하지 않기
Graham Harman / Quentin Meillassoux: Philosophy in the making / Edinburgh University Press / 2011
[202호] 2017년 11월 06일 (월) 고해종 국민대학교 교양대학 강사

 

   
     

  ‘바깥’이라는 한 단어를 통해서 우리는 프랑스 현대철학의 거대한 흐름을 마주하게 된다. 블랑쇼, 바타이유에서 들뢰즈에 이르기까지, 푸코의 말을 빌리자면 이른바 ‘바깥의 사유’로 일별될 수 있는 서양 형이상학 전통에 대한 전복의 시도는 먼 한국의 지성계에도 아주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근대에 이르러 그 전모의 대강을 드러낸 전통의 형이상학은, 탈-근대적 현대에 주된 비판의 대상이 되었는데, 바깥의 철학은 이 형이상학이 구축하고 있는 동일성과 차이의 이항대립적 질서에 대한 부정을 표방하면서 그러한 질서의 내부에 대하여 외부를 지향하는 것으로 성립하였다.

  이들이 주장하는 바깥은 무엇보다도 ‘거대한 바깥(Grand Dehors)’이다. 그곳은 분할의 경계가 애초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세계가 하나의 전체로서 존재한다. 여기서 세계는 상실되지 않은 실재의 세계이다. 그렇다면 실재는 왜 상실되었는가? 요즘 실재라는 단어는 흔히 별다른 기준 없이 사용되지만, 사실은 엄격하게 참된 존재에 대해서 사용하는 표현이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여기에서 ‘참된 존재’라는 말에서 우리가 떠올려야 하는 것은 진리(Wahrheit)일 텐데, 그로부터 ‘진리에의 의지’가 곧바로 연상되기를 바라는 것이 과한 기대는 아닐 것이다. “저 늙은 칸트의 물 자체를 보라”고 일갈한 니체가 논한 것처럼 진리에의 의지가 낳은 실재는 불구의 실재이다. 칸트는 앎의 대상이 되는 세계의 규정들을 인간 의식에 대한 조건 규정과 결부시킴으로써 실재의 세계는 인간의 의식 외적인 것으로서 물 자체의 영역에 고정시켰고, 그 바깥에 대한 탐구 일반을 무권리한 것으로 기각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에 대하여 바깥의 사유는 이 무규정적인 혼돈을 생명력으로, 자연으로, 본래적인 것으로서 인정하고 긍정성으로 정초하고자 시도했다. 그러나 바깥의 사유가 보여주었던 것은 거대한 생기론적 경향이자 전통의 형이상학으로의 복귀였다. 이런 경향은 쉽게 신학적 신비주의로 돌아가거나 다시 자아나 주체 같은 형이상학적 절대점을 요청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에 대하여 다시 실재, 절대 일반으로서의 실재를 새롭게 사유하려는 경향의 철학자들이 있다. 사변적 실재론(Spculative Realism)이라고 불리는 일군의 조류는 과거의 형이상학이나 신학이 설정했던 초월적 절대로 비약하지 않으면서 또한 구성된 인식 주체에 의존하지 않는 실재의 존재를 증명하려고 시도한다. 퀑탱 메이야수는 사변적 실재론의 기수라고 할 수 있다. 알랭 바디우를 잇는 절대성의 사유자로서 메이야수는 현대 집합론이라는 수학적 방법론을 채택하고 있으며, 그로써 유한성 이후를 정당하게 탐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본서는 메이야수와 더불어 사변적 실재론의 경향을 견지하는 그래이엄 하먼이, 메이야수의 사유를 알기 쉽게 정리한 책이다. 게다가 메이야수 자신의 인터뷰들을 함께 수록하여 그의 철학이 더욱 피부에 가깝게 느껴질 수 있게 되어 있다. 메이야수와 그의 사변적 실재론에 입문하기에 좋은 책이라고 생각되어 추천한다. 충분히 공부하지 않고 무턱대고 달려들었던 필자 개인적으로도 도움을 많이 받았다. 마지막으로 남은 질문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필연적 우연성에 대해서 어떤 실천적 사유가 가능한가? 우리는 결국 실천성을 질문하게 된다. 메이야수의 저서들이 국내에 번역되고 있다. 읽고 정당하게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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