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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비평] 같지도, 다르지도 않은
[202호] 2017년 11월 06일 (월) 김은희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 연구위원

 

   
     

   11월이다. 겨울 찬바람 맞아가며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던 일이 벌써 1년 전이다. 새로운 민주주의를 만들어 낼 힘이 바로 광장의 인민들에게 있음도 확인했다. 함께 ‘민주 공화국’을 노래하던 혁명의 시간에는, 어쩌면 법전 속에만 존재하는 줄 알았던 ‘헌법제정권력’임을 실감했는지도 모르겠다.

  탄핵 이후 광장의 열기는 빠르게 제도정치로 옮겨갔고, 새로운 민주주의 제도는 개헌 논의로 구체화되고 있다. 국회는 내년 2월까지 개헌안을 마련하고 2018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안 국민투표를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정치권의 관심사인 권력구조개편 외에도 기본권 분야에 관한 다양한 쟁점이 있고, 여성계가 요구하는 ‘성평등 개헌’도 그 중 하나다. 현행헌법은 제11조에서 포괄적 평등권을 선언하고 성별에 의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을 뿐 독립된 성평등 조항을 두고 있지는 못하다.

  대통령도 국회의장도 개헌은 “국민적 열망”이라고 하지만, 정작 시민들의 반응은 심드렁하다. 개헌 쟁점에 관한 뜨거운 반응은 엉뚱한 곳에서 달아올랐다. 보수기독교 반동성애운동세력이 “성평등× 양성평등○”을 외치며 국민참여개헌토론회를 가로막고 나선 것이다. 제법 학습한 듯, “양성평등과 성평등은 다른 개념이다. … 남녀가 차별 없는 교육의 기회, 취업의 기회, 의사표현의 기회, 가사와 양육의 분담을 갖자는 양성평등의 개념은 우리 모두가 공감하고 발전시켜야 할 개념이다. 하지만 생물학적 성을 해체하고 가정을 해체하는 급진적인 성평등의 개념은 양성평등과 분명히 구분해서 사용해야 할 것이다.”라는 논리를 구사한다. 정치권은 이들의 눈치를 보고 있고, 실상은 성평등 개헌에 대한 관심은 고사하고 차별금지법 제정조차 외면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어느 때는 성평등과 양성평등이 다르지 않은 ‘gender equality’의 번역어였다. 여성부가 처음 만들어졌을 당시에도 영문명은 ‘Ministry of Gender equality’였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여성가족부는 여성성소수자들이 “나는 여성이 아닙니까?”를 외치도록 만들었고, 페미니스트 대통령은 “나중에”를 말하고 있다. 과거 ‘남성연대’의 바뀐 단체명이 ‘양성평등연대’이다. 정희진은 『양성평등에 반대한다』에서 양성평등이 ‘정의(justice)로서의 평등’이 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이분법은 두 개가 아니라 하나를 위한 사고”라고 말한다. 캐롤 타브리스가 『여성과 남성이 다르지도 똑같지도 않은 이유』에서 문제제기한 지점도 왜 ‘남성이 기준’인가였다. 남성적인 것은 보편적인 것으로 간주되어 왔고, 핵심은 젠더가 작동하는 가부장적 권력구조를 해체하는 것이다. 권력을 가진 친절한 가부장이 등장한 지금은 좀 더 엄밀해져야 할 시기가 아닐까? ‘양성평등’이 법적 개념이나 정책용어로 ‘성평등’을 대체하거나 혼용함으로써 발생하는 문제가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더디더라도 ‘성평등’이 명확히 기입되는 길을 더듬어 가야 한다.

  불가(佛家)에 ‘불일불이(不一不二)’라는 말이 있다. 법당을 향해 가는 마지막 문에 ‘불이문(不二門)’ 혹은 ‘해탈문(解脫門)’이라 적힌 현판이 걸리는 이유는 여여평등(如如平等)한 해탈의 경지로 이르는 길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르지 않다(不二)’를 말하려면 ‘같지 않음(不一)’도 놓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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