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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소묘] 잠복결핵 치료를 권유받았을 때
[202호] 2017년 11월 06일 (월) 최영화 아주대학교병원 감염내과 의사

 

   
  △ 사진출처 : pixabay.

  지허 스님이 1962-63년경에 쓴 ‘선방일기’에 '병든 스님‘이야기가 있습니다.

  “결핵에 신음하던 스님이 바랑을 챙겼다. 몸이 약하지만 그래도 꿋꿋이 선방에서 버티던 스님이다. 어제저녁부터 각혈이 시작되었다. 부득이 떠나야만 한다. 결핵은 전염병이고 선방은 대중처소이기 때문이다. 각혈을 하면서도 표정에서 미소를 지우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동진출가(童眞出家)한 40대의 스님이어서 의지할 곳이 없다.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다면서도 절망이나 고뇌를 보여주지 않는다. 조용한 체념뿐이다. (……) 눈 속에 트인 외가닥 길을 따라 콜록거리면서 떠나갔다. 그 길은 마치 세월 같은 길이어서 다시 돌아옴이 없는 길 같기도 하고 명부의 길로 통하는 길 같기도 하다. 인생하처래(人生何處來) 인생하처거(人生何處去)가 무척 처연하고 애절하게 느껴짐은 나의 중생심 때문이겠다. 나도 저 길을 걷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지허스님, 『선방일기(禪房日記)』, 불광출판사, 2010.)

  결핵 치료가 어려웠던 시절의 이야기이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인구 십만 명 당 결핵 발생률 80-100명으로 OECD국가 중 1위입니다. 숫자로는 해마다 3만 명의 결핵환자가 생기고 이 중 2천 명 이상이 사망합니다. 세계적으로는 연간 150만 명이 사망하는데 이는 단일 감염 질환으로는 에이즈 다음으로 높은 사망률입니다. 먹고 살기 어려운 시절 가난한 사람들의 병이라는 생각이 있어서 먹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없어진 병일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만 아직 그렇게 판단하기는 이릅니다. 결핵의 전파는 공기를 매개로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어디에 있을지 모르는 결핵균을 생각해서 특수 마스크를 쓰고 다닐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공기매개라서 대략 전 세계 인구의 3분의1이 결핵균에 감염이 되고 이 중 약 10%에서 발병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발병을 잘 하는 사람들은 당뇨, 영양결핍, 흡연, 스테로이드 사용, 악성질환, 신부전, 술 중독, 진폐증 이런 병들이 기저에 있는 사람들이지만 아무런 기저 질환이 없이도 다수의 결핵균에 오랫동안 노출되었다면 발병이 쉽습니다. 발병 연령으로 보면 15세 이상에서 시작해서 65세 이상에서 급격히 증가하고 사망률은 고령에서 높습니다.

  우리나라는 치료를 표준화하고 조기진단 조기치료라는 관점에서 결핵관리를 해오다 연간 3만 명이 지속 발생하는 상황에서 최근 좀 더 적극적인 방안을 모색하게 됩니다. 몸에 적은 수나마 존재할 것으로 생각되는 잠복결핵 감염자를 찾아내 발병하기 전에 치료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활동성 폐결핵 환자 한 명이 진단된다면 과거에는 그 사람만을 치료하고 치료하기 전까지 그 환자의 기침에 있는 결핵균에 감염되었을 접촉자를 찾아보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진단된 환자를 치료하면서 오랫동안 같은 공간에 있어서 감염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접촉자를 조사하고 결핵균에 감염되었는지 잠복결핵 검사를 하고 양성이면 발병 전에 치료를 권유합니다. 활동성 폐결핵이 4종류의 약제를 최소 6개월 동안 복용하는 것인데 비해 잠복결핵으로 진단되면 한두 가지 약제로 단기간 복용합니다. 이런 식으로 관리하면 결국 발병하는 환자도 줄고 결핵균에 노출되어 감염되는 사람도 추가로 또 줄고 그래서 점점 줄지 않겠습니까? 의료기관, 학교(초중고), 산후조리원, 어린이집 등 집단 시설 종사자 대상 잠복결핵 검사가 2016년 8월부터 의무화 되는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그래서 2020년까지 현재 발생의 반으로 줄이는 것이 목표입니다.

  군대 내무반에서, 학교 교실에서, 기숙사에서, 단체로 공부하는 공간에서 누군가는 결핵이 발병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내가 아니었을 때 비난하기는 쉽습니다. 잠복 결핵 검사를 한다고 이런 저런 검사를 할 때 왜 그런 병에 걸려가지고 나를 귀찮게 하지? 라고 경원시 하거나 분풀이하기도 합니다. 의사인 저는 병든 환자를 벌하지 않는 이유를 배우지 않아도 압니다. 인간의 생로병사는 특히 감염병은 표준적인 위생 수칙을 지키더라도 피할 수 없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입니다. ‘나도 저 길을 걷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라고 지허 스님은 오래 전에 말씀하셨습니다.

  허수경 시인은 오래 전에 이런 시를 썼습니다. 결핵을 앓는 누군가를 끝내 일어서게 하고 싶답니다. 그런데 내 사내뿐만 아니라 다른 사내들도 일어나게 하고 싶다는 군요. 시인의 마음 폭을 배우고 싶습니다.

  “그 사내 내가 스물 갓 넘어 만났던 사내 몰골만 겨우 사람꼴 갖춰 밤 어두운 길에서 만났더라면 지레 도망질이라도 쳤을 터이지만 눈매만은 미친 듯 타오르는 유월 숲속 같아 내라도 턱하니 피기침 늑막에 차오르는 물 거두어주고 싶었네/산가시내 되어 독오른 뱀을 잡고/백정집 칼잽이 되어 개를 잡아/청솔가지 분질러 진국으로만 고아다가 후후 불며 먹이고 싶었네 저 미친 듯 타오르는 눈빛을 재워 선한 물같이 맛깔 데인 잎차같이 눕히고 싶었네 끝내 일어서게 하고 싶었네/그 사내 내가 스물 갓 넘어 만났던 사내/내 할미 어미가 대처에서 돌아온 지친 남정들 머리맡지킬 때 허벅살 선지피라도 다투어 먹인 것처럼/어디 내 사내뿐이랴” (허수경, 「폐병쟁이 내 사내」,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 실천문학사,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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