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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은 수료 후 어떻게 되었는가?
[201호] 2017년 09월 18일 (월) 유학파 수료생  

  운 좋게도 박사과정 수료를 전후로 2년 정도를 해외에서 공부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주변의 기대와 장학금을 무겁게 받아들여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학문’과 ‘논문’에 힘을 쏟는 일은 2년 동안 ‘별로’ 없었다. 내가 한 일이라고는 느리게 읽고, 천천히 생각하고, 더듬거리며 말하는 것뿐이었다. 글 속/밖의 사람들과 만나거나 생각하며, 맥주를 마시는 걸로 2년을 보냈다. 돌이켜보면, 스스로와 비슷한 길을 가는 사람들, 그리고 내게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여러 생각을 했던 시기였다.

  한국으로 돌아오자 상황이 달라졌다. 당장 학교 울타리 바깥에서 일을 찾아 생활비를 벌어야 했다. 동료들과 선생들의 도움으로 몇 가지 일을 맡을 수 있었지만, 통장 잔고는 점점 말라갔다. 그러면서도 간간이 책을 읽고, 드물게 무언가를 쓰고, 정기적으로 스터디를 했다. 그렇게 보면 나도 수료생의 평균적인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다. 아마 경제적인 부담의 크기나 미래에 대한 불안, ‘학문’을 대하는 태도의 크고 작은 변화와 같은 고민들도 딱 평균치에 가까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쫓기고 있는데 달리고 있지 않은 것 같은 기분은 사라지지 않았다. 한 발자국만 벗어나면 더 이상 대학원과는 상관없는 삶을 살수도 있을 것 같은 기분과도 자주 마주치게 되었다. 그런데 무엇보다 스스로에게 놀란 건, 사람들과 어떤 이야기를 해도 결국 ‘나’의 경험과 상황에 비추어 답을 한다는 걸 깨달을 때였다. 그 이야기가 공부에 대한 것이건, 생활에 대한 것이건, 심지어 사회적인 이슈와 정치에 대한 것이건 상관없이 나를 유일한 기준선 삼아 대화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모든 주제는 ‘나의 문제’로 흡수되었고, 다른 사람들의 고통은 내 안에서 차이 없이 사라져버렸다.

  그 사이에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지금은 없는 학교라는 울타리 때문일까. 너무 오래 학교 언저리에서 보내버린 탓에 생긴 수동적 태도 때문일까. 다만 나태해진 생활 때문인 걸까. 혹은 아무런 안전망 없이 개인의 노력에 모든 것을 떠맡기는 사회시스템의 문제일까. 아마 이 모든 것이 결합된 결과이겠지만, 가장 큰 것은 결국 돈의 문제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루쉰은 1923년에 <노라는 집을 떠난 후 어떻게 되었는가?>라는 주제로 강연을 한 적이 있다. 그는 노라는 타락하거나 바로 집으로 돌아오는 길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때문에 노라가 반드시 챙겼어야 하는 것은 ‘돈’이어야 했다. 그래야 우선 살아남아 다른 방도를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어서 루쉰은 경제권을 요구하는 방법으로 ‘무뢰정신’을 거론하며, 그 요점은 ‘끈기’에 있다고 말한다. “누군가가 이런 일은 너무 진부한 것이라고 말하더라도 경제권을 요구한다고 대답해야 하고, 너무 비천한 것이라고 말해도 경제권을 요구한다고 대답해야 하고, 경제제도가 곧 바뀔 것이므로 조바심을 낼 필요까지 없다고 말하더라도 여전히 경제권을 요구한다고 대답해야 합니다.” 이 투쟁은 작지만 참정권을 획득하는 일보다 훨씬 지난하다.

  조교 노동, 성 불평등, 학문 재생산의 기능부전, 좁아지는 인문학의 위상 등, 대학원 사회에 산적한 문제들은 여전히 많다. 그러나 수료생은 이런 문제들에 대해 적극적인 개입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당장 먹고 살 일과 학위과정을 마치는 일에 마음이 급해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라도, 대학과 사회를 향해, 때로는 지금 맡고 있는 업무의 담당자에게 자신의 경제권을 요구하는 작지만 ‘끈기’가 필요한 투쟁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것이 고립된 위치에서 벗어나, 대학 안팎의 이슈들로 우리를 이끌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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