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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사회의 변화를 기대하며
[201호] 2017년 09월 18일 (월) 송일호 경제학과 교수

  대학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존경과 보호를 동시에 받는 신성 불가침 영역으로 취급되어 왔다. 그러다 보니 오랜 세월동안 대학 사회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잡음들이 학내에서 스스로 자의적 타의적으로 방관되거나 타협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김영란법이 재정되었고 우리 사회에서 소위 기득권층이라 불리어지는 계층들의 갑질 행위들이 연일 매스컴에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사건들이 불거질 때 마다 우리를 슬프고 화나게 하지만,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를 건전하고 상식적이며 건강하게 변모시킬 것이라 믿고 싶다.

  그 동안 끊임없이 발생하던 교수의 제자 성추행, 연구비 가로채기, 제자 논문 빼앗기, 사적인 심부름 시키기 둥 극소수이겠지만 교수들의 갑질과 범법행위는 상상을 초월하고 입에 올리기에도 낯이 뜨겁다. 대부분의 교수들이 미국 등 선진국 사회의 경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귀국 후 다시 한국의 기득권 문화에 빠져 버린 것일까. 이제는 교수 스스로가 바뀌지 않으면 자신은 물론이고 패가망신하기 십상인 상황에 도달했다. 최소한 우리 대학만이라도 이러한 불미스러운 일들이 빠른 시일 내에 사라지길 바랄 뿐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걱정되는 일들이 한둘이 아니다. 사제지간에 정이 사라져 버렸다. 제자가 교수에게 커피 한잔 가져다 줘도 김영란법에 저촉되며, 교수가 제자에게 사비를 털어 식사자리를 마련하기 전에는 사제지간에 식사 한번 하기도 쉽지 않게 되었다. 외부 논문심사위원을 위촉하기에도 어려움이 많다. 특히 전공분야의 실력있는 교수와 웬만한 친분이 없다면 심사위원 요청 조차 말 꺼내기가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논문의 질적 저하가 우려된다. 교수는 제자 육성 보다는 자기 실적 올리기에만 집중하게 되어 버렸다. 심지어 어떤 교수는 아예 대학원생을 지도학생으로 받지 않겠다고 한다.

  그렇다고 옛날로 돌아가자는 얘기는 아니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렀다면 대안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외부 심사위원들의 논문심사비를 현실화 시킨다든지 심사횟수를 최소화 시킨다든지 하는 규정 개정이 필요하다. 현재 박사학위 논문의 경우 논문초록 발표, 예비심사, 본심사 3회 등 총 5회에 걸친 심사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경우 외부 심사위원이 최소한 3회 심사에 참여해야만 한다. 상항이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규정은 그대로 존재하고 있다. 요즘처럼 세상이 바뀐 시절에 꼭 현장에 모여 그토록 많은 심사 과정을 거쳐야 훌륭한 논문이 나온다는 말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이렇게 많은 횟수의 논문심사가 오히려 교수의 갑질을 부채질 할 수도 있다.

  상황이 이렇게 변하다 보니 대학원생의 교수에 대한 존경심도 사라진지 오래다. 대학원생의 최종 목표는 학위 취득이고, 학위를 받는 직후부터 교수와 이별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내가 재직하고 있는 학과에서는 사은회가 없어진지 10여년도 더 지났다. 사제지간은 부모와 자식과도 같은 소중한 인연이다. 교수는 평생 동안 자신이 배출한 제자의 앞날을 걱정해주고 지켜줘야 할 책임감을 가져야 하며, 제자는 그 스승을 항상 기억하고 존경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야 한다. 존경하는 스승이 없는 인생이 성공한 인생이라 할 수 없고, 사랑하는 제자가 없는 교수도 실패한 교수임에 틀림없다.

  대학원 진학도 학문에 뜻을 둔 사람만이 진학해야 할 것이다. 그저 취업과 승진을 위한 스펙 쌓기 또는 학벌 세탁을 위해 대학원에 진학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실제로 대학원 학위나 스펙 쌓기가 직무와 연관성이 없을 경우 취업에 도움이 안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대학원에서 배운 지식을 사회에서 활용할 수 없다면 그야말로 비싼 등록금을 내고 죽은 학문을 이수하는 것이며,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 천문학적인 사회적 비용이 낭비되는 것이다. 기업의 직원 채용 기준도 학벌중심이 아니라 능력 중심으로 빠르게 바뀌어 가야 한다. 급격한 속도로 변화되어 가고 있는 시대적 상황에 맞추어 기존에 우리 사회를 지배해 왔던 기득권과 편견을 버리고 우리 모두 현명하고 합리적인 사고를 가져야 할 시점에 와있다. 대학사회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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