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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데리다의 초상
Edward Baring, The Young Derrida and French Philosophy 1945-1968 ,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11
[201호] 2017년 09월 18일 (월) 고해종 국민대 교양대학 강사
   
 
   

  이전부터 이어져오긴 했지만 특히 올해 여름을 맞이하기 직전 몇 달간, 나는 데리다의 사유에 천착했었다. 그리고 그것은 비록 조금 다른 모습으로 바뀌었지만 현재 진행형이다. 왜 데리다인가? 아마도 제기될 이 질문에 대해서 나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그것은 단순한 호기심에 의한 끌림 때문이 아니었다. 오히려 지금, 데리다의 사유가 요청되었기 때문이라고 대답하는 것이 보다 타당한 대답일 것이다. 소위 포스트-모던이라는 무한한 개방성의 표제 아래 ‘이론’적 사유를 상실하고 있는 지금.

  아직 생존해있음에도 불구하고 오용되는 현대 사상가가 부지기수지만, 내 생각에 데리다는 요즈음 가장 신비화된 사상가로 들뢰즈와 함께 첫 손가락을 다투리라 여겨진다. 이를테면, 대책 없는 해체론자? 무한한 열림의 옹호자? 사실 해방의 신화를 공고히 하는 현대의 담론들은 대체로 데리다의 사유를 하나의 축 또는 토대로 곁눈질하고 있다. 디페랑스와 같은 조어들이라든지 악명 높은 그의 문체가 그 혐의에 한 몫 하겠지만, 나는 이런 생각들 모두를 거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오늘 소개할 이 책은 데리다라는 사상가의 탈신비화를 도와줄 것으로 생각된다. ‘Ideas in Context’라는 시리즈 표제에 걸맞게, 저자는 데리다의 난해한 사유를 당시 프랑스 철학의 맥락 안에 안착시킴으로써 그 사상사적 위치를 조망할 수 있는 시선을 제공한다.

  본서에서 제시하는 시선은 두 가지로 이루어져 있다. 첫째는 포스트-실존주의자로서의 데리다이며 둘째는 현상학과 구조주의 사이에서 절대적 수렴값을 거부하는 진동적 발산의 위치를 점하고자 하는 데리다이다. 전후 프랑스 지성계의 전반을 지배했던 실존주의적 경향 속에서, 데리다는 어떤 지반 위에서 그의 고유한 사유의 경로를 밟게 되었는가, 그리고 현상학과 구조주의를 마주하여 어떤 저항의 경로를 택하게 되었는가. 이런 전기적 구도 속에서 본서는 데리다의 역사적 초상을 그려낸다. 우리가 조프리 베닝턴의 데리다베이스와 평행한 할례고백의 저자로서의 데리다를 기억한다면, 아마도 이런 시도가 자칫 자신의 사유 전체를 순일한 총체로서 고착화시켜버릴지도 모른다는 점에 대해 스스로 저항하지 않을까 걱정할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우리가 기억해야 할 데리다의 초상은 <입장들>과 같은 인터뷰들에서 볼 수 있듯, 적극적으로 자기 자신에 대해 말하는 데리다이다. 그 초상에 포기할 수 없는 역설이 있다.

  다시 왜 데리다인가? 이 지점에서 비판의 종언이라는 테제를 상기해보자. 우리는 비판이라는 것이 신화화되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비판이나 입장이라는 말은 그 유효성을 결여하였다. 그것들은 이미 다원화되어있는 까닭에 등장 즉시 반대항을 마주할 뿐이다. 공시적 지평을 다원적 공간으로 분할하여 점유하는 입장들과 그 비판은 모두 언제나 동차원에 머물 따름이기 때문이다. 이 과잉의 다성성으로의 귀결은 시간의 삭제라는 양태 속에서 변증법적 매개와 지양이 불가능해진다는 점으로부터 시작된다. 비판이나 입장과 같이, 포화된 기표들의 수평적 나열과 선택은 그러므로 공허한 거대병렬에 불과하다. 진정 요구되는 것은 비판에 대한 비판, 입장에 대한 입장으로 향하는 수직적 상승이며, 그 변증법적 경로는 데리다에게서 발견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의 두께를 사유하려는 고집스러운 (불)가능성의 시도를 통해 고유하게 찾아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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