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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道)의 언어적 재현
2017 하반기 박사논문 리뷰
[201호] 2017년 09월 18일 (월) 박혜연 편집위원

  『노자』에는 비철학적인 언변과 비논리적인 발상 등이 등장한다. 때문에 해석에 어려움이 있어 체계적인 이해와 연구가 어렵다. 신양섭의 논문, 「지그프리트 크라카우어의 매체론의 관점에서 본 노자의 道」는 『노자』를 ‘언어적 재현’이라는 관점을 가지고 해석한다. 이때 크라카우어의 매체적 사유는 언어적 재현이 가능한 통찰들의 발견을 용이하게 한다.

  매체(媒體)란 무엇일까? 글자그대로 ‘媒’(연결)과 ‘體’(몸)으로, 즉 “연결하는 기능을 가지는 대상으로서 특정한 물질성 또는 형식을 지닌”다고 풀이된다. 크라카우어의 매체론에서 기본적인 개념은 바로 ‘재현’이다. 재현이란, “세계와 사물을 제 삼의 대리물을 통해 표상하는 일종의 문화 양태”이다. 때문에 재현에 있어서는 원래 대상과 그 수단이 필수이며, 그 핵심은 (재현으로 인한) “인간의 표상”이나 “의미의 반추”이다.

  크라카우어의 매체론은 “비가시적 의미를 가시적으로 재현할 수 있다”고 대전제한다. 그리고 이는 크라카우어의 ‘비동일성의 형이상학’에 입각한다. 재현은 재현되는 것과 존재론적으로는 다르지만, 이 ‘다름’은 ‘같음’의 부정항(‘같지 않음’)이 아닌 단지 이질적인 것이다. 즉, ‘같음’을 함유하고 있는 ‘다름’이다. 이러한 재현은 ‘발견’, ‘포용’, ‘확인’ 그리고 수사학적인 ‘인접’을 내포한다.

  신양섭은 노자의 텍스트를 각각 ‘무의 무로서의 재현’, ‘무의 유에서의 작용’, ‘유에서 무로의 변전’, ‘유의 유로서의 직관’의 단계로 해석한다.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무의 유에서의 작용’이었다. 『노자』의 32장 도입부에서 도를 ‘무명(無名)’이라고 규정한다. 이름이 없으면 언어적 개념화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런데 노자는 이 장의 후반부에서 ‘유명’의 폐해를 언급함으로써 무명의 위치를 파악하게 한다. 즉, ‘유’를 말함으로써 (유의 반대인) ‘무’의 형이상학적 입장이 분명해지는 것이다. 이는 크라카우어의 ‘비동일성의 형이상학’과 통한다.

  67장에서 “천하가 모두 나의 도는 커서 닮은 것이 없다고 한다”는 부분이 나온다. ‘닮음’의 측면에서 재현을 모색한 것은 ‘발견’에 해당한다. 그리고 이 가능성이 전면 부정되면서 도(道)는 “현상계의 기준으로서는 비교 불가능한” 절대적 대(大)가 된다. 이러한 도의 초월성은 ‘포용’의 측면과 연결된다. 그러면서 ‘무위(無爲)’에 대해 언급한다. 무위는 ‘아무것도 하지 않음’이며, 존재론적으로는 부정성으로 규정된다. 하지만 이 부정성은 의미론적으로 무한성의 개념을 재현한다.

  그리고 무위의 덕목으로 慈, 儉 , ‘천하에 앞서려 하지 않는 것’ 등의 세 단어가 언급된다. 이는 일상적인 측면이다. 그런데 이들이 절대적 대와 수사학적인 연결이 가능해지면서 도의 형이하학적인 면에 대한 성찰이 요구된다. 이는 ‘확인’의 차원이라고 볼수 있다.

  논문의 결론에서는, 도(道)가 “만물이 자연이연(自然而然)으로 자화하는 그러한 덕의 공덕을 가능하게 해주는 초월적 실체”라는 노자의 가정을 언급한다. 신양섭은 형이상학의 수직적 위계 존재 질서와 그를 초월하는 도(道), 노자가 ‘도’에 “현상계와 존재론적 경계를 두지 않”았음을 덧붙인다. 그러면서 ‘자연이연’이야말로 “형이하학과 형이상학을 초월적으로 종합하는 사실상의 유일한 논리”라고 잠정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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