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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비평]‘엄마’라는 직무로부터의 자유
[200호] 2017년 06월 12일 (월) 홍승은 문화연구자
   
   

   한 대학교수가 1학년 필수 교양 수업에서 “엄마는 자궁을 가진 존재로 자식을 낳는 존재지 자식을 죽이는 존재가 아니다” “아빠가 때리는 거를 자기 혼자 다 맞아서 피투성이가 되더라도 아이들을 살리는 게 엄마다”라며 가정폭력에 시달리다가 자녀 셋과 함께 자살한 여성을 모욕했다. 해당 수업의 녹취록이 공개돼 한동안 파문이 있었는데, 나는 강의 내용 중 교수가 농담이랍시고 “사실은 엄마라면 자기가 보험을 여러 개 들어놓는 거 에요, 그러고 그냥 죽는 거에 넘어가요”라고 던진 말에 학생들이 웃는 소리가 가장 서늘하게 들렸다. 가정 폭력으로 자살한 피해자는 ‘엄마역할’을 다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애도되지 못한다.
   생후 12개월 된 아기의 배를 주먹으로 쳐서 죽게 한 아버지에 대한 기사가 떴을 때, 여론의 분노는 뜬금없이 엄마에게 향했다. “저런 것들이 애미애비라니.” 아이 어머니가 충격으로 쓰러졌다는 기사 속 언급은 보이지 않는지, 사람들의 비난은 ‘애미’를 향했다. 남편이 자식을 죽여 가늠할 수 없는 고통을 겪을 여성의 슬픔은 중요하지 않다. 그녀는 엄마의 책임(아이를 살려야 한다)을 다하지 못했으므로, 슬픔도 허락되지 않는다.
   아동 폭행, 살해를 저지르는 남성을 향한 비난은 쉽게 굴절된다. 남성 곁에 있는 여성, 엄마에게. 그동안 엄마라는 존재는 뭘 하고 있었느냐는 것이다. 아이를 돌봐야 하는 존재라는 인식은 그 책임을 이행하지 못한 개인을 억압한다. 아이가 다치거나 공부를 못해도 엄마 탓, 아빠가 주먹으로 아이의 배를 쳐 죽게 해도 엄마 탓, 심지어 아이를 과잉보호한다고 ‘맘충’이 된다.
   이 굴레는 ‘엄마’에게만 적용할까. “나는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 딸들의 오랜 외침은 사회 속에서 흩어진다. 여성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미래 엄마’로 점 찍힌다. 흡연해도, 술을 마셔도, 섹스를 해도 엄마가 될 여자가 저래도 되느냐는 시선이 따라다닌다. 결혼을 거부하는 여성의 비율이 높아지자, 여성의 스펙을 강제로 낮춰야 ‘결혼시장’에 진입하게 될 거라는 보고서가 발표됐다. 이번 대선에는 ‘저출산 극복’이라는 공약이 당당하게 등장했다. 국가는 언제나 여성의 몸 위에 군림했다. 시대에 따라 출산을 ‘장려’하거나 ‘억제’하면서. 그 공약에 여성의 자리는 없다. 여성은 자궁이 아니라는 말이 절실한 이유다.
   결혼제도에 편입해 ‘엄마’가 되는 순간, 어떤 역할이 주어질지 딸들은 안다. 청년 여성의 현실은 ‘N포 세대’로 담을 수 없다. 포기가 아니다. ‘결혼, 출산의 거부’는 실존을 위한 선택이다. 태어나자마자 주어진 굴레를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며, 내 몸이 곧 나라는 선언이다.
   모두가 엄마를 찾고, 그러면서도 엄마를 비난한다. 또, 엄마가 되고자 하는 사회이기도 하다. 그게 존재할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이라고 배웠기에 엄마로서 존재해야만 삶의 의미를 느끼는 사람도 있다. 엄마(신사임당)로부터 자유는 딸들뿐 아니라 엄마, 나, 모두가 도달해야 하는 자유이다. 고령화 사회에 ‘저출산’을 공공연히 문제 삼지만, 출산의 주체인 ‘여성’이 처한 현실은 침묵 된다.
   ‘저출산’을 걱정하기 전에 논해야 할 것은 따로 있다. 여성은 자궁이 아니다. 엄마여도, 아니어도 괜찮을 수 있는 삶의 토대가 우선이다. 그다음이 출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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