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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에는 스물여섯개의 기다림이 있어요
[200호] 2017년 06월 12일 (월) 박상순 시인

터널이 있어요. 강이 있어요. 다리가 있어요. 언덕이 있어요. 계단이 있어요. 지붕이 있어요. 길이 있어요. 벽이 있어요.

겨울이 지나가요. 눈보라가 지나가요. 봄이 지나가요. 여름이 지나가요. 노을이 지나가요. 비가 지나가요. 안개가 지나가요. 가을이 가요.

얼음이 있어요. 모래가 있어요. 호수가 있어요. 바다가 있어요. 물고기가 있어요. 배가 있어요. 파도가 일어요. 파도소리가 들려요.

구름이 지나가요. 두시가 지났어요. 세시가 지났어요. 일곱시가 지났어요. 여덟시가 지났어요, 열두시가 넘었어요. 달빛이 지나가요.

가시가 있어요. 가위가 있어요. 부러진 가지가 있어요. 유리병이 있어요. 거울이 있어요. 햇빛이 움직여요. 가끔은 연기가 나요.

지빠귀가 지나가요. 밤이 지나가요. 엷고 푸른 소리가 터널을 지나가요. 누군가의 가슴을 두드리던 깊고 붉은 바람이 강을 건너요.


<시인 소개>
1991년 『작가세계』로 등단.
현대문학상 등을 수상.
시집으로 『6은 나무, 7은 돌고래』, 『슬픈 감자 200그램』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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