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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연극 <벚꽃동산(2017)>
우리는 무엇으로 불리고 있는가
[200호] 2017년 06월 12일 (월) 김 선 화 편집위원

   지난 4월 28일부터 열흘간,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극단 ‘백수광부’의 <벚꽃동산>이 무대에 올랐다. <벚꽃동산>은 안톤 체호프의 4대 장막극 중에서도 높은 완성도를 가지고 있는 작품이다. 원작이 쓸쓸하고 애잔한 정서를 강조하는 반면, 극단 백수광부는 ‘꿈’을 매개로 하여 <벚꽃동산>을 몽환적인 느낌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연극 <벚꽃동산>은 빛과 그림자를 이용해서 꿈을 꾸는 듯한 몽롱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 중에서도 주인공 라네프스카야가 아끼는 벚꽃동산은 꿈과 현실을 매개하는 소재로서 환상적으로 그려진다. 그녀는 부유했던 집안의 사정이 어려워지자 벚꽃동산을 파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는다. 그러나 아름다운 추억이 가득한 벚꽃동산을 팔 수 없다며 거부했고, 결국 농노출신의 성공한 사업가인 로빠힌에게 넘어가게 된다. 극에서 벚꽃동산은 아름다운 추억을 회상하는 장소로 혹은 아들이 죽은 슬픔을 기억하는 장소로써 작용한다. 이러한 벚꽃동산에 대한 추억과 슬픔을 매개하는 것이 바로 꿈이다.
   <벚꽃동산>의 인물들은 비극적인 상황에 놓여있다. 그러나 가족들이 여기저기 돈을 빌리러 다니는 와중에도 라네프스카야는 길가의 악단에게 무심히 돈을 주기도 하고, 저택에서 화려한 파티를 열기도 한다. 그녀가 계속해서 사치스러운 생활을 이어가는 동안 사정은 악화되기만 하며 그녀는 그저 철없는 인물처럼 비춰진다. 꿈은 그런 라네프스카야를 이해하게 되는 실마리가 된다. 그녀는 꿈을 통해 비로소 자신의 내면에 담긴 감정을 내비친다. 벚꽃동산을 배경으로 어머니가 등장하기도 하고 죽은 아들이 나타나기도 하는 꿈을 꾼 그녀는 슬픔에 잠긴다. 이를 통해 관객은 라네프스카야의 감정을 납득하고, 벚꽃동산을 팔지 못하는 이유를 수긍하게 된다.
   벚꽃은 어느새 피어 찰나의 순간 반짝이다가 져버리고 만다. 꿈도 그렇다. 꿈은 알 수 없는 순간에 다가와 순식간에 사라져버리고 만다. <벚꽃동산>은 벚꽃처럼 찰나의 순간만 반짝이는 꿈에 대한 메타포이다. 연극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꿈을 꾸기 위하여 잠을 잔다. 극은 로빠힌의 잠에서 아냐의 잠으로, 그리고 피르스의 잠으로 이어진다. 꿈은 무의식을 바탕으로 발현되는 것이기에 그들은 꿈을 통해 깊숙한 내면을 체험하게 된다.
   이 연극은 벚꽃동산이 팔리고 모두가 떠난 곳에서 나이 든 집사 피르스가 잠이 드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관객들은 피르스가 누워 있는 무대를 보며 쉽사리 발길을 떼지 못한다. 관객이 모두 나갈 때까지도 무대 위에 쓸쓸히 누워 죽음을 맞이하는 듯한 피르스의 모습은 내면 앞에 무력한 인간의 형상처럼 느껴진다.
   무대 위 인물들은 현대를 살아가는 인물 군상과 다를 바 없다. 라네프스카야처럼 소중한 것을 잃기도 하고, 피르스처럼 고독하게 잠들기도 한다. 아름다운 것을 잃어버리는 것은 어렵지 않으며, 무의식은 때때로 내면의 감정을 끌어온다. 꿈을 꾸고 나서 슬픈 기분이 들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를 잃어버리고 있다는 내면의 신호일지도 모른다. <벚꽃동산>은 인물들이 겪고 있는 혼란스럽고 두려운 상황을 통해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한다.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 우리시대의 <벚꽃동산>은 무엇인가, 무엇이 사라졌는가.
 

△  라네프스카야의 저택에서 화려한 파티가 열린 모습.


△ 농노의 자식으로 태어나 부호가 된 로빠힌의 모습

△ 애처로운 표정을 하고 있는 주인공 라네프스카야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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