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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서서평]예술, 미학과 형이상학
Miguel de Beistegui, Aesthetics After Metaphysics: From Mimesis to Metaphor, Routledge, 2012.
[200호] 2017년 06월 12일 (월) 고 해 종 단국대학교 공연영화학부 강사
   
 

   오늘 고른 이 책은, 내가 생각하기에 오늘날 예술이란 것이 서 있는 토대 혹은 지평을 조망하게 해 준다. 형이상학과 미학의 지평이 그것인데, 우선 아방가르드한 운동의 영향 아래 현대의 예술이 ‘예술의 삶 되기’라는 파르헤지아를 주장하는 한 그것은 삶, 즉 인간 존재에 대한 사유를 어떤 식으로든 전제하고 있으며, 따라서 형이상학과의 접점을 갖는다. 그리고 사실 이 접점을 사유하는 방식의 차별성이야말로 예술을 바라보는 미학적 관점의 특수성을 온전히 지탱하며 그런 미학적 사유의 고유한 힘으로부터 예술은 자신의 존재론적 권리를 보장받는다. 형이상학과 미학에 대한 관심을 제목에서부터 드러내고 있는 이 책은 미메시스와 메타포라는 개념을 두 축으로 삼아서 포스트-형이상학적 영역을 사유해보고자 시도하는데 조금 과격하게 요약하자면 플라톤에서부터 들뢰즈에 이르는 역사가 본서의 여정을 이룬다. 특기해야 할 점은 채택되는 두 개념축, 미메시스와 메타포의 대치이다. 존재와 생성의 대립적 구도가 미메시스와 메타포의 구도로 치환될 때, 형이상학과 미학의 겹치고 또 분기하는 지평을 보다 용이하게 시야에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미메시스는 일반적으로 그러하듯 플라톤을 위시한 전통적인 형이상학적 예술론을 대표하는 개념으로 사용된다. 주지하듯 플라톤은 예술 작품을 모방의 모방, 시뮬라크르라는 허상으로 평가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에이도스를 모방하는 만큼 존재론적 함량을 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하여 저자는 들뢰즈를 좇아 과잉감각적(hypersensible)이고 메타포 중심의 미학적 지평에 대해 사유하는데, 그것은 감각적 세계와 초감각적 세계 사이에 추가적으로 개입되는 장으로써 지속의 운동 혹은 가변성을 담보한다. 이 때 시뮬라크르는 증량적으로 이해되며, 따라서 예술에 있어서 미메시스적 체제의 메타포적 체제로의 대체는 인간 존재와 관련된 예술의 혁명적 전환을 의미한다.
   본서와 관련하여 연극이라는 예술적 테마 주위를 배회하며 살아왔던 나의 지적 문제의식을 추동하는 배경은 단순하다. 그것은 두 개의 반지성주의이다. 한편으로 연극 예술 창작에 종사하는 사람들 중에는 어떤 개념 혹은 지적 담론에 대하여 앎의 필요성, 즉 그 효용가치에 대해 질문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그것을 왜 알아야 하는가?”라는 문장으로 압축할 수 있을 이러한 입장에 대해서, 내가 생각해보기를 권하는 것은, 정확하게 똑같은 질문이 그들의 활동에 던져지고 있으며, 또한 따라서 그들의 삶이 실제적으로 위기에 처한다는 사실이다. 이 위기에 대하여 그들이 제출하는 답은 스스로의 숭고화이다. 그들에 따르면 자신들과 그들의 활동은 그러한 차원을 넘어서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러한가?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 주장을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그러니까 예술에 대한 어떤 권리적 질문이 여기서 대두된다.
   다른 한편으로, 창작된 연극 예술작품들에 대해 평가하거나 그에 대한 이론적 분석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사정이 있다. 이들 중 더러는 포스트모던이라는 무한한 비규정적 긍정성을 기치로 내걸고서 다양성이란 이름의 백색 지대에 대한 낙관과 그 가능성을 결론으로 삼아야 함을 주장하는데, 이 때 종종 예술적 숭고의 이름으로 이론적 무근거성조차도 용인되는 사태가 벌어지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 예술 작품들에 대한 평가가 감행된다는 점이 문제가 된다. 사정이 이렇게 되면 결국 비평의 가능성은 소멸하고 남는 것은 기존의 사회적 권위에 의한 검열 뿐이다. 그러므로 예술은 다시 권리적 질문을 마주한다.
   사실 나는 이 책의 결론적 지점에 완전히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내 입장은 이를테면 들뢰즈적 사유에 정치적으로 요청되는 성찰적 조건성에 천착하는 바, 그에 대해서 보다 비판적이기를 지향한다. 그러나 예술에 대해서 이론적이고 또한 실천적인 논쟁이 일어나야 할 지평, 지금 요청되는 것은 바로 그것이라고 나는 믿으며,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에 도달할 수 있는 꽤 좋은 경로를 제시해준다고 생각하는 바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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