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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서평]폭력, 용인할 수 없는
마크 크레퐁·프레데릭 웜, 『폭력 앞에 선 철학자들』, 배지선 역, 이숲, 2017.
[200호] 2017년 06월 12일 (월) 박혜연 편집위원
   

   역사는 늘 폭력과 함께 해왔으며, 현재에도 폭력은 우리 삶과 무관하지 않다. 전쟁, 대학살, 인종주의, 테러리즘, 공권력 등이 그것이며, 우리는 언제든 폭력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폭력’에 대해 자각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 책의 저자는 철학으로써 폭력을 향한 저항이 가능해진다고 말한다.
   이 책의 논의시점은 ‘제2차 세계대전’과 ‘1960년대’로, 두 시기 모두 폭력의 역사를 내포하고 있다. 이 책에서 다루는 철학자들 역시 이 시기들을 지나쳐 왔기에, 폭력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은 폭력을 향한 철학자들의 대처와 그 사유를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왜 폭력에 저항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저자는 해당 시기 철학의 중심이 사르트르였음을 강조하며, 책의 앞부분에서 『존재와 무(無)』의 전개를 훑는다. 더불어 그를 둘러싼 논쟁지점을 살핀다. 또한 책의 논의를 진행하며, 시대적 상황과 연결 지어 레비-스트로스의 『야생의 사고』나 들뢰즈의 『차이와 반복』 등의 저서들의 핵심을 설명한다. 저자의 이러한 서술방식은 철학의 흐름이나 철학자들 간의 관계를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준다.
   사르트르는 ‘식민주의’를 ‘동등한 권리’가 배제된, 지배-피지배가 필연적인 폭력으로 본다. 그런 그가 ‘고문’과 ‘테러리즘’을 다른 차원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카뮈는 폭력에 대한 원칙적 거부 입장을 취하지만, 사르트르는 카뮈를 향해 폭력-체제에 대한 “은밀한 인정”이라고 비판한다. 그리고 “한 명의 유럽인을 죽이”는 것은 “압제자와 피압제자를 동시에 없애”는 것으로 보며, 테러리즘의 정당성을 피력한다. 한편, 메를로-퐁티는 폭력의 수용 지점에 대해 고민한다. 그는 우리의 선택지가 ‘폭력’과 ‘또 다른 폭력’ 사이에 있으므로, 우리가 초점을 둬야할 부분은 폭력 그 자체가 아니라 “폭력의 의미”와 “폭력의 미래”라는 결론을 내린다.
   전쟁-폭력에서는 아무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누구나 ‘비인간성’에 노출되고 만다. 때문에 시몬 베유는 전쟁을 완강히 거부한다. 어떤 위기도 ‘전쟁’이 그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어떤 언어도 “군대의 개입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가는 폭력을 도구·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공권력의 임의적 체포나 감금, 감시 역시 같은 맥락이다. 푸코는 감옥의 존재에 대해 단지 이렇게 말한다, “나는 용인할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것을 인지할 뿐이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은 폭력의 종결로 이어지는가? 여전히 생존자들의 기억 속에서, 역사의 성찰 속에서, 폭력은 여전히 살아있다. 나치의 폭력은 용서가 가능할까? 하지만 “용서는 사람들이 죽어간 집단수용소에서 이미 죽었다.” 아무도 희생자를 대신해서 용서할 수 없다. 피해자에게 용서를 강요할 수도 없다. 국가 권력이 가해자-피해자 간의 “일대일 대면”을 무시한 채, 용서의 언어를 대신 발설하는 것은 정치적·제도적 화해에 불과하다.
   철학과 폭력은 특정 시기나 국가에 국한되지 않는다. 세계적이며 현재적이다. 데리다의 말― “피해자가 자신의 이름으로 가해자를 용서할 권리를 빼앗길 때, 국가 권력이나 기관이 이를 부당하게 점유할 때마다 윤리는 변질됩니다.”―은 오늘날 한국사회의 ‘위안부 문제’를 환기시킨다. 우리는 폭력을 자각하기 위해 철학을 해야 한다. ‘용인할 수 없는 것’을 자각하는 순간, 그것은 ‘용인할 수 없는 것’을 “용인되지 않게 하는” 출발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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