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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회를 말하다]물음표를 지운 사회
대학에 대한 질문
[200호] 2017년 06월 12일 (월) 김 민 섭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저자
   
     

   나는, 내가 다니던 대학에 물음표를 덧입혀 본 일이 별로 없다. 대학은 정의로운 공간이고 그 안에 존재하는 구성원들 역시 마땅히 그럴 것이라고 믿었다. 대학원생 조교로 행정업무를 보는 것이, 시간강사로 강의하는 것이, 어느 순간 삶을 너무 ‘가혹’하게 만든다 싶기도 했지만 곧 내가 잘못되었을 것이라 생각해 버렸다. 지성의 전당, 진리의 상아탑, 그 공간에서 강의하고 연구하는 나는 행복해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대학에서 무엇으로 존재하고 있을까?”하는 물음표가 문득 생겼다. 박사과정을 수료하고서도 몇 학기가 지난 때였다. 맥도날드에서 아르바이트하지 않았다면, 시간강사에게는 재직증명서가 발급되지 않는다는 교직원의 통보를 듣지 않았다면, 당신의 노동을 증명할 방법이 없겠다는 은행직원의 멸시와 마주하지 않았다면, 아마 나는 물음표라는 문장부호를 잊은 부끄러운 인간으로 여전히 대학에서 존재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나는 반사회인, 반만 사회인이거나 그 반대편에 서 있는 인간이었다. 아니면 유령, 연구자라는 자기 위안 말고는 노동을 증명할 수 없는 인간이었다. ‘지방시’,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라는 책은 나는 무엇인가, 하는 물음표에 답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결국 나를 노동자로도 사회인으로도 규정할 수 없었고, 대학 바깥으로 나왔다.
그리고 생계를 위해 ‘대리운전’을 시작했다. 왜 하필 그것이었냐고 물으면, 운전을 좋아한다는 핑계에 더해 ‘대리’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노동을 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대학에 있었던 날들이 마치 대리의 날들 같았다. 내가 나로서 존재하지 못하고 대학의 구성원이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타인의 욕망을 대리해 왔다는 어떠한 감각, 타인의 운전석에 앉아 그것을 확인해 보고 싶었다.
   대리운전이라는 노동과 타인의 운전석이라는 공간은 무척 특별한 것이었다. 나는 그때까지 타인의 차를 운전해 본 경험이 거의 없었다. 첫 운전에서 나는 나의 호칭부터 시작해 몸, 언어, 생각까지 모든 것이 차의 주인에게 귀속되고 통제되는 것을 느꼈다. 의자의 기울기를 조절하거나 에어컨을 트는 것, 창문을 올리고 내리는 것, 간단한 행위도 마음대로 할 수가 없었다. 차의 주인이 나에게 먼저 말을 건네기 전에는 한 마디 제대로 꺼내기도 힘들었고, 그가 무어라하든 “네, 맞습니다, 대단하시네요.”하는 표현을 자연스럽게 반복해야 했다. 그러니까, 그 공간에서는 내가 나로서 존재하면서 사유하는 일이 불가능했고, 사실 그러지 않는 편이 더욱 좋았던 것이다.
   100번쯤 타인의 운전석을 오르고 내렸을 때쯤에, 나는 내가 있었던 모든 공간이 결국 거대한 타인의 운전석이었음을 알았다. 대학에서도 나의 몸으로, 나의 언어로, 나아가 사유하는 한 인간으로 존재하지 못했다. 막연히 나는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공간에 있다고 믿으면서 나와 내 주변의 타인들을 통제해 나갔다. 특히 내가 무어라 답해야 손님의 기분이 상하지 않을까, 하는 것 외에는 별로 생각할 것 없었던 타인의 운전석이나 내가 무어라 답해야 교수의/선배의/그 누구의 기분이 상하지 않을까, 하고 그에 알맞은 언어로만 말해야 했던 대학이나, 다를 게 딱히 없었다.
   내가 나로서 존재하지 못하는 공간에서 절대할 수 없는 행위가 하나 있는데, 바로 ‘질문하는 일’이다. 대리운전 기사는 손님에게 질문하지 못한다. 마치 대학원생이 지도교수에게, 아니면 대학에 대해 질문하지 못하는 것과도 같다. 그러면 결국 자기 자신에 대한 질문, 말하자면 성찰 역시 불가능하게 되고 ‘물음표’라는 문장부호를 잊게 된다. 그렇게 ‘대리인간’이 되는 것이다.
   동국대학교는 그동안 종단의 이사회 개입이나 총장의 논문 표절 논란 등으로 소란스러웠고 이것은 현재진행형인 것으로 들었다. 작년에 나는 대학원 총학생회와 함께 조교 노동자성 인정을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사실 동국대학교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모든 대학에서 일어나는 평범한 일이다. 그러나 거기에 불편해하며 물음표를 던지는 일을 우리가 잊었기에, 그것이 마치 어느 특정 학교의 일로 비추어지는 것이다. 내부 구성원들의 합의 역시 잘 일어나지 않는다.
   이 글을 읽고 있을 동국대학교의 대학원생들을, 그리고 학부생과 교직원들을 응원한다. 당신에게 작은 위로를 보내고 싶다. 자신이 속한 공간을 의심하거나 불편해하고, 거기에 물음표를 던지고, 결국 “나는/내가 속한 공간은 정의로운가?”하고 묻는 것은, 이 사회의 가장 주체적인 인간만이 할 수 있는 행위다. “당신들은 대리인간이 아니며 잘못되지 않았다.”는 한 마디를 보낸다.
          

△ 사진 출처 : @Openclip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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