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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토론]학내 언론 현황과 과제
위기의 학내 언론, 대학 연합 좌담회
[200호] 2017년 06월 12일 (월) 김세연 편집위원
   
  △  왼쪽부터 최예린, 김현수, 정진호, 김선웅, 안혜숙, 임세화.  

   5월 17일 오후 6시 동국대에서 ‘학내 언론의 현황과 과제’라는 주제로 좌담회가 진행되었다. 2000년대 이후 미디어의 다변화와 학생사회의 해체적 여파로 인해 ‘학내 언론’은 큰 변화와 위기 속에 존립하고 있다. 좌담회는 각 대학 학내 언론사의 발행 현황을 공유하고, 향후 학내 언론의 역할과 전망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김선웅(서울과학기술대학교 학보사 『서울과기대신문』 편집장), 김현수(동국대학교 독립언론 교지편집위원회 『동국』 편집위원), 안혜숙(중앙대학교 대학원 학보사 『중앙대학원신문』 편집장), 정진호(동국대학교 독립언론 『앞담화』 편집장), 최예린(서울대학교 학보사 『대학신문』 편집장)이 참석했으며 임세화(동국대학교 대학원 『동국대학원신문』 전 편집장)가 사회를 맡았다.

   각 언론사의 근무실태
   사회자 : 요즘 학내 언론이 학생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의 감소와 연동하여 발행 규모와 편집권 또한 축소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학보 ‘백지발행’이나 ‘발행중단’ 등의 극단적 사례들까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대학원신문사의 경우에는 폐간하거나 매거진 형태로 전환하는 등 운영 자체에 큰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각 대학의 학내 언론이 처한 문제들의 타개책을 논의하고, 긍정적인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자 이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우선 제작환경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서울대 『대학신문』 편집장(이하 ‘서울대’) : ‘서울권 대학 언론 연합’에 가서 얘기를 들어보면, 저희는 상대적으로 근무 여건이 좋은 편에 속합니다. 발행횟수는 한 학기 10~12번으로 시험기간을 제외하고 매주 발행합니다. 기자는 총 34명 내외이며, 각 기자들마다 활동비로 매월 40만원씩 지급됩니다. 방학 중에도 월급은 지급됩니다. 다른 학보사에 비해서 활동비는 넉넉한 편이지만, 그래도 주간지이다 보니 업무량에 비해서는 적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교지편집위원회 『동국』 편집장(이하 ‘교지’) : 저희는 독립언론이라 발행 비용이 문제가 될 때가 있습니다. 광고대행사 통해 받는 광고료와 선배들의 후원금으로 운영되는데, 올해 상반기에는 광고비가 안 들어와서 발행을 못 했습니다. 인건비나 외부필자 원고료는 물론 못 드리고요. 저희는 신문을 일 년에 두 번 발행하는데 그 중에 한 번을 놓쳤으니, 치명적이죠. 교지의 존재를 학우들이 알아주지도 않고 학생회관에 자리만 잡고 있으니 어디에 속하든지 없어지든지 하라는 식의 말도 들었었습니다. 학교에서는 교지를 가끔 말썽이나 피우는 불필요한 존재로 인식하는 것 같아요.
   『앞담화』 편집장(이하 ‘앞담화’) : 저희도 비용 문제는 많이 고민 합니다. 디자인도 직접 배워서 하고요. 인건비는 지급하지 못하지만, 신입 기자를 뽑을 때 확실히 말해요. 자본에서 독립된 만큼 외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저널리즘 정신을 실현할 수 있을 거라고. 실제로 글 쓰는 사람은 8명 정도에 불과하지만 조직 전체 규모는 큰 편입니다. 정보원 등 활동 인원을 합하면 많을 때는 40명 정도까지 됐었어요.
   중앙대학교 『중앙대학원신문』 편집장(이하 ‘중앙대’) : 우리 신문은 83년 창간 이후 오랫동안 자치기구로 있으면서 미디어센터 소속으로 들어가지 않으려고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10년 전 제가 석사과정 때만 하더라도 자치기구였는데, 박사과정으로 들어오니 미디어센터 소속이 돼 있더라고요. 센터로 들어가면서 주간교수도 생겼어요. 신문사에 편성된 예산이 줄면서 5명이었던 편집위원이 2015년 4명으로 줄었으나, 등록금 (전액) 면제 혜택은 유지하고 있습니다.

편집권은 우리 것, 배포권은 너희 것?
사회자 : 미디어센터 이야기를 하셨는데, 『동국대학원신문』은 제가 2007년도에 석사과정을 다닐 때만 하더라도 총학생회 소속이었어요. 그러다 미디어센터가 생기면서 통합이 됐습니다. 사실 주간교수나 학교 측 담당자들이 읽는 건 보도기사 밖에 없어요. 서울대는 교수가 같이 신문을 기획하기 때문에 기사 수준이 올라가는 장점이 있지만, 다른 학교들의 경우 대체로 주간교수는 검열자 이상의 역할을 하지 않죠.
   중앙대 : 저희도 주간교수가 최종 인쇄물을 보고 수정해야할 부분을 지적해요. 하지만 저희는 되도록 표기법관련 수정사항 정도는 받아들이지만, 그 외에 논조에 영향을 끼치는  부분에 수정을 요구하면 강하게 거부하는 편이에요. 그러나 이런 부분은 편집장이나 편집위원이 어떤 태도를 가졌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는 문제인 것 같아요. 한 번은 제가 “편집권한은 우리에게 있다”고 하니까 주간교수가 굉장히 노하면서 “그렇다면 배포권은 우리한테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편집장 임명은 미디어센터장이 한다는 말도 하더라고요. 신문사 내규에는 분명히 ‘편집위원에게 편집권이 있다’고 명시되어 있지만 현실적으로 미디어센터 소속이면서 편집권을 사수하는 건 상당히 큰 노력이 필요하죠.
   과기대 : 저희는 편집권에 대한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요. 사칙에는 주간교수가 총괄한다는 식으로만 나와 있더라고요. 그래서 주간교수의 성향에 따라 달라지는 경향이 있죠. 현재의 주간교수는 저희 편에서 본부랑 싸워주고, 기사에는 일체 개입하지 않습니다. 인쇄 전에 오탈자랑 비문 정도만 잡아주는 정도? 그런데 예전 주간교수는 자기 마음대로 기자를 해임하기도 했어요.
   앞담화 : 주간교수의 지도를 받는다는 것 자체가 모순인 것 같아요. 학교랑 구조적으로 결합되어 있는데 제대로 된 비판을 할 수 있을까요.. 안타까웠어요. 저희는 편집권을 일체 침해받지 않으니까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의 총장 사태도 저희가 먼저 터뜨렸어요. 처음에 김희옥 전 총장 아들의 수원대 교수 임용 비리 사건을 1면에서 보도했는데, 사건을 파헤치다보니까 다음 보광스님 선거 문제까지 나온 거죠.

   백지발행, 신문수거, 치닫는 갈등…
   사회자 : 서울대 『대학신문』은 편집권 침해에 맞서 백지발행을 강행하셨는데요. 백지발행은 언론사가 막다른 골목에서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결단을 내리기까지 쉽지 않으셨을 것 같은데요.
   서울대 : 처음에는 자체적인 해결방법을 모색했습니다. 학교 측에 사칙 개정과 주간교수 사퇴를 요구했죠. 그런데 4개월 넘게 답변이 없었고, 지금은 해임된 주간교수가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었어요. 자신의 권리를 이용해 광고대행사와의 재계약을 불허하는 바람에 저희 신문에 실을 수 있는 광고가 없는 상황에 처했어요. 그래서 강경한 수단을 쓰게 된 거죠. 백지발행이 학내에서 이슈가 많이 됐습니다. 학교에서는 주간교수를 해임하고 광고대행사와의 계약 문제도 해결해주었어요. 저희 사칙에는 편집권에 대해 ‘여러 주체들이 회의해서 합의한 사항으로 결정된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합의’라는 단어가 모호하기 때문에 문제인거죠. 이제까지 대부분은 ‘합의정신’이 지켜져 온 편이나, 이전 주간교수처럼 모호성을 빌미로 자기 의견을 개진하려 하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새로 부임한 주간교수는 사칙 개정이 필요하다는 저희의 의견에 동의했습니다.
   과기대 :저희는 학교 측에서 신문을 수거해 갔어요. 매년 입학식 날 신입생에게 신문을 배포하는데, 총학생회 측에서 그걸 막으려고 하다가 저희가 거부하자 학교 본부에 도움을 요청한 거예요. 총학에서 문제 삼은 기사는 공대 전 비대위원장의 학생회비 횡령과 관련된 내용이었어요. 문제시한 이유는 두 가지인데, 사건 관계자들의 실명을 노출했다는 거랑 신입생들이 이전 학생회(2016년)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을 갖게 되면 새 학생회(2017)출범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거였어요.
   앞담화: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학교에서 학생회 내부 분열을 반겨야할 것 같은데요. 오히려 학교가 학생회 비판을 공론화하지 못하게 적극적으로 막았다는 점이 특이하네요. 총학 측에서 학교에 그런 부탁을 했다는 점도 우리로서는 생소한 측면이 있습니다. 학생들 반응은 어땠나요?
   과기대 : 학교 측에서 교비를 많이 지원해주기도 하고, 총학이 운동권이 아니다보니 학교와 대립각을 세우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이번 일로 학생들에게는 관심을 많이 끌었죠. 빠진 기사가 대체 뭐냐고. 총학 측 의도와는 다르게 오히려 더 이슈가 됐어요.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뉘었어요. ‘학교가 빨리 사과해야지’ 하는 거랑 ‘학교가 신문 회수를 권유할 수도 있지 않나’ 이렇게요. 의외로 후자 쪽도 많더라고요.

   

   의제화 기능의 상실… 돌파구 필요
   사회자 : 황당한 사건이 벌어진 뒤에나 이슈가 됐다는 게 아이러니 하네요. 이런 걸 보면 확실히 신문의 의제화 기능이 떨어졌다는 게 느껴집니다. 학내 언론의 기능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 볼게요. 저희 『동국대학원신문』은 1987년에 창간되었는데 이때는 학생사회의 역할과 기능이 뚜렷하고, 그를 대표하는 매체가 절실했던 때입니다. 그런데 2000년대 이후 학생운동이 퇴조하며 학생사회의 결집력이 약화되고 인터넷 플랫폼 등 매체가 다변화되면서 학보사의 역할과 위상은 현저히 달라졌다고 봅니다. 연세대 대학원신문처럼 발행형태를 전환하거나, 홍익대의 사례처럼 학보를 자진(?)폐간하는 사례들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향후 학내 언론들이 추구해야 할 가치는 무엇일까요. 또 학생들이 학보를 읽지 않는 난관을 어떻게 헤쳐가야 할지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중앙대 : 저희 신문은 80년대 학술운동의 일환으로 시작되었고, 학내사안에 대한 보도와  학술기사를 병행하는 형식을 유지하고 있어요. 월간지 방식이긴 하지만 기본적인 논조는 비판적·진보적 성격을 유지하려고 하며 방향성이 뚜렷한 편이죠. 이런 이유로 학교 본부에서 좀 더 친-학교적인 기사를 싣지 않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면 “저희는 홍보기사는 싣지 않습니다”라고 명확히 이야기를 해요. 그런데 요즘은 독자인 원우들도 간혹 언론의 역할을 헷갈려 하는 것 같긴 해요. 학내 문제점을 꼬집을 때는 언론을 찾지 않다가도, 본인이 외부에서 상을 받아왔는데 그걸 홍보해 달라는 요구를 하는 경우도 있고요.

   과기대 : 요즘 학생들은 오프라인 신문을 잘 안 읽어요. 핸드폰으로 기사를 보는 게 빠르니까요. 예산 문제도 있고 그래서 저희는 디지털퍼스트로 전환을 하게 됐어요. 그리고 평소에 페이스 북 ‘대나무 숲’을 많이 모니터링 합니다. ‘학생회비 횡령’ 사건도 누가 대나무 숲에 제보한 것을 보고 취재를 시작한 거였어요. 보면 불평불만의 목소리는 많은데 제보자들이 전면에 나서지 않으니까 저희가 대신 사건에 뛰어드는 거죠.
   교지 : 동국대도 대나무 숲에서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 가요. 심지어 학생회 측의 공식 성명서도 대숲에 올려요. 학생들이 훨씬 더 많이 보고 피드백도 빠르니까요. 저희 페이스북 페이지 팔로워는 천 명 남짓인데 대숲 팔로워는 만 명이에요. 교지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데다 발행주기도 길어서 학우들과 밀접하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교지를 발행하지 않는 시기 동안은 페이스북을 최대한 활용해요. 교지에 싣지 않더라도 꾸준히 인터넷 기사를 올립니다. 학우들을 자주 접하게 하는 게 살아남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탄압, 학내 언론의 필요성 반증
   앞담화 : 학교 측의 탄압을 정치적으로 잘 활용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2015년 앞담화와 교지 가판대 무단 철거 사태가 일어났을 때도 당시에는 굉장히 분노했지만, 한편으로는 학우들에게 우리를 알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어요. 기사에 관심이 없더라도 학교에서 언론을 통제하려고 한다는 사실에는 관심을 갖거든요.
   과기대 : 동감합니다. 과기대에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는데, 참여자 중 55%가 저희 신문사의 존재를 모른다고 답했더라고요. 근데 이번 백지발행 사태 이후 인지도가 올라갔어요. 이제는 제보도 많이 들어옵니다.
   사회자 : 나쁘지 않은 전략인 것 같습니다. 탄압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학내 언론의 필요성을 반증하는 측면도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불안하기는 합니다. 이렇게 결론이 날 줄은 몰랐는데…….(웃음)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교지 : 저희 교지가 ‘자치언론’인 이유는 예산 지원을 받지 않아서가 아니라 학생들에게 더 가까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동국대는 그렇지 않지만 자치언론이 여러 개인 학교도 많습니다. 고려대 같은 경우에는 교지대를 지급받는데, 그러면 교지에서는 거기서 15%를 떼어 자기들을 제외한 나머지 자치언론에 나눠줍니다. 우리학교도 앞으로 교지 같은 매체가 늘어나서 학생사회 내 언론의 다양성이 보장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누구도 관심 갖지 않는 사람들의 이해관계에 대해 말하는 언론사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서울대 : 학교 본부의 탄압보다 두려워해야 할 것은 아무도 우리 기사를 안 읽는 거라고 생각해요. 학내언론들은 각자 자기 존재가치를 증명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중앙대 : (학생들이 신문에 관심이 적다는 것도 문제지만) 일단 학생들이 보든 안 보든 신문을 만드는 입장에선 계속 열심히 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실 가장 열심히 신문을 읽는 건 ‘학교 측 (본부)’이지요. 학교 측에 자극을 주고 긴장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꾸준히 문제를 제기하고 열심히 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회자 : 오늘의 토론이 학내 언론의 발전에 미약하게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긴 시간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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