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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죽음’ 이후, 대학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연대의 시작
<대학의 인권과 민주주의: 대학 공공성과 자율성 회복을 위한 촛불들>
[200호] 2017년 06월 12일 (월) 임세화 국문과 박사 수료
   

   과연 오늘날 대학은 과연 가장 정의로운 곳인가. ‘지성의 전당’, ‘학문의 상아탑’으로서 역할을 다하고 신뢰받고 있는가. 구성원과 소통하지 않는 독재적인 권력은 투사 아닌 자들을 투사로 만들어냈다. 평범한 시민들로 하여금 촛불을 들고 광장에 모이게 만들었고, 이제는 민중가요를 부르지 않는 대학생들로 하여금 대학 안으로 몰려든 경찰에 대항하여 손을 맞잡고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를 제창하게 만들었다. 학생과 시민들을 한 자리에 모이게 한 힘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정의롭지 못한 세계에 대한 분노였고, 개인이 어찌할 수 없는 견고한 구조에 대한 좌절이었으며, 소통이 아니라 폭력으로 응답하는 세계에 대한 공포이자 두려움이었을 것이다.

  

 

 대학의 반민주적 작태를 해결하기 위한 촛불 투쟁


   6월 9-10일 양일간 이화여대에서 개최된 <대학의 인권과 민주주의: 대학 공공성과 자율성 회복을 위한 촛불들>은 구성원 의견 수렴 없는 일방적 구조조정과 학과 통폐합, 이사장 및 총장 선출과정에서의 비민주적 행태들, 졸속 추진된 평단사업, 학내 비정규 노동자들에 대한 가혹한 처우, 성폭력 사건들, 인분교수 사건으로 대표되는 교수의 ‘갑질’과 대학원생 노동 착취 문제 등등 다 열거하기조차 벅찬, 대학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반민주적, 비윤리적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촛불의 연장선상에서 기획되었다. 대학의 다양한 주체들이 모여 대학에 산재해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살펴보고, 대안을 마련하며 투쟁의 방식을 모색하는 자리가 펼쳐진 것이다.
   최은혜 인문학협동조합 연구복지위원장은 기획사에서 이번 심포가 서로의 싸움의 경험을 공유하고 여러 단체들이 연대하여 다음 행동을 하기 위한 예비적인 단계가 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간 각 대학에서 벌어졌던 여러 투쟁들에서, ‘남은 것은 치열하고 처절한 투쟁의 기억, 그리고 기록들뿐’이지만, 이 기억들을 공유하고 연대하여 “아홉 개의 머리를 가진 괴물”이 되어버린 ‘대학’을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날, 대학은 죽었다”

  얼마 전 서울대학교 시흥캠퍼스 추진 강행을 반대하며 본관을 점거한 학생들에게 교직원들이 물대포를 살수하며 폭력적으로 농성장을 침탈했던 사건이 벌어졌다. 강제 침탈에 항거하는 학생들을 교직원들이 폭행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목장갑을 끼고 전기톱과 절단기를 든 직원들”에 저항하던 학생들은 혼절하고 피를 흘렸으나, 그 자리에 있던 어떤 교수도 그 폭력을 말리지 않았다. 윤민정 전 서울대 본부점거운동본부 위원장은 “그날, 대학은 죽었다”며 대학과 자본이 손잡고 벌인 캠퍼스 팽창사업에 피 흘려야 했던 학생들의 통절한 심정을 토로했다. IMF 이후 노골화된 신자유주의적 대학 민영화와 기업화의 흐름 속에서 자본권력이 대학을 실제로 지배하게 되었고, 그 결과 대학들은 수익 창출을 위해서 자신들이 팔 수 있는 모든 것을 시장에 내다 팔았다는 것이다. 서울대에게 그것은 학벌 프리미엄과 이를 상징하는 학생들이었다. 윤민정 전 위원장은 “서울대는 여전히 박근혜의 시대를 살고 있다”며 자산 팽창을 위해 무분별한 학생 탄압을 자행하는 서울대 당국의 폭력적이고 비교육적인 행태를 비판했다.

 

   시장의 노예가 된 대학

   신자유주의 시대에 대학은 시장의 노예 상태가 되어 전락할 수밖에 없는 것인가. 김누리 중앙대 교수는 “대학문제는 대학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의 문제이다.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와 적폐들이 응축된 것이 오늘날 대학 문제인 것”이라며 한국 대학이 겪고 있는 문제가 결코 특수하게 국한된 소수의 문제가 아님을 강조했다. 김누리 교수는 “정치투쟁의 최전선은 내 안에 있다”는 68혁명의 유명한 문구를 언급하며, 모두가 자신 스스로를 먼저 깨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음을 상기시켰다. 각 개인들이 자본주의 논리에 스스로를 내면화하고 있는 신자유주의의 도저한 물결 속에서 스스로를 먼저 깨는 일은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난점을 지적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수와 학생들이 ‘대학’에 대해 알고자 하고 개혁하려고 하는 시도들이 중단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역설했다. 그는 “‘대학’의 정의는 자유롭고 평등한 학문공동체이다. 그런데 오늘날의 대학은 그런 공동체가 아니다. 이 사회에서 대학처럼 불평등한 곳도 없다”며 “대학의 구성원들이 주체가 되어 오늘날 ‘대학의 죽음’”에 대해 스스로 각성할 것을 요청했다.

 

   “가장 큰 적폐는 교수들의 이기주의”

   지금 우리 사회는 왜 ‘헬조선’이 되었는가? 김누리 교수는 이에 대해 “이 헬조선을 만든 데에는 ‘대학의 죽음’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투쟁의 주체는 테뉴어를 받은 정교수이다. 그들이 대학 개혁의 중심에 서야 한다”며 ‘대학의 죽음’을 방조한 보수적이고 미온적인 교수사회의 무책임을 비판했다.
김영 인하대 교수협의회 회장도 “가장 큰 적폐는 교수들의 이기주의이다. 지금껏 강사들의 봉급에 대해서 교수협의회는 단 한 번도 건의한 적이 없다”며 교수들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영 교수는“현재 인하대에서는 강사노조 설립이 준비 중이다. 교수협의회는 시간강사와 청소노동자 등과 연대하여 손을 맞잡고 가장 먼저 대학 내 차별적인 임금체계부터 바로잡을 것이다”라며 인하대가 대학 적폐 청산에 중요한 신호탄을 쏠 예정임을 알렸다,
   정대화 상지대학교 교수 역시 “오늘날 대학의 교수들은 그렇게 개혁적이지 않다. 그들은 가장 보수화된 집단”이라며 입을 모았다. 정대화 교수는 대학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원인으로 대학 문제가 우리 사회의 주요 아젠다가 되지 못하는 상황을 거론했다. 투쟁의 끈을 이어가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을 사회적 의제로 만들고 함께 머리를 맞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라는 것이다. 정대화 교수는 상지대에서 7년 동안 정부를 상대로 지난한 소성을 이어가면서 얻어낸 결실로 ‘사립대학의 총학생회와 교수협의회는 대학을 상대로 원고가 될 자격(소송적격)이 있다는 판결’을 얻어낸 것을 꼽았다. 이제 총학과 교협이 법적으로 대학의 주체로서 권리를 찾을 수 있는 자격을 인정받은 것이다.

 

   총학의 어용화,  학생처와 총학 사이의 모종의 관계

   플로어에서 자유 발언을 했던 한 학생은 학생들이 조직화되기 어려운 이유가 오랫동안 학교가 학생회를 탄압해왔던 역사와 관계 있다는 점을 말했다. 그는 “학교들이 교묘하게 학생회와 학생처와의 모종의 관계를 통해서, 전방위적이고 교묘하게 총학의 어용화를 꾀하고 있다. 학생들이 왜 싸우지 않는가를 물을 게 아니라, 이 문제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모교인 세종대의 사례를 거론하며 “오랫동안 어용 총학은 어용 아닌 총학생회와 선거에서 경쟁해왔다. 어용 총학생회는 학생처의 조직적인 지원을 받으며 선거에서 경쟁력을 갖춰왔다. 이런 결과가 반복되다 보니 더 이상 학생조직에서 자율적으로 후보자를 선출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 왔다. 물론 어용 총학생회는 자신들이 어용인지 모르는 경우도 있다”며 일침을 가했다.

 

   “‘어용총학’은 어용이라는 이름 대신
   ‘복지’라는 이름을 내건다”

   이에 대해 김진모(한신대 민주적 총장선출을 원하는 학생모임) 씨는 “말씀하신대로 어용총학은 어용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나오지 않는다. 그들은 언제나 ‘복지’라는 이름을 내걸고 나온다. 학생처와 잘 협의해서 탁상에서 예산을 받아내고, 대신 학교에 대들지 않고, 학생지원팀의 예산 지원을 최대한 받아먹는 것. 그걸 복지라는 이름으로 포장하여 홍보하는 것이다. 불행히도 그 커넥션이 초래하는 것은 학생사회의 기반 약화와 조직 해체이다. 결과적으로 학생사회의 밑바탕을 스스로 약화시키는 것”이라며 사태의 심각성을 논의했다.
   함께 발표를 했던 김계호 (한신대 민주적 총장선출을 원하는 학생모임) 씨 역시 ‘어용총학’이 초래하는 문제들에 대해 의견을 보탰다. “한신대에 이른바 ‘어용총학’이 집권했을 때 학교를 비판하거나 어떤 정치투쟁도 하지 않았지만, 그 당시 학교의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조명시설을 모두 새로 교체해준다던지, 당장 체감할 수 있는 집기들을 바꾸어주었다. 학교는 총학생회가 1억 천만원이라는 돈을 사업비로 집행하게 해주었다. 그런데 그게 과연 학생들에게 좋은 일이었을까. 학우들은 모른다. 1억 천이라는 돈을 받아오면서 어떤 대가들을 함께 받아왔던 것인지. 1억 천을 가져올 때에 청소노동자들의 임금이 삭감되었고, 7명이 강제해고 당했다. 등록금 협상을 비롯한 학생들의 권익 역시 보호받지 못했다. 그런데도 학생들은 가깝게 체감되는 ‘복지’라는 이름 아래 받아온 그 돈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것이 초래할 대가에 대해서는 잘 상상하지 못한다.”

  

   “학생들의 권리는, 민주주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양일간 열린 심포에서는 최장훈 31대 대학원 총학생회장과 신정욱 32대 대학원 총학생회장도 발제를 맡았다. 최장훈 전 원총회장은 <동국대학교, 재단과의 투쟁 경험, 그리고 여전히 계속되는 문제>라는 제목의 발표에서 2014년 겨울 이후 현재까지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이른바 ‘총장 선출 사태’를 둘러싸고 학내외에서 벌어진 투쟁의 경험에 대해 말했다. 최장훈 전 원총회장은 2015년 만해광장의 조명탑에 올라 45일 간의 고공농성을 진행한 바 있다. 최장훈 전 원총회장은 “학생들의 권리는, 민주주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질문하며, 학교가 교비로 학생들을 고소하고, 50일간 단식투쟁을 벌였던 김건중 총학생회에게 개인정보 파기를 이유로 무기정학 처분을 내린 사태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오늘날 대학을 괴물로 만든 것은 정부 정책의 실패 때문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그 책임과 피해를 대학의 구성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 총장 직선제를 실행하고, 총장뿐 아니라 학생도 참여할 수 있는 이사회 조직 개편을 실시해야 한다. 근본적인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결코 소통을 이야기할 수 없다”며 해결책을 제시했다. 신정욱 전 원총회장은 <대학원생 조교의 노동자성 쟁취를 위한 방안> 제하의 발표에서 대학가 학생 노동자가 처한 근로환경과 처우에 대해 검토하고, 그 대안책으로 조교 노조 결성을 거론했다. 신정욱 전 원총회장은 31대 원총 기획국장으로 재직할 당시부터, 약 2년간 ‘조교 노동 실태 조사’ 등을 준비하며 조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해왔다.
   박승현(서울대학교 본관 점거 학생) 씨는 대학 적폐 청산을 위한 실천들에서 형식과 실질적인  영역이 괴리되고 있고, 그 결과 구성원들이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구조는 왜소해졌다는 점을 문제로 거론했다. 그는 “87년 이후 민주화가 이루어진 지 30년이 지났지만, 오히려 대학 내의 민주주의는 퇴보한 것이 아닌가”라고 현 대학들이 처한 상황을 진단했다.

   <대학의 인권과 민주주의: 대학 공공성과 자율성 회복을 위한 촛불들>은 대학생과 대학원생, 교수와 시간강사 등 대학의 어딘가에서 구성원으로 존재하는 주체들의 연대와 투쟁을 위한 화합의 장이었다. 그것은 대학 내 주체로서 올곧게 바로서기 위한 각성이자, 각자의 두려움과 공포를 서로 맞잡은 손의 온기로 이겨내려 하는 연대의 시작일 것이다.
   이번 심포지움을 기획한 인문학협동조합과 민족문학사연구소 측은 ‘대학 적폐를 해소하고 공공성을 회복하자’ 라는 취지 아래 ‘대학적폐 박 터트리기’ 행사도 가졌다. 모두가 한 마음으로, 부끄러움과 분노를 담아 콩주머니를 던져 ‘대학적폐’ 박을 깨뜨렸다. 그것은 가장 먼저 ‘내 안에 있는 정치투쟁의 최전선’을 깨뜨리는 상징적인 실천이었다. 둥글게 말면 ‘촛불’이 되는 형태의 자료집을 제작한 주최측은 “이번 심포지움이 각자의 마음에 있는 촛불을 함께 높이 들 수 있는 연대와 투쟁에 동력이 되기를 바란다”는 바람을 밝혔다.       

 

* 이 행사는 <인문학협동조합>과 <민족문학사연구소>의 공동주최로 진행되었고, <이화여대 법학연구소>가 주관했다. <동국대 대학원신문사>, <동국대 교수협의회>, <성균관대 문과대 교수협의회>, <민주화를 위한 전국 교수협의회>, <역사문제연구소>,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전국대학원총학생회연합회>, <한국대학학회>, <고려대 대학원신문사>, <혜화동인문학노동자들>이 연대단체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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