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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사]『동국대학원신문』과 어떤 머무름의 시간들
[200호] 2017년 06월 12일 (월) 임세화 2015년 편집장

   학술관 3층, 사다리꼴 모양의 작은 사무실에 대학원신문사가 있다. 사무실에는 90년대부터 사용하던 낡은 철제 캐비닛과 편집위원의 책상들, 2004년 재물번호가 붙은 의자와 고장난 시계가 있다. 더 이상 초침을 움직이지 않는 멈춰버린 시계처럼, 대학원신문사도 어떤 시간들 속에 머물러 있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200회를 맞이한 『동국대학원신문』의 시간들을 축하하며, 어떤 머무름의 시간들에 대해 말해보고 싶다.
   하도 삐걱거려서 가끔 문이 빠지곤 하는 철제캐비닛을 열었던 적이 있다. 신문사의 옛 자료들과 전대 편집위원들의 물건들이 대중없이 섞여 있었다. 컴퓨터가 보급되지 않았던 시기, 수기로 작성된 자료부터 낙서뭉치, 용처를 모를 잡동사니 들이 옹기종기 쌓여 있었다. 농담까지 꼼꼼하게 적힌 회의록도 있었는데, 아는 선생님들의 이름이 보여 반갑기도 했다. 90년대 초 예결산 장부에는 현재 대학원신문의 한 호 발행 예산을 뛰어넘는 신문사 주최 ‘학술기획’ 비용이 적혀 있기도 했다.
   예전 신문에는 도스 컴퓨터를 부팅하고 사용하는 방법, 농촌과 농업에 대한 기사들, 90년대를 넘어서부터는 노동운동이나 마르크스 같은 단어들도 눈에 띄었다. 지금은 저명한 학자가 된 선생님, 선배들의 앳된 얼굴과 헤어스타일도.
   지금도 신문사에는 그 시간들이 고스란히 남겨져 있다. 아마도 무용하거나 잊혀진 관심사가 되어버렸을지 모르는 그들의 흥미와 열정이, 그리고 어떤 젊음의 흔적들이 서툴지만 꼼꼼하게 남겨져 있다. 고백하건대, 그 흔적들과 마주할 때마다 나는 까닭모를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리고 신문사를 그만 둔 이후에야 그 부끄러움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200호를 발행한다는 편집위원의 말에, 나는 “300호를 못 낼지 모르니, 200호 특집하면 좋겠네”라고 철없는 농담을 던졌다. 하지만 그 말은 나에게도 아픈 말이었다. 신문사에 남은 후배는 가끔 떨리는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다. “제가 편집장으로 있을 때 우리신문이 없어지면 어떡하죠……”
석사과정이던 2007년에도 나는 『동국대학원신문』 편집위원이었다. 그 해 우리신문사는 총학 산하 특별기구에서 미디어센터로 소속이 이전되었는데, 소속 외에는 달라질 게 없다는 약속을 받은 이후 어렵게 내린 결정이었다. 그리고 2013년, 많은 것들이 변해 있었다. 편집위원 3명이 신문을 만들어야 했고, 제작예산과 장학금 역시 반토막 나 있었다. 원고량도 대폭 줄어 베를리너판 8P로 발행되고 있었다. 오퍼레이터 조판 비용도 전액 삭감되어, 선임 편집장은 내게 『인디자인 따라잡기』 책을 건넸다. 학내에는 총장 선출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계속됐고, 최종 편집본 검열 과정 때마다 교직원과 실랑이를 벌여야 했다. “니들이 만든다고 신문이 너네 건 줄 알아? 착각하지 마.”라는 폭언을 들었던 날의 참담함을 아직 기억한다.
   그러나 분노와 지난함이 깊어질수록, 더 좋은 신문을 만들어야겠다는 욕심도 더해져갔다. 때로 나는 그 시간들 속에 아직 머무르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신문은 이제 학기당 2번 밖에 발행되지 않고, 전체 원고료 총액은 100만원 남짓으로 조정되었다. 그럼에도 학내외 대학원생과 연구자들은 여전히 우리에게 피드백을 주고, 기사를 링크하거나 기획을 제안하며 응원의 말을 건넨다. 선배들의 청춘과 열정에 더해 동시대 연구자들의 기억들이 함께 모여 만들어진 시간들, 그것이 『동국대학원신문』이 머무르고 있는 영원한 오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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