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17.6.30 금 21:50
인기검색어 : 논문표절, 조교 문제, 등록금 인상
신문사소개 | 기사제보 | 광고안내 | 호수별 기사보기
> 뉴스 > 보도 > 학내보도
     
[특별기고]대학원생들에게 더 적합한 ‘노동’이 따로 있을까? : TA제도 개편에 대하여
[200호] 2017년 06월 12일 (월) 신정욱 일반대학원 전 총학생회장

   현재 한국의 대학들은 행정조교(GA), 교육조교(TA), 연구조교(RA) 등의 조교 형태를 운영하고 있다. 행정조교는 흔히 학과조교 혹은 학사운영실 조교 등으로 불리며 관련 부서의 행정ㆍ사무 일반을 담당하는 역할을 한다. 교육조교는 출결감독, 시험감독ㆍ채점 등의 수업보조 역할을 하며 연구조교는 연구소 등에서 특정 연구에 필요한 자료를 정리하거나, 연구소 행정직을 수행한다.
나는 대학원생을 ‘행정조교’ 직에 고용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행정조교는 말이 조교일 뿐 사실상 직원의 업무와 다를 바가 없다. 이 직책은 현재 대학 직원들이 받아야할 보수와 혜택을 고스란히 받아야 하는 하나의 직업군으로 봐야 한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에 어긋나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생각한다. 대학원생의 연구나 학업과 완전히 동떨어진 일이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는 순전히 학교의 편의상 만들어진 기형적인 ‘비정규직’형태일 뿐이다. 그러므로 대학원생을 고용하는 것이 아닌 정규직 직원을 채용하여 오랜 기간 동안 근무하도록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이는 ‘학과 및 관련 부서의 전문성’을 키우는 길이기도 하고, 학업과 연구에 충실하고픈 대학원생에게도 훨씬 더 이로운 일이다.
   사실상 대학원생들에게 적합하다고 할 수 있는 노동은 교육조교(TA)나 연구조교(RA)일 것이다. 이들 직군은 대학원생들의 관심사이자 진로방향이기도 한 강의ㆍ연구활동과 어느 정도 연관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살펴보면 정작 그렇지도 않다. 대표적인 게 바로 TA제도이다.
   본래 TA 제도는 세 가지 목적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첫 째는 대학원생의 교육비를 경감시킴과 동시에 예비교수자로서의 경험을 축적시키기 위함이고, 둘째는 수업의 질을 제고하기 위함이고 셋 째는 교수에게 일정한 편의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교육조교 제도는 철저하게 셋 째 역할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즉 교육조교란 교수의 단순 비서직에 불과하다.
   반면 미국의 TA제도는 우리나라의 교육조교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결정적 차이가 있다. 먼저, 미국은 TA의 튜터 역할을 크게 강조한다. 즉 수강생들의 실험과정이나 문제풀이 과정에서 학생들 지도하고 질문에 대해 답변하는 역할, 메인 강의를 보강하는 토의 과정(discussion section)을 맡아 진행하는 역할이 핵심적이다. 어떤 경우 수업 진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한 ‘보강 수업’을 TA가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우리나라 교육조교들이 대체로 출결 점검, 수업과제 공지, 시험 감독이나 시험지 채점 등의 단순 ‘보조’ 역할만을 수행하는 것과 명백히 상반된다. (물론 미국의 TA들도 그러한 역할을 수행한다.)
   나는 미국의 TA제도가 조교 개인의 교육자적 경험 및 경력 강화, 수강하는 학생들의 수업 역량 강화를 동시 충족하게끔 운영된다면(그렇게 기대된다면) 한국의 교육조교제도는 철저하게 교수의 수고로움을 더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 운영된다고 생각한다. 즉 예비교수자로서의 조교 개인의 역량을 강화한다는 측면과 수업의 질을 제고하기 위한 측면이 처절하게 방치되어 있다.
미국의 경우 실제로 TA 경험이 예비교수자로서 역량을 강화하는 경험ㆍ이력으로 기능하고 있다. 미국의 TA(Teaching Assistant) 과정은 동음이의어인 또 다른 TA(Teaching Associate) 혹은 TF(Teaching Fellow) 과정과 연속적인데, 버틀러의 논문에 따르면 TA(Teaching Assistant) 경험이 있는 대학원생들 중 약 2/3가 TF직을 수행한다. (Teaching Associate는 주로 박사과정 재학생들이 학부의 1-2학년 수업을 직접 강의하는 직책이며, Teaching Fellow는 박사학위 또는 그에 준하는 수료생이 학부생의 수업을 직접 강의하는 직책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대학생원 조교의 경험이 ‘강의를 하는 것’와 전혀 연속성이 없다. 대학원생과 강사는 명백히 다른 ‘신분’일 뿐이다. 그러므로 서로가 상대방의 처지에 동질감을 느끼지 못한다. 대학원생들은 ‘나도 언젠가 강사가 되겠지.’라는 막연한 생각만을 가질 뿐이며, 강사에겐 대학원생이란 정말 벗어나고 싶었던 흑역사의 시간일 뿐이다. 나는 현재 대학원생과 강사 간에 연대가 희박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서로 다른 정체성을 갖고 있다.
   반면 미국의 경우는 다르다. 미국의 대학원생 TA들은 스스로를 명백히 교육노동자로 정의하고 있다. 이는 1960년대부터 이어온 대학원생 노조운동이 왜 하필 TA를 중심으로 진행되어왔는지를 설명하는 근거가 된다. 예컨대 예일대학의 대학원생 노조(GESO, Graduate Employees and Students Organization)의 선언 문구는 “노동조합은 학생과 지도교수의 관계가 아니라 교사로서 우리가 일하는 기관과의 관계에 관심을 갖는다. 개별 임금이나 수업단위 크기, 수업조교 할당 등을 결정하는 것은 지도교수가 아니라 행정이다.”고 언급하고 있다. 나는 그러한 교육노동자라는 정체성 규정이 (한국과는 다른) 그들의 실제 교육 노동에 기반 한다는 것을 의심치 않는다.
   반면 한국에서의 ‘조교 경력’이라는 것은 실제 업무 경력과는 전혀 무관한 허울 좋은 스펙에 불과할 뿐이다. 재미있는 것은 그럼에도 대학이 ‘조교 경력’을 줄세우기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며, 이는 동국대의 ‘고발불참 확인서’ 사건이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요컨대 나는 ‘튜터 활동’을 중심으로 한 TA 역할의 재조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노동권 투쟁과는 별개로, 이는 대학원생 개개인의 역량 강화에 필요한 일이며 수업을 듣는 일반 수강생들의 학업 성취도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대학이 TA제도 개편을 정작 강사들의 고용문제와 연관지어 악용할 수 있겠다는 우려가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 부분은 향후 좀 더 섬세한 논의를 거칠 필요가 있을 듯하다. 한편으로 교육노동자로서의 정체성 규정이 대학원생으로 하여금 스스로의 노동환경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만들 것이라는 기대도 든다. 대부분 대학원생들에게 강사 생활이란 언젠가 찾아오겠지만, 아직 코앞에 닥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지금 당장에는 딱히 관심이 없는 주제일 것이다. 그렇지만 석사 과정에서부터 ‘토론 수업’ 혹은 ‘보충 강의’ 등을 통하여 학부 학생들과 교육 현장에서 마주하게 하고, 박사 과정에는 학부 저학년의 일부 수업을 담당하게 한다면, 이들은 ‘강사의 노동’에 대해서 스스로 체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시 말해 그들은 교육 노동이 어떤 방식으로든 간에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불어 대학의 입장에서 스스로를 교육노동자라고 규정하는 대학원생은 무서운 존재이다. 왜냐하면 강사들은 단지 피고용인에 불과하기에 다루기 쉽지만, 대학원생들은 대학경영자에게 ‘등록금’을 바치는 고객이기 때문이다.


 

ⓒ 동국대학원신문(http://www.dgugspres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페이스북 방문해 주세요!
더 많은 이야기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교육방송국 동국대학원신문 동대신문 동국포스트
동국대홈동국미디어컨텐츠 센터동대신문교육방송국동국포스트개인정보처리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04620 서울특별시 중구 필동로 1길 30 동국대학교 학술관 3층 대학원신문 | 전화 : 02-2260-8762 | 팩스 : 02-2260-8762
발행인 : 한태식 | 편집인 : 이철한 | 편집장 : 이한나 | 발행처 : 동국대학교 대학미디어센터 | 청소년보호책임자 : 문서영
Copyright DGUGSPRESS.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gupress@dongguk.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