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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그날, 이후의 삶들
[200호] 2017년 06월 12일 (월) 김 경 집 인문학자
   
 

△ Ilya Repin, <Unexpected_visitors>, 1884-1888.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무능하고 부패하며 무책임한 정권이 끝내 시민의 힘으로 무너졌다. 시민의 삶을 한 차례도 살지 않았던 사람을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 뽑은 것 자체가 잘못이었다. 조작된 이미지와 어리석은 환상이 과거의 그림자와 범벅된 것을 가려내지 못하고 감정적으로만 판단한 까닭이었다. 그렇더라도 제대로 했으면 모를까 하는 일마다 무능하고 편협하며 퇴행적이었다. 무엇보다 민주주의의 기본적 의미와 가치조차 모르는 자가 대통령이었고 설상가상 호가호위하며 그 무능한 대통령 뒤에 숨어서 온갖 악행과 치부를 일삼은 자들이 이 나라의 지도자급 인사들이었으니 그들이 바로 부역자가 아닐 수 없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고 몇몇 언론사에서 새 정부에 바라는 것을 물어오기에 나는 주저하지 않고 ‘부역자 청산’을 들었다. 화합도 필요하고 좋다. 그러나 어설프게 화합을 주장하며 부역자들을 그대로 놔두는 건 미래의 암을 키우는 것과 다르지 않다. 친일파 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해 아직까지 그 적폐를 벗어나지 못한 걸 성찰하면 지금이야말로 부역자들을 청산할 마지막 기회가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범법행위에는 처벌을, 파렴치한 아첨꾼들에게는 창피를, 곡학아세를 일삼은 관변 주변 얼쩡대는 먹물들에게는 따끔한 맛을 보여야 한다. 그게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정신의 한 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한정 적폐청산에만 매달릴 수는 없다. 최대한 빠르고 예리하게 수술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이번 선거를 통해 여전히 지역주의가 엄존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과거에 비해 조금 누그러진 것은 희망적이다. 계속해서 이 고질병을 고쳐야 한다. 그러나 이번 선거가 보여준 새로운 문제는 바로 세대 간 갈등이다. 노년층에서 수구세력의 잔존 세력들에게 여전히 ‘묻지마 투표’를 하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선거는 미래의제를 고민하고 미래가치를 위해 최적의 선택을 함으로써 더 나은 미래를 향해 가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그런데 수구와 보수를 구별하지 못하거나 구별하려 하지 않는 상당수의 노년층의 존재는 미래에 대한 빛이 아니라 빚이 되기 쉽다.
   이른바 진보(자칭타칭 진보라 하는 세력도 엄밀히 따지면 약간 좌파적 성격을 띈 보수지만) 세력은 노인세대를 포기하고 보수(말이 보수지 실상은 수구에 불과한) 세력은 당연히(?) 자기 표라 여길 뿐이다. 그러니 정작 제대로 대접도 받지 못하면서 보수의 표로 요지부동이다. 이른바 베이비부머 세대인 50대와 60대는 갈수록 그 수가 증가한다. 그건 유권자 수가 많아진다는 뜻이다. 선거가 미래를 결정하는 게 아니라 과거 회귀적이거나 과거의 판단에 근거한 투표로 이어진다면 그것은 미래의 재앙이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그리고 변화의 가능성이 될 중요한 지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그 베이비부머들은 그 윗세대 노인들과는 다르다는 점이다. 즉 처음으로 대다수가 고등학교까지 교육 받은 세대들이라는 점이다. 학교에서 민주주의, 자유와 평등, 정의와 인간존엄성 등에 대해 배웠다. 물론 글자로만 배웠지 학교 교육에서 그것들을 실천적으로 경험하지는 못했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사회 또한 그러한 가치를 실현하는 환경이 아니었다. 그러니 배우기는 했지만 살다보니 이런저런 핑계로 가장 중요한 그 가치들보다는 당장 주머니에 채워질 돈이나 편 가름의 패거리 문화에만 익숙해졌다.
이번 선거에서 투표하는 과정에서 많은 젊은이들과 장년층들이 꽉 막힌 노년층을 설득하느라 애먹었다. 그러나 그들은 과연 선배 세대들에게 귀를 기울이기는 했던가? 누구나 자신의 신념을 타인의 설득에 의해 바꾼다는 건 어렵다. 그런데도 서로가 자신의 신념을 상대에게 강요하거나 일방적으로 설득하려고만 한다. 내가 청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건 정말 그들의 미래를 결정할 중요한 과정에서 엄청난 수의 노년층 유권자들을 가볍게 보지 말라는 것이다. 먼저 그들의 말을 들어주려 해야 한다. 가뜩이나 현업에서 물러나 박탈감을 느끼고 가정에서도 권위가 위축되는 세대들에게 남은 유일한 자존심은 그나마 지금 누리는 이만큼의 물질적 성장도 다 자신들의 노력과 헌신 때문이었다는 믿음에 근거한다.
   자신들의 존재감이 위축되면 사고 판단도 편협해진다. 방어적 기제를 띠게 된다. 설득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그러니 우선 그들의 말을 경청해야 한다. 물론 지혜를 얻을 수도 있겠지만 응어리를 풀어줘야 한다. 장단도 맞추고 그들의 말을 반복해주면서 진지하게 들어주면 마음이 열린다. 그런 뒤에 그들의 헌신과 견해를 존중하지만 그래도 미래를 위해 이러저러한 점은 조금 더 유연하게 생각하고 판단하면 좋지 않겠는가, 선배 세대의 노력으로 이만큼 성장했다면 다음 세대가 더 성장할 수 있기 위한 사회를 위해 보다 개방적이고 미래지향적 판단을 하면 크게 힘이 될 것이라고 정중하게 요청해야 한다.
   이번 선거를 통해 과연 그러한 진지한 대화를 했는지 반성적으로 성찰해야 한다. 후배세대는 선배세대의 꼰대질에 질리고 선배세대는 후배세대의 철없음을 탓하는 한 이 갈등의 간극은 메워지지 않을 것이며 그것은 고스란히 미래에 빚이 될 뿐이다. 당장 내년이면 지자체장과 의회의원 선거, 3년 후엔 국회의원 선거가 닥친다. 선거일 단 하루뿐인 ‘유권자 갑질’에 빠져있을 때가 아니다. 늘 뒷북만 치다가 막상 선거가 다가오면 구태를 반복하는 짓을 멈춰야 한다. 지금부터 세대 간 성실한 대화가 필요하다.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포기하면 그것은 미래를 포기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끈기를 갖고 접근해야 한다. 설득이 아니라 공감과 이해를 먼저 구축해야 한다. 내 말을 하기보다 그들의 말을 들어줄 마음이 필요하다. 이대로 방치하면 그 간극은 점점 더 커질 것이며 갈등은 심화될 것이고 그것은 고스란히 미래의 부채가 될 것이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축제이며 미래의 열쇠다. 정치는 우리의 삶의 방식을 결정한다. 정치에 무관심하거나 방관하면 그 폐해의 몫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한다. 미래는 젊은이들과 후배세대들의 몫이다. 그러나 그 미래의 조건을 정하는 정치세력은 바로 엄청난 표를 지닌,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보수화되는 선배세대들이다. 모두 냉정하고 슬기로워야 한다. 긴 호흡으로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의 미래가 산다. 뜻하지 않은 ‘장미선거’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깨닫고 감내해야 할 점을 보여줬다. 이제 그 출발선에 섰다. 멋지게 달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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