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17.4.11 화 16:31
인기검색어 : 논문표절, 조교 문제, 등록금 인상
신문사소개 | 기사제보 | 광고안내 | 호수별 기사보기
> 뉴스 > 문화 > 클로즈업
     
[젠더비평]혐오의 시대와 ‘여성지성’의 곤경
[199호] 2017년 04월 10일 (월) 오 혜 진 문화연구자
   
  △ Edward Hopper, <Hotel Room>, 1931.  

  대개 ‘혁명’이 그렇듯, ‘페미니즘 리부트’ 또한 대대적인 ‘계몽’의 장을 열어젖혔다. ‘성인지(性認知)’와 ‘성인지(成人誌)’를 구분 못하는 남성들에게만 그랬다는 게 아니다. 두드러지게 확장된 페미니즘 도서시장, 매번 만석이라는 각종 페미니즘 학술행사,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온·오프라인의 페미니즘 독서모임 등은 ‘페미니즘 리부트’가 유례없는 ‘여성지성의 향상 및 (재)활성화 프로젝트’이기도 하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이는 물론 남성의 수준을 상회한다는 20~30대 여성들의 높은 고등교육률 및 학업성취도와 관련 있다. ‘양성평등’을 ‘상식’으로 체화하고, 치열한 경쟁과 자기계발로 단련해온 이 앎의 주체들은 기꺼이 ‘생각하고 말하고 설치’며 이 낯선 지식의 향연을 이끈다. ‘미러링’ 논쟁과 ‘여성혐오’ 번역, 퀴어정치와의 긴장과 연대, 대중문화의 섹시즘, 소비자운동의 정치적 가능성, 여성대표성과 민주주의 등 현재 페미니즘이 끊임없이 논제를 갱신하며 한국사회에서 가장 역동적인 지식문화장을 견인하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러나 이 같은 ‘배운 여자’들의 놀라운 각성과 의식화에도 불구하고, ‘혐오의 시대’를 존재조건으로 삼는 여성지성의 위상과 행방은 꽤 위태롭다. 단적으로 말해, 현재 여성지성은 이중구속 상황에 놓인 것처럼 보인다. 여성지성에 대한 가부장적 폄훼와 삭제의 압력이 계속되는가 하면, 페미니즘 진영 내 담론과 전략의 보수화 경향도 짙어가는 것이다.
우선 전자의 상황을 보자. 사회문제로 부상한 저출산의 원인을 여성의 ‘고스펙’ 탓으로 돌리며, “고학력·고소득 여성이 소득과 학력수준이 낮은 남성과 결혼할 수 있게” 해 혼인율을 높이자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발표는 ‘배운 여자’를 불온시하는 오랜 관성에 기인한다. 여성을 출산·양육·돌봄 등 ‘정상가족’의 성별분업 논리로 환원하려는 가부장제의 압력 속에서 여성지성은 여전히 조절과 통제의 대상이다.
  한편, 페미니즘 진영 내 담론 전개과정도 심상치 않다. 여성의 주체성과 시민권, 여성해방과 여성사회에 대한 다채로운 논의는 드물어진 반면, 그 자리를 ‘고통’과 ‘절규’, ‘비체’와 ‘피해자화’, 성적 욕망의 범죄화 같은 검열과 ‘약자화’의 레토릭이 대신하는 추세다. 물론 이는 단지 신보수주의의 득세에 따른 반동적 증상만은 아니다. 오히려 ‘혐오의 시대’에 형성된 페미니즘의 특징적 경향에 가깝다. ‘성적 자유’나 ‘성적 자기결정권’ 같은 개념들의 대중화가 ‘욕망’과 ‘문화’의 시대였던 1990년대의 산물인 것처럼, 오늘날의 페미니즘 담론이 약자와 피해자의 레토릭에 경도되는 것은 유일하게 평등화 기제로 작동해온 능력주의의 룰에서조차 배제된 채,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며 혐오의 시대를 견뎌온 여성들의 세계경험을 직접적으로 반영한다.
  하지만 이대로 괜찮을까. 역대 최고의 지적 역량을 갖춘 새 세대 페미니스트들이 이성과 정치의 언어를 기각한 채, 피해자화 전략에 몰두하며 욕망의 규제를 최선의 조치로 승인하는 장면만큼 이 시대 여성지성의 곤경을 잘 보여주는 것은 없다. 여성학자 권김현영의 지적처럼, “페미니즘은 약자를 ‘위한’ 정치학이지, 약자가 ‘되자’는 정치학은 아니”지 않은가. 그러니 필요한 것은 우선 ‘가부장제의 압력’과 ‘자기구속’이라는 여성지성의 딜레마를 직시하고 이를 돌파하는 일이다. 그 과정 자체가 곧 ‘여성지성’의 축적과 갱신을 도모하는 강력한 계기가 될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 테고 말이다.

ⓒ 동국대학원신문(http://www.dgugspres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페이스북 방문해 주세요!
더 많은 이야기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교육방송국 동국대학원신문 동대신문 동국포스트
동국대홈동국미디어컨텐츠 센터동대신문교육방송국동국포스트개인정보처리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04620 서울특별시 중구 필동로 1길 30 동국대학교 학술관 3층 대학원신문 | 전화 : 02-2260-8762 | 팩스 : 02-2260-8762
발행인 : 한태식 | 편집인 : 이철한 | 편집장 : 이한나 | 발행처 : 동국대학교 대학미디어센터 | 청소년보호책임자 : 문서영
Copyright DGUGSPRESS.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gupress@dongguk.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