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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엇으로 불리고 있는가
영화 <문라이트(Moonlight, 2016)>
[199호] 2017년 04월 10일 (월) 김 선 화 편집위원
   
  △ 왼쪽부터 리틀, 샤이론, 그리고 블랙의 얼굴이다.  

   이름의 힘은 강렬하다. 이름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었다면 인간은 조금 더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었을까. 이름은 단지 누군가가 부르기 쉽도록 붙인 명사가 아니다. 존재하기 위한 명제다. 그 명제를 고민하고 연구하는 일이 어쩌면 삶일지도 모른다. 
   <문라이트>는 한 흑인아이가 소년이 되고 청년이 될 때까지의 과정을 보여준다. 아이의 이름은 리틀이었고 샤이론이었으며, 블랙이다. 리틀과 샤이론은 누군가에 의해 선택된 이름이며 블랙은 스스로 불리길 원하는 이름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름은 정체성과 무관하지 않다. 영화는 세 챕터로 되어 있다. 챕터마다 인물의 이름이 계속해서 변하는 것은 정체성을 찾는 과정에 대한 은유이다.  
원작 연극의 제목은 “달빛 아래에서 흑인 소년들은 파랗게 보인다”이다. 검은색 피부를 가진 흑인들조차 달빛 아래에서는 푸른색이라는 의미다. 연극을 위해 쓰여진 이 희곡은 정작 연극무대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훌륭한 각색가를 만나 영화로 탄생되었다. 영화의 제목이 <문라이트>인 것도 원작에서 받은 영향 때문이다.
   <문라이트>가 무엇에 대해 말하는지 파악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이 영화는 혼란스러운 정체성 때문에 허덕이는 주인공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이 없다. 그저 리틀과 샤이론, 그리고 블랙의 감정을 느끼게 할 뿐이다. 달빛처럼 가만히 감정을 비춰주는 이 영화의 방식은 주인공의 감정을 느끼게 하는데 탁월하다. 달빛은 진실을 보게 하고 비춰진 감정은 말할 수 없이 푸르고 치명적이다.
샤이론이 동성 친구인 케빈과 사랑을 나누게 되는 장면의 배경은 밤이다. 이때의 시간적 배경은 샤이론의 또 다른 정체성을 드러나게 한다. 두 사람이 푸른 달빛 아래에서 사랑을 확인하는 순간은 숨이 막히도록 아름답다. 케빈의 입장에서 그것이 무엇이었든 샤이론에게는 사랑이다. 비록 그것이 샤이론에게는 고통스러운 감정이었을지라도 샤이론을 청년 블랙으로 성장하게 하는 성장통임에 틀림없다.
  

   
  △ 후안이 리틀에게 수영을 가르쳐 주는 장면.  

블랙은 어린 시절 자신을 돌봐 준 후안처럼 마약상이 된다. 그렇다면 적어도 범죄의 영역에 있는 사람이며, 좋은 사람은 아닐지도 모른다. <문라이트>는 어려움을 극복하면 좋은 사람이 될 것이라는 고정관념에 인물을 내버려두지 않는다. 블랙은 왜 좋은 사람이 되지 못했는가. 후안이 리틀에게 보여주는 조건 없는 선의가 결코 구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선의는 돌파구 없는 삶을 살았던 한 아이에게 희망을 가지게 했고 리틀에서 샤이론으로, 블랙으로 성장할 수 있게 했다. 작고 마른 리틀이 블랙으로 성장하면서 근육질의 몸이 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블랙의 몸은 선의를 기억하는 자의 몸이다. 이는 확고한 정체성의 발현으로 보아야 한다.  
  

   
  △ 리틀이 파란 달빛 아래 서 있는 장면.  

   흑인아이는 어떻게든 어른이 된다. 그러나 블랙이 어른이 될 때까지 영향을 미쳤을 어떤 일들은 여백으로 남아있다. <문라이트>에서 이러한 여백이 느껴지는 까닭은 인물의 감정들로 영화를 잇고 있기 때문이다. 여백은 한 개인의 삶을 집중하게 하는 효과를 준다. 때문에 케빈과의 재회를 통해 여백이 메워지는 방식의 결말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동성을 사랑하는 블랙의 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함이었다고 해도 자연스럽지 않다. 조금의 위로가 되는 것은 그들이 다시 달빛 아래에 있다는 것이다. 달빛 아래에서 그들은 푸른색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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