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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학교
[199호] 2017년 04월 10일 (월) 앵그리버드 익명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 몹시도 당황하고 또 당황했지만, 그냥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공부를 같이 하고 밥을 같이 먹는 동료들 중 누군가를 학비와 조교 자리를 위해서 밀어버려야 하고, 대학원 총학생회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사라져버렸고, 학자금 대출의 상환을 우려하고 또 우려하고 또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으나, 별별 일이 다 일어나는, ‘그러면 안 되는 일’과 ‘할 수 있는 일’ 사이의 거리가 좁은 세상이니 우리는  그냥 그러려니 하기로 마음먹었다.
맞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애초에 능력이 없는 사람과 집단에게 능력을 요구하는 것은 잘못이다. 학교 출신 정치인 중 가장 성공한 사람이 공식연설에서 자신을 ‘비엘리트, 비주류 근본 없는 놈’이라고 말하고 다니고, 학교본부가 나름 상층 엘리트 집단에 줄을 대보겠다고 꼼수를 썼던 정치인은 이제 여론조사 대상에도 포함이 안 되어 망해가는 동네 정치인으로 취급받는다.
딱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런 수준, 그런 능력을 가진 집단이다. 진리의 상아탑이라는 대의를 추구하는 것도 능력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니, 무능한 기회주의자들에게는 뭘 기대하는 것 자체가 잘못일지도 모른다.
   대학원 총학생회 역시 충분히 그럴 수 있다. 2월 20일, 그러니까 단과대 교학팀과 교수들, 그리고 실질적으로 학과 일정을 소화하는 다음 학기 조교 임용 대기자들도 모르게 조교 제도 개편안이 공지되던 그 때, 어떠한 공지도 없이 그냥 잠적해버릴 수 있다. 일이라는 게 뜻하는 대로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는 것이니 우리는 그러려니 한다.
   대책도 능력도 없고, 할 줄 아는 것은 모든 일이 터지고 난 뒤에 성명을 발표하는 것뿐이어도 아무렴 어떤가. 큰 일하다보면 그럴 수도 있는 것이다. 큰일 좀 하겠다는 기호 1번인데 그 정도쯤은 충분히 가능한 일 아니겠는가?
   재벌회장에게서 돈을 뜯어내어 말을 사줄 친구도, 연구비로 50억을 꽂아주며 총장과 학장을 조종해줄 친구도, 5단 케이크를 사먹을 돈도 없으면서 권리를 찾으려 하고 연대를 구하려 했던 우리가 잘못된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냥 그러려니 하기로 했다. 또 그래서 우리의 목소리를 잠시 남겨두고자 한다. 진리의 상아탑에 바칠 경주마도, 50억도, 5단 케이크도 없는 우리가 진리의 상아탑에 바칠 수 있는 유일한 것인 우리의 말을 남겨두고자 한다.

 

    가르친다는 것은 희망을 말하는 것

    배운다는 것은 성실을 가슴에 새기는 것

    그들은 여전히 고난 속에서, 그 대학을 다시 열었다.

      -L. Areg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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