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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재적 욕망의 변형과 현실의 재창조
2017년 연극학과 박사논문 소개
[199호] 2017년 04월 10일 (월) 김세연 편집위원

   김주연의 논문 「니콜라이 예브레이노프의 연극론 연구 : 희곡 <가장 중요한 것>을 중심으로」는 예브레이노프의 연극론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출발하고 있다. 니콜라이 예브레이노프는 20세기 초 러시아 아방가르드 연극을 이끈 연출가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연극을 ‘현실의 재창조’ 혹은 ‘내재적 욕망의 변형’으로 규정하였다. 김주연은 현대극의 상당 부분이 예브레이노프의 이론에 기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여, 예브레이노프가 제시한 ‘퍼포먼스’, ‘연극성’ 등의 개념들을 고찰하고 있다.
   예브레이노프의 작업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러시아 혁명을 전후로 한 20세기 초반 유럽의 분위기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아래로부터의 혁명’이라고도 불리는 러시아 혁명 직후, 프롤레타리아 계층은 능동적 참여의 주체로 성장하였는데 이는 예술 분야에도 영향을 미쳤다. 프롤레타리들은 ‘생산자-소비자’라는 이분법적 도식을 거부함으로써 예술가들에게 창작자와 감상자의 경계를 지우는 것을 과제로 던져주었다. 연극연출가들은 무대와 객석, 배우와 관객이 어우러지는 공연을 기획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은 실제 삶을 연극판으로 끌어들이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예브레이노프는 ‘수행적 퍼포먼스’에 대한 이론을 정립하며 ‘무대가 아닌 일상에서의 변형, 주체의 자발적인 변형의지’를 연극성의 핵심으로 설명하였다. 수행적 퍼포먼스란 관객과 행위자의 구분 없이 모두가 참여하는 공연을 의미하는데, 이는 이전 세대의 예술이 지니고 있던 아카데미즘과의 결별을 선언하는 것이었다. 민중 앞에 놓인 예술의 벽을 허무는 일이었다. 김주연은 예술을 부르주아의 장식물처럼 여기던 이전의 분위기를 언급하며 예브레이노프 사유의 혁신성을 강조하고 있다.
   예브레이노프는 일상생활 속에서 타인에게 인상적으로 보이기 위해 의복을 갖추어 입거나 목소리 톤을 바꾸는 등의 행위를 한다는 점에서 이미 모든 인간이 배우의 성격을 갖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성격은 ‘자기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변형시키고자하는 본능으로부터 발현되는 것인데, 예브레이노프는 연극성(배우성)을 무대가 아닌 삶의 공간에서 발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에게 있어 연기는 이미지의 재현이 아니라 새로운 존재의 창조였고, 연극은 현실의 복제가 아니라 세계의 창조였던 것이다.
   논문의 Ⅲ장에서는 예브레이노프의 희곡 <가장 중요한 것>의 분석이 이루어지고 있다. 작품의 3막에는 우울증을 치유하기 위해 역할극을 하는 어느 가족의 모습이 등장한다. 예브레이노프는 극중극을 통해 연극이 현실을 치유하고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희곡의 내용은 다소 직설적이고 작위적이지만, 오늘날의 ‘연극치료’ 등을 떠올려 볼 때 예브레이노프의 연극관이 그 현재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음을 충분히 알 수 있다.
   허구보다 현실이 더 드라마틱한 시대 속에서 연극은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가. 김주연은 이러한 질문에 대한 해답을 오히려 20세기 초 예브레이노프의 사유에서 찾고 있다. 오늘날의 많은 담론들은 현대인의 타인지향적인 태도와 연출적인 삶을 비판한다. 그러나 자신을 꾸미는 행위는 어쩌면 허영심의 발현이 아니라 자기 인생을 능동적으로 기획하는 태도일지도 모른다. 김주연의 논문은 자기 연출을 통하여 근본적인 삶의 개혁을 이루어낼 가능성을 발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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