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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우칼럼 - 환대에 대하여
[141호] 2007년 05월 07일 (월) 김혜인 국어국문학과 석사과정

2006년 3월에 탈북한 뒤, 남으로 와서 국적을 취득한 탈북자 일가족이 2007년 4월 27일 영국에 다시 망명을 신청했다. 한국 정부가 자신들의 개인정보를 고스란히 노출하여 북한에 남아있던 가족들이 실종되거나 탄압을 받았다는 이유에서였다. 북에 남아있던 그들의 가족 22명의 생사가 불분명해졌고, 국제사면위원회 역시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 이들은 사생활보호권과 행복추구권 침해를 주장하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고,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은 결국 영국으로 망명을 시도했다. 한 평생을 살면서 단 한 번의 망명조차 힘겨운 일이건만, 이들은 왜 다시 영국으로 망명하려 했을까.

이미 700명에 달하는 탈북자가 영국에 망명을 신청했고, 이중 280명이 ‘난민 자격’을 얻었다고 한다. 이들 중에는 한국 국적을 취득한 후, 남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다른 나라 국적을 취득하기를 원하는 탈북자도 포함되어 있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남한에서 탈북자들이 경제적으로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줌과 동시에 자신의 아이덴티티에 관한 문제에서도 극심한 혼란을 느끼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중망명이라고 해야 할까. 그들도 처음에는 꿈과 희망에 부풀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곳 남한은 그들에게 그리 우호적이지 않았다. 그들의 꿈과 희망은 무너졌고 그들은 또 다른 망명이라는 극단적인 수단을 선택해야 했다. 이들에게서 소크라테스를 떠올리는 건 비약일까. 잘 알려져 있듯이, 소크라테스는 끝내 자신을 죽음으로 몰고 간 재판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그 재판에서 판사들을 향해 존경하는 재판장님! 이라 외치는 대신, 자신을 이방인으로 취급해 달라, 이방인에 대한 배려를 베풀어달라는 다소 엉뚱한 부탁을 한다. 자신은 나이 때문에 이방인이고, 또한 언어 때문에 이방인이라고 주장하면서 말이다.

실제 소크라테스는 재판장에서 사용하는 법적 언어나 수사학 또는 소피스트 언어학을 사용하지 않고, 일상의 언어를 사용하며 자신을 변론한다. 흥미로운 것은 소크라테스의 이런 돌출된 행동이 ‘배려’에 대한 절박한 요청이라기보다는, 이방인에게 가해지는 중심의 폭력, 환대 속에 숨겨진 폭력을 통해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 효과적인 변호 방법이었다는 점이다. 한 사회의 이방인은 이방인이기 때문에 중심의 제도에 따르지 않아도 됨을 허락받는다. 동시에 중심으로부터 환대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환대는 이방인이 결코 중심으로 들어와서는 안 된다는 위협이기도 하다.

소크라테스는 역설적으로 사회의 중심 권력이 자기 자신의 언어로의 번역을 이방인에게 강요하고, 언어를 넘은 사회 문화적인 코드들과 함축들까지 강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효과적인 변론을 한 셈이다. 이 변론의 방식을 일종의 ‘해프닝’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극히 일상적인 형식을 이상하게 느껴지도록 처리하여 새로운 예술체험을 가능케 했던 20세기의 예술형식 해프닝의 선구자는 그런 의미에서 소크라테스라고도 할 수 있겠다.

어쨌거나, 탈북을 하여 남한으로 온 사람들은 일차적으로 남한의 정치적 입장을 확고하게 해줄 ‘환대’의 대상이 된다. 탈북자들의 생존에 대한 욕망은 보지 않은 채, 특정 맥락에서의 정치적 의미만을 이들에게 덧씌우고 화려하게 환대를 하는 것은 이들을 난민 혹은 탈북자가 아닌 ‘월남인’으로 보겠다는 의도이다. 하지만 환대가 이방인에게만 가능한 것이라면, 남한에서의 탈북자들은 영원한 이방인이 되는 셈이다.

하지만 ‘환대’는 잠깐의 스포트라이트와 같이 이들에게 비춰질 뿐이다. 잠깐의 강렬한 환대가 끝난 후, 이들은 이방인도 되지 못한 채, 절대적 타자로 서성거려야만 하는 건 아닐까. 절대적 타자에게 환대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두 번에 걸친 망명이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의미 있는 해프닝으로 여겨지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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