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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풍경] 곧 사라질 서랍
[198호] 2016년 11월 21일 (월) 황혜경 시인

간직한 것인가 쌓인 것인가

 

서운한 표정이 서글픈 표정을 기억하고 웃는 얼굴이 미소 짓는 얼굴을 뒤따른다

 

굳은살이 박인 너의 혀

다섯 군데나 테이핑을 한 작은 손

나는 모른다 닫았니 다쳤니

 

우리 그냥 사이좋게 지내자

안장(鞍裝)에 앉아있는 것처럼 원래보다 더 편리하게

 

달아야 하는 단추를 잘 간수할수록 꼭 잃어버리게 되는 건 왜일까

용접기술사가 땜질을 하고 있는 그 부분을 보고 돌아와 큰 서랍에 두 손을 넣어 보았다 누구의 것이었을까 커다란 귀만 만져졌다 찢어졌나봐 아직도 갖고 있는 누군가의 귀

 

서랍에 넣거나 비우거나

 

나는 내가 버린 뾰족한 것이 너를 찌를까봐 걱정하는 두려움과 같다

나는 독거의 몸이 살아보겠다고 애쓰는 식단을 가장 존중한다

고통스럽게 죽은 각종 물고기와 동물들

오이를 씻을 때마다 살아있는 것 같던 검은 돌기들

 

밤에도 낮에도 잠만 자면 꿈을 꿔

바람에 올이 풀리지 않습니다

색이 선명하고 변색이 되지 않습니다

콘라이크 원단에 새겨진 악몽들은 서랍 속에서 얼마나 묵은 것들일까

 

서랍은 열거나 닫거나

 

새로울 것 없는 상징과 위험한 진술을 감당하며

누락되는 시인, 새롭다

가지가지 살냄새와 야생하는 벌꿀들

덤덤히 하나의 계기로 버무려질 때

감정은 어디서 비롯되는 것일까

 

나는 똘똘 뭉쳐 전체적으로 찐다

젖꼭지는 어떻게 자라는 걸까

가늠하기 힘든 실의 길이가 그렇고

매듭은 몇 번이나 크고 단단하게 지어야 안심이 될까

실은 남는다 언제나

 

서랍은 뺐다가 끼우거나

 

얼버무리다

 

곧 사라질 서랍

 

<시인 소개>
1973년생. 2010년 문학과사회 등단.
시집으로 『느낌 氏가 오고 있다』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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