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17.6.15 목 20:13
인기검색어 : 논문표절, 조교 문제, 등록금 인상
신문사소개 | 기사제보 | 광고안내 | 호수별 기사보기
> 뉴스 > 오피니언 > 대학원생으로 살아간다는 것
     
[대학원생으로 살아간다는 것] 서울 필동 아무개방
[198호] 2016년 11월 21일 (월) 아무개 .

 여기, 하나의 ‘가슴 아픈’ 시가 있다.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 / 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 / 그리고 살뜰한 부모에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메이었다.
                                                                          백석 , 「 백남신의주유동박시봉방」 중

 시의 화자를 지금, 여기 한국의 ‘대학원생’으로 치환해보자. 대학원생인 그대는 ‘나는 원래 아내(애인)가 없는데?’, ‘나는 원래 (내)집이 없는데?’라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반문에 이어오는, 가슴 한 켠의 쓰림을 느낄 그대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 애인이 없음에 대해서가 아니라, 안정된 주거생활을 영위할 수 없는 우리의 현실에 대해서.

 사실, 연일 ‘다이나믹 코리아’를 갱신하고 있는 ‘공주님’이 아니고서야 주거 문제는 누구에게나 극복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문제이다. 정부는 청년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복주택’이라는 공공주택을 청년들에게 제공해오고 있다. ‘대학 졸업 후 2년 이내인 경우 대학원생을 사회 초년생으로 인정’하여 제공 대상에 포함한다는 예외조항과 함께. 이 경우, 직장을 다니다 대학원에 진학한 사람은 정책 대상에서 제외된다. 대학원생에 대한 사회의 인식은 학부 졸업생과 사회 초년생의 경계 속 그 어딘가에 모호하게 자리 잡고 있다.

 나는 약 1년 동안 학과 연구소 조교 생활을 했다. 주 5일 출근. 월급은 한 달에 약 40만원(학기당 등록금 반액). 계산해보니 최저시급에도 한참 못 미쳤다. 연구소 주최 학회가 있거나 이런 저런 사정으로 막차라도 놓치는 날에는 언제나 쓸쓸한 충무로의 끝에 헤매었다. ‘연구 공간’의 확보와 더불어 학교에 붙어 있어야 교수님들 눈에도 더 자주 띈다는 그런 제안을 당시의 나는 거절할 수 없었다. 40만원을 아끼고 아껴 간신히 등록금을 냈다. 등교시간이 왕복 4시간을 넘었으나 ‘자취’나 ‘기숙사’는 내게 다른 세상의 이야기였다.

 나는 다행히(?) 서울에서 자취를 하는 애인(!)이 있어 종종 신세를 지곤 했지만, 밤늦게 찾아간 나로 인해 잠을 설치는 애인을 보며 그것도 이내 그만두게 되었다. 학기에 500만원에 가까운 등록금을 내는 우리들은 여전히 연구소 한 구석자리를, 학술관의 습습한 지하를 전전한다.

 근대적 의미로서의 주거(생활) 공간은 특수한 형태의 주체를 ‘생산’해내는 사회적 조건, 장치의 한 예시이다. 신자유주의에 잠식된 대학의 착취 속에서, 우리는 어떤 주체로 생산되는가. 불안하고 끊임없이 유동적인 (주거)공간 속에서, 우리들은 결국 공허하게 떠도는 주체일 수 밖에 없지 않은가. 대학원생 (주거)공간의 문제를 단순히 극복하기 어려운 ‘현실’로 여겨야 할 때는 지났다.

 이 현실을 구성해내는 관계망에 대해 본격적으로 사유하고, 때로는 맞서자. 학문이라는 ‘고고한 이상’을 위안삼아 이러한 ‘현실’을 감내하고 견뎌내는 ‘갈매나무’를 자처하지 않는 것으로부터, 변화는 시작될 것이다.

ⓒ 동국대학원신문(http://www.dgugspres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페이스북 방문해 주세요!
더 많은 이야기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교육방송국 동국대학원신문 동대신문 동국포스트
동국대홈동국미디어컨텐츠 센터동대신문교육방송국동국포스트개인정보처리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04620 서울특별시 중구 필동로 1길 30 동국대학교 학술관 3층 대학원신문 | 전화 : 02-2260-8762 | 팩스 : 02-2260-8762
발행인 : 한태식 | 편집인 : 이철한 | 편집장 : 이한나 | 발행처 : 동국대학교 대학미디어센터 | 청소년보호책임자 : 문서영
Copyright DGUGSPRESS.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gupress@dongguk.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