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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칼럼] 학생운동과 대학의 사회적 책무에 대해 생각한다
[198호] 2016년 11월 21일 (월) 조동기 사회과학대학 사회학과 교수

 대학생의 집합행동(collective action)은 대학 제도 자체만큼이나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서구의 경우 중세기에 설립된 볼로냐 대학과 파리 대학 등에서 일찍이 13세기에 대학과 지역사회 문제를 둘러싸고 학생들이 집단행동을 했다는 기록이 있다. 우리의 경우도 16세기 기묘사화 과정에서 1,000여명의 성균관 유생들이 중종에게 조광조 일파의 석방을 항소하는 집단행동을 광화문 앞에서 전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흔히 집합행동은 집단의 지위 향상이나 공동 목표 달성을 위해 다수의 성원들이 함께 참여하는 행동으로 정의되는데, 여기에는 조직화의 정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사회운동도 포함된다. 오늘 우리가 대학생들의 집합행동을 주목하는 이유는 그 대상이 교과과정이나 등록금 같은 학내적 사안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대학 외부의 정치사회적 사안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20세기 유럽의 사회문화적 변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68학생운동은 물론이고, 공산권 붕괴기의 중국 천안문 시위나 보다 최근의 유고슬라비아의 오렌지 혁명, 중동의 아랍의 봄, 홍콩의 우산 혁명 등에서 드러나듯이, 대학생의 집합행동은 많은 국민국가의 정치사회적 변동 과정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특히 우리의 현대사는 학생운동과 분리시켜 생각할 수 없을 만큼 현대사 곳곳에 대학생들의 흔적이 각인돼 있다. 동국인들이 큰 몫을 담당한 4.19혁명은 물론이고 유신체제 반대운동, 5월 광주항쟁, 특히 1987년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대학생들의 집합행동이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1987년 민주화 체제 이후 우리 사회의 학생운동은 중대한 위기를 겪게 된다. 1990년대를 거치면서 서서히 진행된 청년층의 전반적 보수화와 학내적 쟁점의 상대적 중요성 부각 등이 맞물려 학생운동의 성격변화와 정치적 활력 상실을 당연시 하는 분위기가 형성돼왔다. 특히 신자유주의가 대학으로 침투하여 학점과 스펙 관리에 열중하는 개인주의의 풍조가 만연하면서 학생운동이 점점 회복할 수 없는 지경으로 향하고 있다는 인식 도 확산돼 왔다. 이런 상황 속에서 대학생들의 집합행동은 ‘일부 과격’ 학생들의 시대착오적 행위와 동일시되거나 지도부 학생들의 사적인 명망심이나 정치적 야망과 결부되어 자주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되곤 하였다.

 이 글은 본래 일제의 차별과 탄압에 맞섰던 광주 학생 의거에 뿌리를 둔 학생의 날을 즈음하여, 최근 일부 대학에서 진행된 학생들의 집합행동의 의미에 대해 숙고해 보자는 의도에서 출발하였다. 개별 대학의 학내 문제인 듯 보이지만 권위주의, 차별관행, 의사결정 과정의 비민주성과 부정을 문제삼는다는 점에서 사회 전반 문제와도 연결 돼 있고 그런 측면에서 아직 꺼지지 않은 학생운동의 생명력을 확인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마무리 지으려고 했다.

 이제 굳이 글로 표현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최 근 며칠 사이 우리 사회가 경험하고 있는 미증유의 정치사회적 혼란과 난맥상은, 대학생을 포함한 지식인 집단의 마땅한 역할이 무엇인지를 자명하게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잠시 젊은 연구자들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본다. 대학 총장 직책에 CEO형 자질을 당연히 요구 하고 교수들의 활동을 수행성 기준에 따라 평가 하는 풍조는 더 짙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양화된 업적 쌓기에 매몰되면서 교수들의 기능과 역할은 점점 더 축소되고 있고, 대학원 교육마저도 이론적 깊이나 장기적 천착보다 실무적 가치와 단기적 효용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기울고 있다. 이런 때 일수록 비판적 지식인과 민주적 시민 양성도 대학의 중요한 사회적 책무의 일부라는 점을 상기시킬 필요가 있다. 민주주의를 위한 비판과 감시가 대학 의 ‘흔적 기능’으로 퇴화되지 않도록 대학 공동체가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아직 날개가 굳어져 버리지 않은 젊은 연구자들이 더 많은 역할을 담당해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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