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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서서평] 표현의 구제와 미학의 실험
A Shock to Thought : Expression after Deleuze and Guattari, ed. Brian Massumi, Routledge, 2002.
[198호] 2016년 11월 21일 (월) 고해종 단국대학교 공연영화학부 강사
   
 
     
 

 들뢰즈는 『감각의 논리』에서 쓴다. “감각이란 빛과 색의 자유롭거나 대상을 떠난 유희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신체 속에 있다. 색은 신체 속에 있고 감각은 신체 속에 있다. 그려지는 것은 감각이다. 그림 속에서 그려지는 것은 신체다. 그러나 신체는 더 이상 재현된 것이 아니라, 그러한 감각을 느끼는 자로서 체험되어진 신체이다.”

 예술을 재현의 영역에서 탈출시키고자 시도하면서 이야기되는 것은 감각의 표현이다. 들뢰즈에 따르면 재현은 상정된 재현 대상과 그와의 동일성을 전제한 재현된 것의 관계이며, 이런 재현적 구도 아래에서 사유는 동일성의 논리에 복종하는 표상의 굴레에 붙들리고 만다. 사유에 다양성을 담보해주는 것, 차이를 사유하게 하는 것은 표현(expression)으로의 차원이동이다. 사실 표현이라는 단어는 일반적으로 표현주의의 맥락에서 독자적이고 자기 지배적인, 어떤 실체적 내면을 가지는 개인의 이미지를 전제하는 것으로 이해되어져 왔고, 따라서 많은 구조주의 및 후기구조주의자들에 의해 비판받은 바 있다. 그러나 들뢰즈와 가타리는 “세계는 그 표현 바깥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그것을 핵심적인 개념으로 위치시킨다. 그들에게 있어서 표현은 상기 인용문에 드러나듯 재현과 대립되는 개념으로서 어떤 기의를 대상으로 삼는 기표가 아니라, 감각과 같은 강도적 비결정성에 관련된 것이다. 즉, 표현은 어떤 실체적 대상을 상정하지 않는다. 그것은 오히려 실재의 층위에, 지속적이고 유동적인 사물-되기의 본질적 층위에 자리하며, 어떤 변형을 야기하는 배치(agencement)로서 예술 작품에서 경험되는 잠재적 실재성을 표면으로 추동하고자 한다.

 본서의 편집자 브라이언 마수미는 우선 서문에서 들뢰즈와 가타리의 사유를 중심 축으로 삼아 상기한 바와 같이 예술 경험에서 표현의 개념을 구제해낸다. 그는 활동주의 철학(activist philosophy)이라는 이름 아래 라이프니츠, 윌리엄 제임스, 시몽동, 화이트헤드의 사유를 들뢰즈와 가타리의 사유 속에 창의적으로 용해시키고자 하며, 감각이나 정동이 갖는 객관과 주관 또는 관계와 속성의 근본적이고 동시적인 이중성을 수용함으로써 정치적인 것과 미적인 것을 통합적으로 사유하고자 한다. 그런데 사실 학문적 글쓰기에 친숙한 독자들에게 가장 익숙하게 읽힐 수 있는 부분은 바로 마수미의 서문일 것으로 생각된다. 함께 수록된 다른 글들은 들뢰즈와 가타리라는 사유의 축만을 공유한 채 각자 나름의 테마를 갖고 자신만의 방향으로 나아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서가 지향하는 바는 명확하게 예술과 철학의 연합이며 그것이 가능한 것은 예
술로서 체험된 추상, 즉 가상의 층위라고 본서는 주장한다. 그 안에서 철학적 개념이 경험되고 새로운 재인(再認)을 가능케 하는 사유의 운동으로서 사건은 낭만적으로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충분히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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