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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소묘] 인공지능의 민주화? ― 귀족의 집사에서 모든 사람의 도우미로
인공지능과의 (불)편한 공존
[198호] 2016년 11월 21일 (월) 한세희 동아사이언스 기자
   
△‘인공지능의 민주화’ 시대가 오면, 우리는 남는 시간을 보다 창의적인 일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SD Times)  
 

 마크 저커버그 CEO는 올해 초, “집안을 관리하는 간단한 인공지능 (AI) 시스템 구축이 새해 목표”라고 페이스북에 올렸다.

 사용자의 목소리를 알아들어 조명이나 난방을 조정하고, 본인과 친구들의 얼굴을 인식해 자동으로 문을 열어주는 등의 일을하는 인공지능을 만든다는 것이 목표다.

 그는 지난 8월 이탈리아에서 사용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인공지능 가정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테스트 중”이라며 “다음 달에는 데모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자랑했다. 연말이 다가오지만 아쉽게도 그가 인공지능이 관리하는 자기 집을 공개했다는 소식은 아직 없다.

 나만의 ‘집사’, 꿈이 아니다

 저커버그 CEO가 만들려는 인공지능은 영화 <아이언맨>의 백만장자 과학자 히어로 토니 스타크를 돕는 인공지능 자비스와 비슷하다. 복잡한 조작 없이, 친구에게 말하듯 툭툭 물어보면 그 자리에서 무엇이든 대답해 준다. 배트맨을 그림자처럼 돕는 알프레드 집사, 못된 왕비의 궁금증을 해결해주는 마법의 거울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나의 곁에서 떠나지 않으며 나의 모든 필요를 채워주는 ‘집사’는 귀족이나 백만장자의 전유물이었다. 저커버그 역시 막대한 재산과 페이스북의 뛰어난 엔지니어들이 있기에 자기만의 인공지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인공지능은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스마트폰을 가진 우리는 모두 인공지능 비서를 데리고 있는 셈이다. 아이폰에는 ‘시리’, 안드로이드 폰에는 ‘구글 나우’가 우리의 말을 알아듣고 문자를 보내거나 앱을 실행시키고, 다음 목적지까지의 교통편을 알려준다. 삼성전자도 미국의 인공지능 기업 비브를 인수, 갤럭시에 적용한다. 아직 전적으로 믿을만한 집사는 아니지만, 때로 제법 유용하다.

 가정에 스며든 인공지능

 인공지능 집사는 가정에도 파고들고 있다. 2014년 아마존이 내놓은 스피커형 스마트 기기 ‘에코’가 대표적이다. 에코에는 ‘알렉사’라는 이름의 인공지능이 있어 사용자 목소리를 알아듣고, 질문에 대응한다. “오늘 날씨가 어때?”라고 물으면 날씨를 알려주고, “음악 볼륨을 높여”라고 하면 소리를 키운다. 라디오 방송 뉴스를 불러주기도 한다. 캘린더와 연동, 주인의 그 날 스케줄을 말해 준다.

 아마존은 에코의 플랫폼을 개방, 외부 기업이나 개발자가 에코에서 쓸 수 있는 기능을 스스로 만들 수 있게 했다. ‘스킬’이라 불리는 이런 기능으로 알렉사에게 우버 차량 호출이나 도미노 피자 주문을 할 수 있다. 스마트폰의 앱과 같다. 아마존은 스킬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1억 달러 규모 펀드도 조성했다. 외부 개발자가 참여해 다양한 스킬이 등장하면 에코 생태계는 더욱 풍성해진다.

 에코는 별다른 마케팅 없이도 출시 반년 만에 300만대 이상 팔리는 등 인기다. 179달러의 착한 가격에, 생활의 불편을 메워주는 인공지능의 가치가 만난 덕분이다.

 다른 기업들도 뛰어들었다. 구글은 에코와 비슷한 ‘구글 홈’을 이달 내놓는다. ‘구글 어시스턴트’라는 자사 인공지능이 탑재된다. 애플도 비슷한 제품을 개발 중이다. 네이버 역시 최근 알렉사와 비슷한 인공지능 비서 ‘아미카’를 개발 중이다.

 집에서, 차에서…비서가 어디에나

 인공지능은 이제 다양한 곳에 머물며 언제나 우리와 함께 할 전망이다.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채팅에도 인공지능을 적용하고 있다. 고객과 자연어로 상담을 하고 예약, 주문을 받는 인공지능 챗봇을 만든다. 요즘 사람들이 전화나 메일보다 채팅을 편안하게 여기고 메신저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데 착안했다. 알렉사, 시리, 아미카, 구글 어시스턴트 같은 인공지능은 우리가 다음에 살 자동차―아마 자율주행 차량일 것이다―에도 들어온다.

 슈퍼컴퓨터나 데이터센터에 살던 인공지능이 이제 스마트폰, 거실, 자동차, 채팅창 등 우리가 시간을 보내는 모든 곳에 스며들어온다. 글로벌 테크 기업들은 자신들의 인공지능 기술과 데이터를 외부에 공개하고 있다. 이를 활용해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서비스를 만들라는 의도다. 일상의 모든 불편을 해결해 줄 다양한 생활밀착형 인공지능 서비스가 쏟아져 나올 것이다.

 인공지능의 민주화, 그 명과 암

 백만장자나 귀족들의 전유물이던 ‘집사’를 모든 사람들이 부릴 수 있게 된다.모두가 컴퓨터를 쓸 수 있게 한 윈도 PC에 버금가는 ‘인공지능의 민주화’ 시대가 온다. 우리는 인공지능에 귀찮은 일들을 맡기고 시간을 보다 창의적인 일에, 혹은 보다 나태한 쾌락에 쓸 수 있게 된다.

 물론 기업들이 공짜로 인공지능을 주지는 않는다. 인공지능 집사를 부리는 댓가는 아마 우리 자신일 것이다. 에코나 구글홈은 우리와 대화하며 목소리와 말버릇, 대화에 담긴 감정과 뉘앙스까지 파악하게 된다. 늘 함께 하는 인공지능은 우리가 언제 어디로 이동하며,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디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는지도 알게 된다.

 나에 대한 데이터의 총합은 나 자신이다. 인공지능은 데이터를 먹고 산다. 그렇게 잘 파악한 우리의 취향을 바탕으로 기업들은 우리에게 더 많은 광고를 보고, 더 많은 상품과 서비스를 사도록 부추길 것이다. 우리의 멋진 신세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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