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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비평] 완결된 서사, 미완의 현실
김성훈 감독, 하정우·배두나·오달수 주연의 영화 <터널>
[197호] 2016년 09월 26일 (월) 강민정 편집위원
   
 
△ 영화 속 하도 터널 사고가 인재(人災)로 인해 발생됐다는 점은 세월호 참사를 연상시킨다. (출처:영화<터널> 스틸 컷)
     
 

  현재라는 시간은 물리적으로는 모두에게 동일하게 다가올지 모르나 감각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이 시간은 어떤 이에게는 과거의 연장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바쁘게 살아가는 지금을 의미한다. 이처럼 우리는 각자의 감각으로 현재를 인식하고 있다. 영화 <터널>에서도 이렇듯 상이한 현재에 대한 인식을 포착할 수 있다.

  <터널>은 개봉 전부터 입소문을 탄 영화였다. 그 이유는 유명 배우들이 출연하여 화제성을 얻었다는 점과 영화의 내용이 이와 유사한 ‘어떤 사건’을 상기시키고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이 영화의 중심서사는 정수(하정우 역)라는 인물이 예상치 못한 사고로 인해 터널에 갇히게 되고, 그 곳에서 탈출하기 위해 겪는 생존 투쟁이다. 편협하게 말하자면 수많은 재난영화 중 하나라고 하겠다. 그러나 영화 <터널> 속 재난은 단순한 소재의 반복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영화는 정수가 겪은 재난이 소위 부실 공사, 즉 인재(人災)로 인한 것이었음을 시사하고 있다. 또한 영화 속 갈등양상은 정수 구조 작전을 지속해야 한다는 구조대장 대경(오달수 역)과 정수의 아내 세현, 이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정부와 언론이라는 두 축에 의해 선명하게 형성된다. 이 요소들을 통해 관객들은 기시감을 느낀다. 이러한 기시감의 근원지는 2년 전 팽목항, 보다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4월 16일 세월호 참사일 것이다.

  ‘세월호 참사’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공유하고 있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공유성은 본 참사를 국가적으로도, 나아가 개인의 기억 속에도 특수한 영역에 자리 잡게끔 만든다. 즉, 세월호 참사를 통해 대다수 국민들이 어떠한 공통 정서-미안함, 무력감, 분노 등-를 공유하게 되었음을 뜻한다. 이러한 국가적 특수성을 생각해볼 때 이 영화를 통해 많은 이들이 그 참사를 다시 되새기는 것은 어찌 보면 자명한 일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 우리는 ‘기억하는 방식’에 대해 다시 한 번 점검해보지 않을 수 없다.

  영화에서 언론은 정수의 영웅성을 과대 포장하거나 정부를 지탄하는 등의 자극적인 보도를 하고, 정부는 허수아비일 뿐이다. 게다가 시간이 흐르고 사고에 대한 관심이 사그라지자 본 사건의 시초라 할 수 있는 거대 자본들은 조심스럽게 이 일을 통한 자신들의 피해를 운운하며 세현에게 희망을 포기하기를 촉구한다. 이러한 상황들로 인해 정수가 살아있음을 믿고 있는 구조대장과 세현은 영화 중후반부에서 헛된 희망으로 인해 누군가에게 2차 피해를 주게 되는 인물들로 비춰진다.

  이러한 역전된 상황을 보며 관객들과 영화 속 정수 모두 분노했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에, 정수는 기적적으로 구출된다. 이후 쏟아지는 언론과 정부의 철지난 관심을 향해 구조대장은 정수를 대변하여 “다 꺼지라”고 외친다. 그리고 영화는 정수와 세현이 차 안에서 손을 잡고 터널을 유유히 빠져나가는 장면으로 크레딧이 올라간다.

  정수가 구출되었다는 것은 이 영화 속 재난 상황이 어떠한 방식으로든(본 영화에서는 긍정적인 방식으로) 완결되었음을 의미한다. 영화 속 정수에게 몰입해 그를 연민하고, 정수가 느낀 두려움을 함께 공유하던 관객들은 그가 구출됨과 동시에 “이제 다 됐다”는 안도감을 갖는다. 이러한 서사의 완결성을 통해 정수는 연민과 공감의 대상에서 영화 주인공으로 변하고, 관객들은 현실-현재로 돌아온다. 그러나 돌아온 현실-현재는 아직도 ‘미완’의 상태로 남아있다.

  현재라는 시간은 상이한 두 방식으로 받아들여진다. 하나는 바로 과거의 통증이 유지되고 있는, 감각으로서의 현재이다. 또 다른 하나는 과거를 이미 완결된 상황으로 받아들이고 난 후의 현재이다. 이렇게 상반된 시간에 대한 감각은 단원고의 ‘기억교실’이 임시 이전되고 있는, 아이들이 창고로 옮겨가고 있는 현실을 떠올리게 한다. 그렇기에 완결된 영화의 서사에 의문을 품게 된다. 이러한 성급한 ‘완결’을 현실에도 똑같이 작용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지는 않은가 하는 질문 때문이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렇기에 우리는 홀로 생존 투쟁하고 있는 정수와, 그의 구출을 둘러 싼 외압에 시달리고 있는 세현의 모습에서 현실을 발견해서는 안 된다. 바로 정수에게서 아이들을, 세현에게서 유가족을, 그리고 영화 속 하도 터널 사건에서 실제 현실의 과거를 떠올리는 방식으로 기억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이다. 오히려 우리가 기억해야할 것은 현실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미완’의 상태임을, 그렇기에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현재’의 감각으로 남아 있다는 사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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