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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풍경] 내가 지옥을 생각해야 했을 때
[197호] 2016년 09월 26일 (월) 송승언 시인

땅 밑을 생각해야 했을 때

지하도가 넓어지고 깊어지는 만큼

사후 세계도 그만큼 더 내려가 건설되어야 했을 때

 

내가 지옥을 생각해야 했을 때

지옥은 땅 위에 있다는 말이 농담이었을 때

지상의 농담에는 진리의 빛이 비유적으로 한 줄기,

사실로는 적어도 세 줄기 이상 비추고 있다는 걸 알았을 때

 

지옥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 위력을 얻었을 때

아치가 무너지고

무너진 아치가 지옥을 드러내었을 때

 

모르는 사람이 죽었을 때

그가 먼저 지옥을 보고 돌아와

그곳의 풍경을 말해주지 않았을 때

 

연막 속에서 웃음이 시작되었을 때

어떤 입체도 불가능하다고 느꼈을 때

어느 여름날 결정적으로

내 성별이 부끄러워졌을 때

 

도대체 어떤 사랑의 하느님이 딸들을 영원히 불에 타게 만들까요?

 

종점에 서서 기나긴

공백을 앞에 두고 울고 있는 여성을 보았을 때

 

불타며 울고 있는 영정들을 보았을 때

 

 

<시인 소개>

1986년생. 2011년 현대문학 신인추천  등단.

시집으로 『철과 오크』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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